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스포일러
영화와 소설의 차이점에 대해서 때로는 상세하게 밝혔을 수도 있으니. 까탈스런 사람은 읽지 마세요.


 

     지난 2월 22일(미국시각) 열린 82회 아카데미 영화시상식에서 영국 출신의 대니 보일 감독이 만든 인도 슬럼가 보이의 퀴즈왕 등극기(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최우수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도 이미 두 번이나 보았고 원작소설도 읽었겠다...  이제 이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리뷰는 따로 하고, 책 리뷰를 먼저 하겠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영화로 보든 책으로 읽든 우선 드는 생각이 굉장히 ‘영화적인 스토리 전개’란 느낌과 함께 인도의 정부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기분나빠할 이야기란 것이다. 그런데 소설책에 저자 소개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 데뷔작 < Q&A>로 전 세계 독자와 언론의 찬사를 받은 비카스 스와루프(Vikas Swarup)는 인도 알라하바드의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알라하바드 대학에서 역사, 심리학, 철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1986년부터 인도 외무부의 외교관으로 터키, 미국, 에티오피아,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근무했다..... 비카스 스와루프는 현재 두 번째 소설을 집필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 파견되어 화가인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살고 있다....  

  그렇다. 그는 현직 외교관이다. 제 나라가 아무리 가난해도 “우리 나라국민은 행복합니다.” 자기 나라 지도자가 아무리 독재자여도 “우리는 미 제국주의에 맞서 하나로 똘똘 뭉쳐 행복합니다.”라고 해야 하는 게 외교관 아닌가? 그런데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 처음 드는 생각이 “아니 인도라는 나라는 말야, 자기나라 국민을 쓰레기 취급하나? 아님 말살시켜도 되는 벌레정도로 여기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위키피디아: 비카스 스와루프)

     아니면 그런 단세포적인 ‘최초의 생각'을 뛰어넘으면 ’참, 인도란 나라는 인구도 많고, 사회구성도 복잡하고, 많은 문제를 지녔지만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민주국가로구나..‘ 하는 전향적 생각을 갖게 하는가? 나에겐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닌 것 같다.  

  그럼, 도대체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단 말인가. 우선 소설을 기준으로 소개한다.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은 ' Q & A '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판되었다. (문학동네, 강주헌 옮김 2007년 12월 24일 초판) 아카데미 소동과는 전혀 상관없이 일치감치 출판된 것이다. 아마도 재판 찍을 때는 제목을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바꾸지 않을까 싶다.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는 원작소설을 다소 변형시켰다. 인도 빈민촌 다라비( Dharavi)소년이 어떤 생지옥 같은 밑바닥 생활을 거치면서,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모든 문제의 정답을 알 수밖에 없는지를 이야기한다. (바로 이러한 설정이 너무나 영화적이며, 작위적인 셈이다! 그래서 당연히 재미있다!!)   (▶Dharavi: 위키피디아, Panoramio,flickr)


  영화에서는 자말, 살리, 라티카가 주인공이다. 자말과 살리는 인도 최하층이 집결해 사는 빈민촌 ‘다리바’에서 고아가 된다. 역시 고아가 된 소녀 ‘라티카’와 함께 빈민가 출신이 결국 어떤 뻔한 최악의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를 보여주며, 그러면서도 지고지순한 사랑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생 자말은 착하게 살고, 형 살리는 나쁘게 산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말은 이런 저런 엄청나게 다양한 인생경험을 거치고는 최고의 상금이 걸린 TV퀴즈쇼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는 것이다. 하필 출제되는 문제란 것이 그가 걸어온 고통과 슬픔의 순간을 캡처한 문제였다는 것이 기적인 것이다.

