[고소](上訪) 무시할수 없는 중국식 민주주의의 모습

2009. 8. 28. 14:07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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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충무로에서는 3회 충무로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10월에는 그 유명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울국제사회복지영화제란 것이 새로 열릴 예정이다.  지난 주말엔 시네마 디지털서울(CinDi)이란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가히 지금을 영화제의 계절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하다. 많은 영화제가 열리고 그들 영화제가 제각기 특색 있는 차림표를 준비했다. 시네마디지털서울(CinDi)은 디지털 영화에 대한 애정과 투쟁하는 영화인의 자세를 아주 중시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제를 관장하는 사람이 바로 전 <<키노>>편집장이었던 정성일 씨이니 말이다. 올해 꼭 보고 싶었던 영화는 깐느 영화제에서 ‘기어이’ 상영한 로우예 감독의 <스프링 피버>란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일찌감치 매진되었고 대신 <고소>(上訪)라는 영화에 관심을 가졌다. 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니 하고 말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보아온 중국영화 중 가장 정치적인 영화이며, 가장 위험한 반체제 영화일 듯하다. 오늘의 중국사회를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시기 권한다. (아마 구하기 정말정말 힘든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 제목을 <고소>라고 옮겼는데 영어제목 ‘Petition’을 옮긴 것이다. 중국어 원제목은 ‘상방’(上訪)이다. 이건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법률용어이다. ‘고소’라기 보다는 ‘청원’에 가까울 듯하다. 소개에 따르면 이 다큐멘터리는 조량(趙亮,짜오량) 감독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북경남역(北京南站)에서 펼쳐지는 상방인(上訪人,고소인/청원인)들의 투쟁기를 담았다고 그런다. 왜 1996년부터일까.


   중국에서는 199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법안이 하나 있다. <<중화인민공화국 신방조례>>(中華人民共和國信訪條例)이다. 중국 공민이 법률적이나 행정적으로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그 사람은 해당기관에 전화로, 편지로, 혹은 직접 방문하여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전하고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법이다. 법을 좀 찾아보았다. 신방(信訪)이란 공민(公民)이거나 법인, 기타 조직이 서신이나, 전화, 직접방문의 형식 등을 통해 각급 인민정부나 현(縣)급 이상의 각급 인민정부 산하기관에 대해 의견을 제출하고 건의나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에 따라 각급 정부는 정당한 행정적 절차를 거쳐 그것을 처리해 줘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이 정하는 것은 관원(공무원)의 잘못, 독직, 개인의 다양한 권리침해에 대해 상방(上訪) 행위를 할 수 있게 한다. 법 규정에는 이런 상방인에 대해서 보복이나 압박, 박해를 일절 금하고 있다. 상방인의 의견 제출 권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법은 몇 차례 수정을 거쳐 더욱 세밀화 된다)


   중국에는 적어도 14억 이상의 인구가 있고, 반세기 이상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곳곳에서 부정부패,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의 급속한 진화는 수도 베이징이고 지방이고 가리 않고 정말 엄청난 규모와 형태의 부정과 비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게다가 현재 각 농촌에서 진행 중인 토지개혁문제는 수많은 억울한 인민을 양산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 중국대지진때 무너져 내린 이른바 ‘두부같이 무너져 내린’ 초등학교 건물의 부실공사를 생각해보면 된다. 그 뒤에 난마같이 얽혔을 지방정부-건설업자-감독기관 등의 유착관계는 안 봐도 비디오인 셈이다. 실제 상방인의 사연은 다양하다. 임금체불, 농지수용에 따른 피해, 산업재해, 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그들 중국인민은 현에서부터 아니 아래 어느 수준에서부터 억울하게 빼앗기고 기망당하고 내쫓기고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중화인민공화국 신방조례’에 따라 관(官 )을 향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피를 토하며 읍소한다. 하지만 잘 될까?

 

   이들 억울한 인민들은 꾸역꾸역 중국의 수도 북경, 최고인민법원 신방접수처가 있는 위치한 북경남역에 몰려든다. (아마 지역에서 상경하여 머물 수 있는 곳이 이쪽인 모양이다.) 북경남역에 모여드는 사람들의 행색은 100% 거지 몰골 그 자체이다. 이들은 적당한 곳에 적당한 방식으로 기숙한다. 노숙에서부터, 우리나라 쪽방 같은 시설, 가건물, 적당한 공터 등등..... 이들은 하루이틀 머물다 낙향하는 것이 아니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1년 2년 무한정 버팅기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이다.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신방국 접수처에 정식으로 문서 접수시켜 적합한 조치를 받아내려는 것이다.

