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2003-4-30] 지난 2001년 7월 14일. 천 카이거 감독이 서울을 찾았었다. 당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곧 한중 합작영화 <몽유도원도>의 메가폰을 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작가 최인호와 '기획을 맡았다는' 패션 디자이너 하용수씨도 있었다. 이날 천 감독은 신작과 관련하여 캐스팅 문제 등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여태 <몽유도원도>의 뒷이야기는 진행이 되고 있질 않다. 대신, 그날 기자회견에서 소품형식으로 이야기했던 작품 <베이징 바이올린>이 이미 중국과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음악과 인생을 다루면서 변화의 격동기에 있는 현대 중국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베이징 바이올린>이 바로 <투게더>이다. 중국 웬제목은 <和니在一起>(너와 함께 있겠어)이다.
<패왕별희>를 통해, 그리고 <현 위의 인생>을 통해, 음악과 인생, 역사와 인간에 대한 '대륙적 풍경'을 보여주었던 천카이거 감독의 <투게더>는 우선 영화적으로 관심이 간다. 그가 중국의 좁은 틀을 벗어나 홍콩, 미국, 프랑스 등 자본을 끌어들이며 '외국인의 눈에 비칠 장대한 중국의 역사와 인민'을 담아내는데 분투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킬링 미 소프틀리>같은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그 직전에 <황제와 자객>(시황제암살)이라는 천카이거판 <영웅>을 내놓기도 했었다. '중국 5세대 감독'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과, 그와 동시에 필요 이상의 질시와 폄하를 내보내던 평자들은 그의 이 변화무쌍함에 대해 할 말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 영화판의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천카이거 감독은 중국내에서 TV탤런트로 인기가 높은 와이프 진홍(陳紅 천훙)을 데리고 현대 베이징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한 천재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정말로' 급변하는 중국의 현재를 알아야할 것이다. (겉핥기로만 하자면, <수쥬>나 <북경 자전거>만 보아도 대강은 이해가 갈 것이다.) 중국은 정말 격차가 큰 나라이다. 인구가 10억이 넘고 땅이 그렇게 넓은지라, 도시와 농촌, 도시도 이 도시와 저 도시에 있어서 경제적인 격차가 너무나 크다. 하지만 등소평 할아버지의 탁월한 지도에 의해 이 10억의 인민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바로 '부와 명예'이다. 물론, '부'와 '명예'는 따로 오지 않는 패키지 상품일 터이고 말이다.
어느날 시골에서 요리사로 살아가던 아버지는 아들을 북경에 데려온다. 유명한 음악선생님 밑에 사사받게 하여 훌륭한 바이올린주자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버금가는 중국아버지의 교육열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천카이거 감독은 그런 '내 아들 출세시키기' 이야기를 담지 않는다. 얼마나 이기주의적이며 세속적인가. 천 감독은 여기에 아들의 출생의 비밀을 담는다.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 '샤오춘'의 생부가 누군지,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우리 한국관객에겐 너무 익숙한 그림들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익숙한 감동', '습관화된 감동'이라고해야 적당할 것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하용수가 의상을 맡았고, 김형구가 촬영을, 그리고 김혜리가 '천카이거 감독'이 연기한 余교수의 와이프로 잠깐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은 '李傳韻(리츄안윈)'이다. 5살때 북경아동바이올린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신동이다. 피아니스트 윤디리와 함께 이야기되는 이 중국음악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다. 신문을 보니 지난 주말 홍콩을 찾아 연주회를 가졌단다. 영화에서 천카이거 감독이 모진 소리를 하는 연주자로 카미오 출연한다. (외모로 보자면... --;)
<빌리 엘리어트>를 재밌게 본 사람은 이 영화로 재밌게 볼 것 같았는데...
* 진개가(陳凱歌) 감독의 중문표기는 Chen Kaige이다. 그래서 대부분 첸 카이거라고 표기하는데.. 정확한 발음은 천 카이거이다. [첸]과 [천]은 많은 차이가 있으니 염두에 두기 바란다. 뭐, 고집스레 '첸카이거' 한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박세리라 하든 팍세리라 하든 팩세리라 하든 사실 신경 안 쓰니깐..*
이 영화에서 천재 바이올린연주자 유소춘 역을 맡은 배우는 당운(唐韵,탕윈)이다. 촬영 당시 13살(88년생)이었고 이미 그 당시에도 뛰어난 연주실력을 인정받았었다. 이후 중앙음악학원에 진학했고 현재 왕성한 연주회를 갖고 있다. (박재환 200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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