     소설은 설정이 좀 다르다. 주인공 이름은 ‘람 모하마드 토머스’이다. 그는 인도의 슈퍼스타 ‘아미타브 바흐찬’이 진행하는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 사람 없습니까>를 흉내 내어 만든 또 다른 퀴즈쇼 프로그램 <누가 십억의 주인이 될 것인가?>에 참가하여 거액을 상금을 타게 된다. 이 프로의 진행자인 ‘프렘 쿠마르’는 퀴즈쇼 프로그램이 파산할 지경이 되자 ‘람 모하마드 토머스’를 경찰에 집어넣는 것이다. 이때 한 여자 변호사 ‘스미타 샤’가 등장하여 ‘람 모하마드 토머스’가 어떻게 똑똑하다는 교수들도 다 못 맞춘다는 그 어려운 문제들을 술술 풀어내었는지 그의 인생역경을 듣게 되는 구조이다.  

    영화에서는 자말이 성장해가는 시간적 순서에 따라 문제가 나오고 상금이 부풀어간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조금씩 순서가 뒤섞인다.  (그게 더 사실감이 있는 것 같다)  

   ‘람 모하마드 토머스’와 ‘살림’은 함께 산다. (영화에서는 살림이 친형이지만 소설에서는 친구 사이이다. 그리고 나이도 모하마드가 두 살 많다)  살림은 다바왈라(도시락 배달부)를 하면서 영화배우의 꿈을 키우는 어린 소년이다.  

첫 번째 문제 (1,000루피), 영웅의 죽음  

 


울트라 탑 스타 : 아미타브 바흐찬 - 샤루크 칸  

   6년 전 마하모드와 살림이 가트코파르에서 살 때의 이야기이다. 살림은 힌디 영화광이다. 인도 영화 팬이라면 ‘아미타브 바흐찬’의 시대를 지나 ‘샤루크 칸’(샤룩 칸)을 거쳐 지금은 ‘아르만 알리’의 시대이다. 그는 남성미 넘치는 최고의 액션배우이다.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아르만 알리는 예쁜 여자 ‘우르바시’와 결혼했지만 최근 파경을 맞았다. 살림은 절망적이다. 최근 찌라시 영화잡지 <스타 벗기기>에는 아르만이 우르바시를 만족시켜주지 못해 여자가 이혼을 요구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살림은 속이 상해 그 잡지사를 불 지르겠다고 난리이다.  어느 날 ‘모하마드’는 ‘살림’과 함께 ‘아르만 알리’와 최고의 미녀 배우 ‘프리야 카푸르’가 출연한 최신영화를 보러가게 된다. 이 날 따라 운 좋게 2층 특실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살림이 자신의 우상 아르만의 동작하나하나에 환호성을 지르고 쾌감을 느낄 때 옆자리에 턱수염을 기른 한 노인네가 살며시 앉는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살림이 화면 속으로 쏘옥 빠져들 때 이 남자는 점점 몸을 밀착시키고 소년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변태, 성추행, 아동대상 섹스 어뷰즈, 그리고 동성애...의 의미) 노인이 점차 노골적으로 주물 럭(!)대자 살림은 폭발한다. “이 미친 놈! 널 죽여 버리겠어!”하며 주먹을 날리며 턱수염을 잡아당긴다. 순간 객석의 불이 켜지며 (가짜)수염이 뜯겨진 노인의 얼굴이 드러나는데... 맙소사...  

      퀴즈 쇼 프로진행자 ‘프렘 쿠마르’가 모하마드의 하찮은 직업과 출신을 비꼬는 질문을 던지더니 첫 번째 질문을 내놓는다. “요즘 영화에서 최고의 연인으로 출연하고 있는 아르만 알리와 프리야 카푸르가 처음 공연한 영화는 무엇일까요?”

      모하마드가 어떻게 그 첫 번째 질문을 못 맞출 수가 있을까. 동생의 영웅의 본색이 그렇게도 사악할 수가 있을까. 이 문제는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아미타브 바흐찬’과 ‘샤루크 칸’은 실존인물이지만 ‘아르만 알리’와   ‘프리야 카푸르’는 가공의 스타이다. 첫 번째 문제부터 꿈과 동경이 무너져 내리는 슬픈 소년성장기 같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도 인도영화팬이 있다. 꽤 많은 인도 미녀여배우들이 알음알음 알려졌다.
내가 아는 인도 여배우는 <신부와 편견>에 나왔던 아이쉬와라 라이(Aishwarya Rai)와 성룡 김희선 주연의 <신화>에 잠깐 나왔던 말리카 쉐라왓(Mallika Sherawat)이 다다.

