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이란어린이는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Where Is The Friend’s Home? 1987)

2008. 4. 5. 20:263세계영화 (아시아,아프리카,러시아,중남미)

반응형

012

(박재환 2003-2-14)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철학적인 제목의 영화에서 <천국의 아이들>이라는 종교적 제목의 영화까지. 이란 영화가 꾸준히 국내에 소개되면서 영화팬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2000년 제5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 일가의 작품들을 집중소개할 때 한 편의 흥미로운 다큐멘터리가 소개되었었다. <우호적인 설득: 혁명 후의 이란영화>라는 작품이었다. 오랫동안 미 제국주의에 맞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느라 세월을 다 보낸 이 나라 영화계의 역량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회교혁명 성공 후 지리산 청학동보다 더한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에 갇혀 사는 이란에서 뜻밖에도 오늘날 이렇게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각광을 받게 되는 영화를 양산하게 된 동기는 이란당국의 영화지원 정책 때문이 결코 아니란 것이다. 회교 국가답게 온갖 제한이 넘쳐난다. (그리고 서구 관점에서보자면) 비민주국가답게 소재에 대한 제한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이유로 이란 감독이 현실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애들 데리고, 시골마을에서, 조용조용하게 소꿉장난하는 것만을 화면에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알고 나면 왜 이란 영화에는 매번 헤질 대로 헤진 운동화만 나오고, 지지리도 못사는 동네 아이들만 등장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때-그러니까, 유신시대 전후- 우리나라에서 나라님이 이런 거 저런 거 하지 말라고 하니깐 우리의 영화감독들이 매번 ‘마담 이야기’나 ‘창녀 스토리’만 다루었던 것과 비교할 수 있겠다. 이란 감독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그런 것조차 못 찍으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영화를 찍은 것이다.

<내 친국의 집은 어디인가?>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1987년 작품이다. 이 작품 이전에도 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이 작품이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대상을 타면서 일약 세계적인 (영화제)감독이 된다. (이 작품 이후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올리브 나무사이로>, <체리향기>,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같은 작품을 연속하여 깐느나 부산국제영화제에 내놓았다)

영화는 이란의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여기는 코케 마을. 초등학교.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일순 조용해진다. 선생님은 숙제검사를 하기 시작한다. 아마드가 지켜보는 가운데 네마자데가 선생님으로부터 혼난다. 공책에 숙제를 하지 않았기 때문. 선생님은 “너 앞으로 노트에 숙제를 안해 오면 퇴학시키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날 아마드는 집에 돌아와 갓난 동생도 돌보고, 엄마 심부름도 하고, 할아버지 담배 심부름도 하고, 숙제도 빠지지 않고 해야 한다. 그런데, 아뿔사.. 자기의 책가방 속에서 짝쿵 네마자데의 공책이 나오지 않는가. 아마드는 걱정하기 시작한다. 네마자데가 숙제를 못해 가면 선생님한테 혼나는데. 진짜 퇴학당할지도 몰라… 아마드는 친구에게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집을 나선다. 엄마는 빵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고, 할아버지는 담배 가져오라고 심부름 시킨다. 아마드는 언덕 너머 저 멀리 ‘포쉬테’ 마을로 무작정 길을 떠난다. 포쉬테 동네에 가더라도 네마자데의 집이 어딘지도 모른다. 일단 포쉬테에 가서 찾아봐야지. 하지만, 아마드의 뜻대로 되지를 않는다. 날은 저물고 동네사람들은 모두들 네마자데가 누군지를 모른다. (“개똥이 집이 어디에요?” “누구 개똥이?” “계란가게 하는 김씨 아저씨 아들 말에요?” “계란 가게 아저씨는 박씨야..” 뭐 이런 식….)

이 영화는 83분이다. 사실, 이 동네에서 저 동네 친구 집으로 공책 한 권 갖다 주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일까? 여하튼 감독은 주어진 소재를 가지고, 감동의 주제를 만들다보니 너무나 천하태평이다. 날은 저물어 마음은 조급해지지만 할아버지의 신세한탄은 끝이 없다. 게다가 왜 그리 잔심부름은 많은지. 아마드가 발을 동동 굴릴 때 관객들도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조그마한 아이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운다고.

결국, 이란 소년은 그렇게 친구와의 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아마드와 네마자데가 원래부터 절친한 친구는 아니었다. 겨우 사는 동네만 파악하고 있는 같은 반 아이였을 뿐이다. 어쨌든 그 이란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부모님께 순종하고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 꼬박꼬박하고 코란에 충실했을 것이고. 원칙에 순응하면 잘 살았겠지. 그 옆 동네 이라크의 후세인 아저씨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키고 있는지는 몰라도.

학교수업시간 끝나면 학원순례하며, PC앞에 앉아 게임으로 하루 24시간을 꼬박 채우는 대~한민국 아이들이 갑자기 너무너무 불쌍하게 느껴진다. (박재환 2003/2/14) 

 

Where Is the Friend's Home? - Wikipedia

Where Is the Friend's Home?Film posterDirected byAbbas KiarostamiProduced byAli Reza ZarrinWritten byAbbas KiarostamiStarringBabak AhmadpourAhmad AhmadpourCinematographyFarhad SabaEdited byAbbas KiarostamiRelease date February 1987 (1987-02) (Fajr) Running

en.wikipedia.org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