 

   북경남역에 모여드는 상방인은 얼마나 될까.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전국적으로 매년 수백 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방에서, 하급법원에서 해결하지 못한 억울함이 북경에 올라온다고 달라지겠는가. 그들은 또 한 번 좌절한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이곳에서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틴다. 이유는 한 번 더 억울한 사연을 접수시키기 위해서이다.



   다큐멘터리 <고소>에서는 몇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가족은 강소(江蘇,쟝수)성에서 올라온 모녀이다. 1996년에 이 아줌마는 4살짜리 딸을 데리고 올라온다. 남편이 건강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갔다가 링거액을 맞고는 갑자기 죽은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서둘러 시신을 화장해 버린다. 아내는 남편의 죽음이 원통하여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북경까지 올라와 이곳에 터를 잡은 것이다. (아! 난감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그것이 병원 측의 과실로 판정받기가 힘들 텐데 중국에선 어떨까...)

 

   몇 년 전에 중국에서 우리나라 외교관(황정일 공사)가 ‘의료과실’로 숨졌다. 어떻게 처리되었냐고? 여기 보시라.얼마 전 뉴스를 보니 유족이 국가(우리나라 대한민국)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더라. (▶관련기사)


   이 중국 아줌마는 4살짜리 딸이 다 자라도록 10여 년을 북경남역에서 노숙하며 신방국 접수처를 찾고 찾고 또 찾는다. 이곳에서는 이런 아줌마, 이런 가족이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끝도 없이 속속 밀려든다. 그럼 신방국에서는 이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다 들어주고 모든 것을 명쾌하게 다 해결해 주는 것일까?




  이런 억울한 인민을 더욱 고통과 절망에 빠뜨리는 상황이 펼쳐진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조금 특이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우리식으로 이야기하면 ‘짭새나 용역깡패’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이다. 상방인들이 북경의 신방국 접수처 건물 앞에 길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이런 사람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당신 어디서 왔어? 강소성 어디?”  그러면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그 상방인을 낚아채어 차에 싣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또는 “당신 어디서 왔지?” 하고는 마구 두들겨 패고 끌고 간다.

    중국 방방곡곡에서 올라온 이들 정체불명의 깡패 같은 사람은 지방의 경찰, 공안, 기관원, 특수요원 등등 다양하다. 이들이 누구일까. 그리고 왜 백주대낮에 국가 공공기관 앞에서 공공연한 불법폭력행위가 자행되고 있을까? 이들 끌려간 상방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방 각 지역에서 파견된 이들 정체불명의 사람들은 상방인을 여관이나 그들 각 지역의 북경출장소 같은 모처에 가두고 폭행하고, 공갈협박한다. 상방행위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가라고.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 하나쯤 강물에 빠뜨려도 아무도 몰라!”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


   중국 신방제도는 공무원들의 직무감찰기능도 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 지방의 치안이나, 법률작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내보여주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중앙에서는 아마도 신방국 실적을 체크하는 모양이다. 그러니 지방에서는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자기 지역 상방인들을 어떻게든 뜯어말리고 사연접수를 막아야하는 것이다. 뭐 그런 현실적인 이유를 포함하여. 지역에서는 이런 상경하여 고소하는 세력을 가만 두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들을 중국에서는 ‘난방’(攔訪), ‘절방’(截訪)이라고 한다. 모두 제지하고 막는다는 뜻이다.