 

  두 번째 문제 (2,000루피) 성직자의 짐  


   주인공 ‘람 마호모드 토머스’의 출생과 이름의 비밀이 밝혀진다. 그는 태어나서 수녀원 앞에 버려진다. 그리고 성당 정원사 부부에게 입양되었다가 또다시 버려진다. 마지막으로 티모시 신부가 소년을 거두어 키운다. 당시 인도에서는 종교/종파에 따른 살해극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름에 따라 출신을 가르고 죽이고 살리는 비극이 실제 일어나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람 모하마드 토머스’로 지어진다. ‘람’은 힌두교식, 모하마드는 이슬람식, ‘토머스’는 서구식. 이제 모든 종교에서 공평하게 만족시키는 이름이 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도 첫 번째 문제처럼 암울하다. 새로 온 성당 신부가 동성애자이며 아동대상 SEX ABUSE를 저지르는 악마였으니.. 결국 티모시 신부가 성당에서 악마를 죽이고 함께 자살한다. ‘람 마호모드 토머스’는 성당 제단 위에서 못 박힌 커다란 그리스도 상과 ‘INRI’라는 글자를 잊지 못한다. (라틴어: IESVS· NAZARENVS· REX· IVDÆORVM, ‘Jesus of Nazareth, King of the Jews’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라는 뜻)  


   프렘 쿠마르 두 번째 문제를 내기 전에 속삭인다. “내가 답을 가르쳐주지. 너 FBI 들어봤지? 무슨 약자인지 들어봤니?” 마호모드 “몰라요.”프렘 쿠마르 난감한 표정. “그럼 뭐, 아는 약자 있어?” 마호모드 “FBI는 몰라도 INRI"는 압니다. ”그게 뭔가? "십자가 위에 쓰인 글씨에요/.“ 확인해볼게 ”잠깐 광고 들으시고 계속하겠습니다.~“ 마호모드는 두 번째 문제도 정확히 맞춘다.  

  두 번째 문제를 통해 인도 빈민가 아이가 어떻게 영어를 할 수 있는지 합리적인 해답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영국 신부님 손에서 자란 것이었다. 그리고 신부의 죽음과 함께 또다시 빈민가로 내던져지게 되지만 말이다. 프렘 쿠마르가 퀴즈정답을 가르쳐주는 것은 그와 그 퀴즈프로의 정체를 알려주는 것이다. 쿠마르는 쇼 프로그램을 재밌게 하기 위해, 쉬운 문제를 알려주고, ‘빈민가출신 소년’의 극적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나중에 상금 좀 올려놓고 어려운 문제 내어 떨어뜨려버리면 되니깐...  

세 번째 문제 (5,000루피) 동생의 약속

   술에 빠져사는 천문학자가 자기 딸을 강제 추행한다. 마호모드는 참을 수가 없다.

 

네 번째 문제 (10,000루피) 장애인을 위한 배려  

   영화에서 ‘미국 100달러 지폐에 그려진 대통령’을 알아맞힐 수 있었던 것은 ‘자말’이 앵벌이 집단에서 끔찍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소설에서는 고아원에서 앵벌이 집단에 팔려가는 끔찍한 과정을 서술한다. 10살 마호모드는 이곳에서 8살 ‘살림 일랴시’를 처음 만난 것이다. 인도의 맹인 시인 수르다스가 어떤 신을 찬송했는지 당신은 아는가?  

다섯 번째 문제 (50,000루피) 아니, 어떻게 호주말까지 알았지?  

   마호모드는 영어를 알기에 호주대사관의 무관집에 하인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호주말을 배우게 된다. 말(馬)이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식 랭귀지를 말이다. 물론 문제는 외교문제였다.  

   영화에서는 이 에피소드가 빠진다. 하지만 작자 비카스 스와루프가 외교관이란 것을 염두에 두면 대사관에서 벌어지는 이런 ‘군사기밀을 둘러싼 스파이전’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여섯 번째 문제 (100,000루피) 단추를 떨어뜨리지 마라  

   역시 작가가 외교관이어서 그런지 다국 문화에 관심을 가진 모양이다. ‘아이티의 부두교’이야기도 등장한다.  

