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튼 대전차군단] 군인의 길

2008. 12. 20. 18:2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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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환 2003/3/6)  아카데미영화상이란 정말 미국 영화산업의 하이라이트이다. 단지 후보에 오르기 위해서, 상을 하나라도 타기 위해서 펼치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홍보전과 톱 스타들의 이미지 업 캠페인을 보자면 그야말로 전쟁 그 자체이다. 그런데 지난 74년의 아카데미 역사에 있어 이처럼 '잘 난' 아카데미를 걷어찬 경우가 두어 번 있었다. 71년 <패튼>으로 남우주연상이 주어진 죠지 스코트와 73년 <대부>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말론 브란도의 경우이다. 죠지 스코트는 후보에 오르자마자 수상을 거부했다. 이유는 배우들끼리 경쟁을 한다는 것은 'meat parade'이며 불공평하다는 것이었다. 말론 브란도의 경우는 미국이 인디안에 대해 부당한 처우를 한다면 수상을 거부했다. 죠지 스코트는 배우들의 자긍심 문제였고, 말론 브란도의 수상거부는 정치적인 이유인 셈. 어쨌든 그런 프라이드로 가득찬 죠지 C. 스코트의 탁월한 연기를 볼 수 있는 <패튼 대전차군단>을 보자.
 
  우선, 패튼이라는 사람에 대해 잠깐 설명해 두는 것디 좋겠다. (패턴 전기까지 구해 읽었음! ^^)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 리스트에는 몇 사람의 유명인사가 있다. '아이크'라고 불린 아이젠하워, 일본 천황에게서 항복문서를 받아낸 맥아더 장군,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 브래들리 장군, 물론 독일의 롬멜 장군도 뛰어난 군인이었다. 그럼, 패튼은?
 
  패튼은 좋은 집안,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나 군인의 길로 나섰다. 1차 대전당시 유럽전선에 참전하였고 2차 대전당시 별을 달고 전차(탱크)전을 진두지휘하였다. 그는 타고난 싸움꾼이었고 천성적인 사고뭉치였다. 그는 전장에 내던져지면 언제나 1등으로 고지를 점령하러 애썼고, 연합국과의 돈독한 합동작전에는 무관심하였다. 그는 과실을 나눠먹기보다는 혼자 독차지하고 싶은 욕심장이였다.
 
  영화는 이런 무모함과 저돌성을 가진 그가 아프리카 튜니지에 주둔한 미국 제2기갑병단에 부임해오며 시작된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오합지졸 같은 병사들을 채근하여-닥달하여-전선으로 내몬다. 그에게는 당시 '사막의 여우'라고 불리던 독일 전차 군단의 롬멜 장군을 박살내고 탱크를 몰아 프랑스까지 내달아 나찌놈들을 몰아내는 것이 삶의 목적이요, 목표였다.
 
  영화 <패튼>은 짐작할 수 있듯이 이러한 호승심으로 똘똘 뭉친 '전쟁광' 패튼의 인간적인 면을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패튼은 자신의 동료이자 부하이자, 상관이었던 (앞서거니 뒤서거니 승진을 하였기에!) 브래들리 장군과 함께 진격전을 이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굳건한 대오을 형성해야할 영국군 사령관 몽고메리를 제쳐두고 진격에 진격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독단은 연합군의 연합전선에 적지 않은 마찰음을 만든다. 그래서 연합군 사령관 아이젠하워나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마샬에게는 패튼이 골치거리 두통거리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싸움꾼으로 적을 무찌르며 전진을 계속 하더라도 그 부작용이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 유명한 싸움닭 패튼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에는 전선에서 배제되어야만 했다.
 
  게다가, 패튼은 전혀 정치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군인이 정치적?" 물론,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당시에는 별을 서너 개 붙인 군인은 정치가일 수밖에 없다. 점령지의 종군기자들은 이 다혈질 장군이 다음에 어디로 진격하여 어떤 폭언을 퍼부을 지가 관심거리일 수 밖에.
 
