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雜·念

[꽃보다 남자] 책보다 파리바케트

by 내이름은★박재환 2009.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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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에서 표현된 비디오가게나 서점, 빵집 등 ‘직업’에 대해서는 전혀 그 직종의 고귀함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10년 전 쯤 IMF로 백수 신세가 되었을 때 그때 한가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맞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DJ는 감옥 가 있을 때 책을 엄청 읽으며 (결과적으론) 대통령을 준비했다잖아. 나도 이 기회를 이용하는 거야!” 어떤 기회? 비디오가게를 열어 세상의 모든 영화를 본다든가 작은 서점을 열어 세상의 모든 책을 읽는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후 영화감독이 된다거나 소설가가 된다거나 하는 ‘Next Stage'에 대해선 전혀 계획이 없었다. 아, 와이프가 날 얼마나 한심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런데 그동안 아시다시피 동네 비디오가게는 거의 문을 다 닫아버렸다. 한때는 반짝 ‘비디오시대는 去하고 DVD시대가 도래했다’고 떠들기도 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인터넷과 디지털 디바이스의 발달은 영화콘텐츠 유통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다운받아 보는 이용자 입장이나 영화사 사장 입장이 아니라, 백수가 되어 비디오가게로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입장에서 보자면 확실히 그렇다!!!)  비디오가게는 그렇게 망했고, 이제 남은 것은 책방?

     내가 사는 평촌에는 ‘교보문고’까지는 안 되더라도 제법 규모가 큰 서점이 몇 있다. 뉴코아아울렛 평촌점 지하에도, 바로 그 건너 편 건물 지하에도. 버스 타고  안양1번가 나가면 (서울 본점과는 비교가 안 되지만 그래도 규모가 꽤 큰) 교보문고 안양점도 있다. 범위를 줄여 우리 동네를 살펴보면, 걸어서 5분 거리에 서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앞에 동안고등학교가 있어 학생들 상대로 참고서 주로 파는 서점이다. 물론 여성잡지도 많이 팔리는 그런 서점일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평촌으로 이사 온 지 3년이 되어가지만 그 서점에서 단 한권의 책을 산적도 없다는 사실이다. 여성잡지야 원래 와이프도 안 사보지, 영화잡지야 이런 동네서점에는 월요일 지나서야 들어오지, 단행본이야 기본적으로 인터넷으로 주문할 터이니 말이다. 내가 문화와 담 쌓은 사람은 아니지만 책 유통구조에 있어서는 이미 기존의 방식을 버린 셈이다. 그럼 서점도 비디오가게 꼴 나는가?  

그렇다. 적어도 우리 집 앞 동네서점은 말이다.  

   얼마 전에 항상 주말이면 애 유모차에 태워 서점 앞을 지나가면서 “아, 그래도 서점이 있구나. 동안고 애들이 참고서 많이 사 봐야 할 텐데...”라는 생각을 항상 했었다. (비록 본인은 책 한권 사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서점이 내부수리 들어가더니.. 지난 월요일 새로운 가게가 새로 태어났다. 빵집이었다. 김태희가 아침을 먹는다는 그 ‘파리바께트’가 들어선 것이다. (김태희와 이병헌이 TV드라마에서 공연한단다. <아이리스>라는 드라마이고 하반기에 KBS에서 방송된단다. 야호~)  

   오픈하는 날 이런저런 이벤트를 하더라..  와이프가 낮에 가봤더니 사람들이 미어터질 정도였단다. 김태희가 직접 와서 팬 사인회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단지 ‘8,000원 이상 구매시 머그컵 또는 딸기쨈 증정‘ 행사를 할 뿐인데 말이다.


 

    어제 퇴근하는 길에 그 빵집 앞을 지나가 보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이미 컴컴해진 평촌 아파트 거리. 파리바께트 평촌초원점 앞에선 이벤트업체에서 온 아가씨 둘이 “빵 사세요..”라고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시큰둥하게 바라보다가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 앞에 10미터 쯤 전방에 청바지를 입은 날씬한 여자가 ‘파리바케트 빵 봉투’를 들고 가고 있었다. 아마 8000원어치 빵 사고 딸기잼 한 통 받은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횡단보도에서 흘깃 보니 김태희만큼은 아니지만 여대생쯤 되어보였다. 횡단보도를 건너자 하필 내가 사는 아파트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이런!  

   나도 내 갈 길을 가야지. 그런데 이게 뭐야. 내가 사는 아파트 동 건물로 가는 거 아닌가. 이런이런.. 나도 내 갈 길 계속 가야지. 여자가 갑자기 뛰어간다. 이런이런이런...  밤은 깊어만 가고.. 이런..  나는 한 템포 쉴 수밖에. 수위실을 지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파리 바케트 빵 봉투 든 여자도 그 앞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다행히 꼬맹이 하나가 더 탔다. 그 꼬맹이는 4층, 난 6층, 그 여자는 8층 버턴을 누른다.  

   요즘은 나이 먹은 남자도 한밤에 빵 집 지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갈 때 엘리베이터에 묘령의 여자와 같이 타는 것이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건 무엇에 관해 쓴 글일까요?  

1. 파리바케트 평촌초원점 신규오픈 광고

2. 김태희 신규 드라마 <아이리스> 홍보

3. 아파트 이웃끼리 알고 지내자는 공익광고

4.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문화인의 소회  

정답을 맞히신 분에게는 딸기 잼 한통을 드립니다. (협찬: 없음)  

생각해보니, 블로그PPL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다. 파리바케트 사장님의 연락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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