일곱 번째 문제 (200,000루피) 웨스턴 익스프레스 살인사건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에피소드이다. 호주 대사관을 나온 뒤 큰돈을 몸에 지니고 기차에 올랐다가 강도를 만나게 된다. 달리는 기차에서 일어나는 인도의 무법천지 현상이 그에게 ‘회전식 연발 권총 리볼버’를 머리에 각인시킨다.  

여덟 번째 문제(500,000루피) 어느 군인의 이야기  

   이 부분은 영화에서 빠진다. 1971년 인도와 파키스탄의 치열했던 국경전쟁의 뒷이야기 - 애국과 배신, 비겁한 자의 최후-를 다룬다. 나름 이 지역분쟁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울 내용이다.  

아홉 번째 문제 (1백만 루피) 살인면허

    영화 초반에 자말의 어머니가 죽는 것은 빈민촌에서의 종파간 폭동에서이다. 힌두교가 이슬람교도를 쇠파이프로 내려치거나 불에 태워 죽이는 끔찍한 광경이었다. 소설에서는 더욱 충격적인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살림이 버스를 타고 가는데 길가가 지옥으로 변한다. 차가 뒤집히고 상점은 폐허가 되고 거리곳곳에는 핏자국이 묻어 있다. 폭도들이 버스에 몰려온다. 그리고는 이름을 말해보라고 그런다. “힌도교도는 버스에서 내려주겠지만 이슬람교도는 그대로 앉아 있어라.” 아르빈드, 유샤, 자틴, 아룬..  정말 인도의 비극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후효현(허우샤오시엔)의 대만 영화 <비정성시>를 보면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일본이 패망한 뒤 대만인들이 기차에 올라 복수를 하는 장면이다. 일단 말을 시켜보고 대만 말을 못하면 “넌 쪽바리군”하고 린치를 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차에 탄 ‘양조위’가 극중에서 말을 못하는 언어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열 번째 문제 (1천만 루피) 비극의 여왕  

   이번 에피소드는 영화천국 인도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단락이다. 왕년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배우가 조용히 은둔생활을 하며 겪는 이야기이다. 할리우드 영화 <이브의 모든 것>과 우디 앨런의 <브로드웨이를 쏴라>를 같이 보면 재밌는 내용이다.  

열 한 번째 문제 (1억 루피) 러브스토리, 혹은 엑스 그크르즈 오프크누  

  영화에 재밌게 등장하는 타지마할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도가 그렇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고, 인간이란 것이 너무나 나쁜 ‘신의 피조물’이란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된다. 문제는 타지마할이 아니다.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셰익스피어 문제였다. 빈민촌출신이 어디 <삼총사>만 못 읽어 봤겠는가. 셰익스피어가 아마도 부동산업자인 줄 알았어도 이상할 게 없다. 모하마드는 여기서 전화 찬스를 쓰는데  그가 전화를 건 사람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사람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지옥에도 천사가 있다는, 인도에도 미래가 있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타지마할: 위키피디아, panoramio)

열두 번 째 문제(10억 루피)  타지마할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여기서 대반전이 일어난다. 교활한 프렘 쿠르마는 타지마할 문제를 낸다고 하고선 정말 어려운 문제를 낸다. 10억 루피가 지급되면 방송사 문을 닫아야하니깐. 그런데 그것보다 모하마드가 왜 이 퀴즈 프로그램에 출전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목적은 엄청난 상금도, 찾을 수 없는 옛 여자 친구도, 인도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느낌은 할리우드 액션 정도였다는 사실.  