  패튼은 안하무인격으로 탱크를 몰고 독일군을 압박한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독한 군인정신을 몇 차례 보여준다. 그 중 이 영화에서도 자세히 나온 실제사건 중에 이런 일이 있었다. 패튼은 병원에 실러온 병사들을 시찰나갔다가 한 부상병 군인의 뺨을 치면서 "우리 용감한 부대에 너 같은 겁쟁이는 필요 없다. 당장 병원을 나가!"라고 윽박지른다. 역시 우리 관점에선 이해하기 힘들다. 번쩍이는 별을 단 장군이 일개 졸개의 뺨을 때리면 욕을 쏟아붓는다고 문제될 게 뭐란 말인감? (이 리뷰는 1989년 연말 입대하여 1992년 제대한 박재환이 2003년에 쓴 리뷰입니다. ^^)
 
  그런데, 역시 미국이다. 별을 단 장군이나, 짝대기 하나짜리 쫄따구나 모두가 인간이란 것이며, 전쟁이란 특수상황, 군대라는 조직을 떠나면 모두 평등한 인간이란 것이다. 군에서 졸병이 잘못했다면 재판을 통해 총살시키면 되지 뺨을 때릴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이 어처구니 없는 사건은 종군기자에 의해 미국에도 전해지고 패튼에 대한 여론은 악화일로로 치닫는다. (이기기 위해 파병된 군인이고, 이기기 위해 닥달을 한 장군인데 말이다!)
 
  패튼은 그 사건으로 결국 한직으로 물러나야만 했다. 하지만 독일을 해방시킨 후 또다시 문제를 야기시킨다. 당시 미국은 소련과 함께 독일 나찌스를 패퇴시킨 것이다. 하지만 패튼은 여전히 정치적이지 못하고 다혈질이었다. 그는 대놓고 "우리의 적은 독일이 아니고 소련이다. 군인이 모였을 때 당장 소련을 내몰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물론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있었겠지만 이런 발언은 미국 정계나 유럽 국가권력구도를 기본적으로 뒤흔드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결국 패튼은 아이젠하워와 독대를 가지고 또다시 쫓겨난다.
 
  영화에서는 패튼이 아이젠하워의 집무실에서 굳은 얼굴로 나와서는 브래들리의 위로를 받은 후 자신이 이전에 찾았던 전장터를 돌아보며 끝난다.
 
  이후, 패튼은 별 넷 장군으로 진급하고 독일의 15군 사령관이 된다. 여기선 전투도 없고 승전도 없다. 그는 사냥으로 소일할 뿐이었다. 그해 12월 그는 사냥을 나갔다가 차가 전복하여 목뼈가 부러져서 결국 죽는다. 그토록 용맹을 떨치던 군인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은 것이었다.
 
  1971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탱크전을 그런대로 그리고 있지만 <진주만>같이 CG로 포장한 오늘날의 관객이 보면 분에 차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에 등장하는 전차들이 당시의 전차가 아니란 것이 '옥의 티'란다. (생산 중단된 탱크를 대거 다시 만들 수도 없었을 터이니깐) 그리고 하나 재미있는 것은 연합군 사령부의 벽에 걸려있는 독일지도는 당시의 통일 독일이 아니라 1945년 이후 '동-서'로 갈라진 독일 지도란다. 뭐, 전쟁영화로서의 리얼리티는 상당히 떨어진다고 봐야할 듯.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군인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나온다. 이유 없이 용감한 군인, 너무나 인간적으로 겁 많은 군인,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군인, 개인의 공명심에 가득찬 군인... 패튼에게서는 애국심이나 연합군의 승리보다는 개인적 취향에 따라 병사들을 배치하고 탱크를 전진시키고 승리를 만끽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패튼이 아이젠하워나 맥아더와 병렬될 수 없는 것은 그의 그러한 전적 때문일 것이다. 그는 필드의 사단장-군단장으로 병사를 내몰아 전투를 치를 수는 있었지만 전체를 조합하는 능력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역사학자나 전쟁사가, 군사전문가가 내릴 판단이지만 말이다. (박재환 2003/3/6)



1971년 7개부문수상
작품,감독,남우주연,미술,편집,음향,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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