올해 5월 북경에서 있었던 일. 상방인을 잡아가는 관리들에게 항의하는 장면 (관련기사보기)

   온갖 어려움을 다 겪고 올라온 상방인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두들겨 맞고 살해위협을 당해도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지방 내려갔다가 다시 짐 싸들고 올라온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아줌마는 이들에게 끌려가서는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한다. 정신병원과의 유착도 심각하다. 정신병원에 가두고는 상방을 포기할 때까지 알 수 없는 약물을 투여한다. 상방인들은 정신병원 입원과 퇴원을 거듭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내몽골에서 온 상방인들이다. 이들은 기관원에게 내쫓기다가 철로로 달아난다. 그러다가 몇 명이 달려오는 기차에 치인 모양이다. 사체는 그날 밤으로 바로 기관에 의해 수습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그 철로 변에 다른 상방인 몇 명이 모여 추모대회를 열려고 한다.  그들이 비닐봉지를 들고 흩어진 사체 조각을 마저 수습하는 장면이 있다. “이건 코뼈...”, “이건 어디어디...” 그러다가 카메라에 갑자기 잡힌 것은 손가락 몇 개가 붙어있는 절단된 손목 하나이다. (호러영화도 아니면서, 소품도 아니면서 이렇게 진짜 훼손당한 사체를 보여주는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일 듯하다.)

   이 다큐멘터리 <고소>는 원래 5시간짜리 판본이 있단다.  감독이 국내(중국내) 상영용으로 만든 것이란다. CinDi에서 상영된 것은 깐느영화제에서 소개된 124분 버전이다. 암만 봐도 이 영화가 중국에서 온전히 제대로 정상적으로 상영되기는 힘들 것 같다.

 

 사연 많은 중국인, 절망 속에 살아가다

 

  궁금해서 찾아봤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아줌마와 딸의 정체를. 이들은 원래 강소성 태주(泰州)사람이다. 엄마의 이름은 척화영(戚華英). 딸의 이름은 방소연(方小娟). 이들은 여러차례 상경 투쟁(!)을 펼쳤고 여러 차례 수용소로, 구류소로, 정신병원으로 압송되었다. 신방국이나 중국당국입장에선 이들은 정말 골치 아픈 존재일 것이다. 다큐멘터리와는 달리 한 헌신적인 신방국 관리가 딸을 돌봐주었단다. 강소성 신방국장인 장운천(張雲泉)이란 사람이다. (장운천 소개) 우수모범공무원으로 여러 차례 중국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짜오량 감독의 다큐멘터리 <고소>에서도 기구한 사연이지만 다 다루지 못한 더 기구한 사연과 운명도 이들 가족에게 있다는 사실이 우울할 지경이다)


    중국 국가신방국 홈페이지(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접수나 처리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이 제도가 어찌 보면 엄청나게 진보적인 ‘참여민주정치’의 한 일면인 것을 알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이런 법적인 피해세력은 언제라도 반정부, 반체제로 돌아설 여지가 있는 불만세력이지만 중국 정부는 그런 위험성을 무릅쓰고 이런 제도를 만들고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상방제도의 위험성(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사회불안요소이다)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가 유지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몇몇 반(反)중국적 매체보도에 따르면 상방제도에 대한 부작용이나, 외부로 표출되는 방식 때문에 중국당국이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당국은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 대신 이런 중국특유의 국민청원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확고한 의지인 모양이다.  원래 이 제도는 모택동의 연안시절부터 있어왔던 제도이고 문혁 때에도 반대세력을 분쇄시키는 유효한 방식이었다고 한다.

 

멜버른영화제에서의 소동

 

    중국이란 나라는 인구가 많고, 민족구성이 복잡하고, 땅이 넓고, 공산주의-자본주의 성격이 뒤섞여 발전하는 국가이다 보니 이런 영화를 봐도 도대체 진실은 알아도 진리는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중국의 상황을 100% 서구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건 인권의 보편적 접근 문제와는 또 다른 정치적 시각문제이니 여기서는 논의하기를 멈춘다!)

 

    얼마 전 중국 우루무치에서는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의 유혈사태가 벌어졌었다. 중국 당국은 신속하게 이들을 강제진압한 모양이고 시위의 배후세력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레비야 카디르(Rebiya Kadeer)를 지목했었다. 중국에겐 이 여자가 정말 눈에 가시인 존재일 것이다. 위구를 유혈사태 얼마 뒤 호주 멜버른에서는 멜버른 국제영화제가 열렸는데 다큐멘터리 한 편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호주에서 만든 <사랑의 10가지 조건>(THE 10 CONDITIONS OF LOVE)이란 다큐멘터리이다. 이 작품은 레비야 카디드의 민족독립투쟁의 험난한 과정을 담고 있다. 