  챕터, 챕터가 모두 인도의 암울한 현실과 범죄현장, 사악한 인간본성을 그리고 있다. 그런 진창구덩이에서 천사 모하마드가 살아남은 것이었다. 영화를 봤으면 소설도 보기 바란다. 소설 보고 영화 보는 것 보단, 영화보고 소설 보는 게 훨씬 인도에 대한 이해의 폭과 인간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퀴즈 아카데미에 나갔던 박재환  

    참. 내 경험담. 나도 TV퀴즈 프로그램에 나간 적이 있다. 잊어버리기 전에 그때 일을 기록해둬야겠다. MBC에서 하는 <퀴즈 아카데미>였다. 학기 초에 다니던 학교가 거의 휴교상태가 되어버렸다. 당시 학내민주화가 열풍처럼 번지던 시절이었다. 수업은 없고, 캠퍼스는 시끄럽고.. 그래서 ‘에이 노니, TV에 나가 돈이나 벌자’해서 여의도 MBC를 찾아갔다. 분명히 전화로 확인한 것은 예선시험 거쳐 오리엔테이션 같은 거 한다고 했었다. 같이 나갈 사람은 ‘지금은 밝힐 수 없는 모 인사’였다. 그런데 토요일 오후, 방송국 사무실에 들어가니 피디가 너무나 반갑게 우리를 맞는 것이었다. 학기 초에는 출연자가 없어서 방송 펑크 낼 지경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예비시험도 없다. 그냥 “다음 주 목요일 녹화날 오라!”는 것이었다. 이런.... 지금 신청해놓으면 서너 달 뒤에 출연할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상식공부 좀 하지.. 하는 작전이 어긋난 것이다. 잘못하면 모든 사람 앞에서 무식이 탄로 나게 생긴 것이다. 다음날 (일요일) 같이 나가기로 했던 사람이 “나 못 나가겠다.”고 한다. 큰일 났다. 피디에게 전화하니.. “절대 안 돼! 다른 친구 없어?”그런다. 그래서 대타로 ‘똑똑한 친구’를 섭외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놈으로. 적어도 물리문제나 역학문제 나오면 맞출 수 잇을 것이다. 이 친구. 나 때문에 갑자기 별안간. TV쇼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것이었다. 어찌되었냐고? 승승장구.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런데 마지막 팀에게 아슬아슬하게 패했다. 그 팀은 나중에 7주 연속우승해서 유럽여행티켓 손에 쥐었고 말이다. 나는 내가 맞춘 마지막 문제를 아직도 기억한다. 정답은 “찰리 채플린‘이었고, 자막 올라갈 때 소감을 묻는 아나운서에게 ”재밌네요.“라고 한 마디 시니컬하게 대답했던 걸 기억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 퀴즈 프로그램에서도 ‘조금의 조작 같은 것’이 있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내가 지금 방송사에 근무하니 지금은 밝힐 수 없다. 물론, 그 조작이란 것이 출연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시청자를 전적으로 속이는 것은 아니다. 단지 게임을 재밌게 하는 편집이나 출제의 묘일 것이다..... 라고 나는 지금 믿고 있다. 그때 퀴즈대회 나가서 출연료로 세금 떼고 4만 원 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품으로는 ‘폴로라이드 카메라’를 받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정도 문제수준이었다면 ‘한 3~4개월 정도’ 공부하고 나갔으면 아주 쉽게 7주 연속우승하고 유럽티켓 손에 쥐었을 것 같다. 여하튼.. 그때 내가 TV나간 것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더라. 나중에 군대 들어가니. 그걸 기억하는 고참이 다 있더라.. 물론.. 지금은 아무도 기억해주질 않지만 말이다. ... (박재환 200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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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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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주말에 슬럼독...이영화 어때?

    Tracked from 민이와 별이의 미니어쳐 세상 2009/03/20 17:16  Delete

    안녕하세요~꽁이에요.^^ 날씨도 좋고~ 야외로 놀러 가기 딱 좋은 날씨인것 같아요. 이번주말 모할까 고민되시면 영화 한편 어떠세요.? "슬럼독 밀리어네어" 추천합니다! 저는 제목도 잘 몰랐고, 예고편을보고 그냥 인도느낌이 나는 영화라고만 생각하고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될 지 생각도 못했어요. 슬럼독 밀리어네어 하지만 별기대없이 생각없이 봐서인지 저는 꽤 재밌게 봤습니다. 영화를 깊이 보고, 감독이 누구이며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지 생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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