 

   중국당국은 발끈할 수밖에. 그래서 중국은 멜버른국제영화제에서 전격 철수한다. 중국영화인들이 강력한 항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고 말이다. 당시 멜버른에 출품된 중국작품은 지아장커 감독의 단편 <하상의 애정>, 홍콩영화, 왕가위영화사 작품 <미야오 미야오>, 길림성 조선족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연변 비트박스> 등이었다. 이와 함께 우리 한국관객에게는 가족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은 대만도  이 철수 대열에 동참하여  단편영화 한 편이  출품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적' '반체제영화'  <고소>도 멜버른 상영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참. 기이한 일이지 않은가. 다행히 한국은 <똥파리>, <마더> 등 10여 편이 무사히 상영되었었다.

 

  중국 인터넷을 더 뒤져보니, 지난 2003년에 이미 서신과 직접 방문의 신방 건수가 천만 건을 넘었었다고 한다. 같은 기사에 상방을 통한 문제해결률은 0.2%에 불과하다고 한다. !!!!!!  ( 관련기사


  상방(上訪)이 있으면 접방’(接訪)이 있다

 

  그래도 궁금했다. 중국 정부가 여전히 이 제도를 신뢰하고 실행하려고 하는 의사는 분명해 보인다. 이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이념과 자기네 유구한 민중항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정치양상이니 섣불리 없애기가 어려울 것 같다. 어제 중국 인터넷에는 이런 기사가 났다. 중국 하북(河北,허베이)성 정부는 대규모 ‘접방’(接訪) 정책을 펼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북성 정부는 최근 전체 성급 간부 회의를 소집했고 앞으로 계속하여 하북성 산하 지속기관에 대한 ‘접방’정책을 펼친다고. ‘상방’(上訪)은 지방 주민들이 서울로 올라가서 청원운동을 펼치는 것을 말하고, ‘접방’(接訪)은 공무원들이 지역주민들이 사는 현장으로 직접 내려가서 청원/고소를 청취하는 것을 말한다. 하북성 정부는 산하 고위직 공무원과 기관장들을 5개 접방조직으로 구성하여 각 도시를 돌며 ‘접방’ 서비스를 한다고. 무조건 가서 듣기만 하라는 것이 아니라, 해묵은 문제 등에 대한 대처 결과 등을 엄중히 조사할 것이라고 한다.




 하북성만 그런 것이 아니라 중국 전 성, 전 기관이 ‘상방’에 대해 ‘마치 MB가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 전봇대 뽑아라!’ 한 마디에 난리를 치듯이 공무원 사회가 초비상이 걸린 것이다. 이는 상방으로 인한 불상사, 사태 미해결을 결국 인사고과와 승진에 절대적으로 반영하겠다는 중국당국의 의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지역에서 이런 난리를 펼치는 것은 이른바 ‘無理訪’과 ‘非正常訪’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전부 수도로 올라와서, 청와대 앞에 연좌시위를 펼치는 셈이 되니 그 해결책이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다큐멘터리에서도 잠시 보여주지만 북경남역은 작년 8월 1일부터 이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2008년 8월 8일)을 앞두고 남루하고 지저분하고, 상방인으로 들끓던 북경남역 일대를 초호화 초대형 역사로 재개발해 버린 것이다. 이제는 그 많던 상방인들이 지역으로 흡수되어, 또 다른 방식으로 자기들의 억울한 사연을 펼쳐 놓아야 하는 것이다.

  참...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 많은 억울한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게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그리 흔해빠진 사회단체나 자원봉사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법률상담을 해주는 인권변호사도 없고 말이다. 딱 한 장면. 어느 겨울날. 이 상방촌(上訪村)에 여자 몇몇이 나타나자 거지꼴의 상방인이 줄을 선다. 이들은 그들에게 계란 하나와 국수 두 단씩을 나눠준다. 바람소리 속에 들려오는 대사는 맙소사! 한국말이었다. 아마도 한국의 유학생쯤 되는 모양이었다.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다. 중국 정부가 내버린(?) 사람들을 한국 낭자들이 돕고 있었다니 말이다.

 중국이든 한국이든 억울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힘 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조량(趙亮)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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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민일보 특집페이지
<고소> 멜버른영화제 홈페이지 소개
國務院信訪條例
감독 조량 소개
국가신방국
장운천 소개
상방촌 재개발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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