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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의 중국영화이야기


세계 경제위기의 한복판에는 금융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이 휘청대니 미국 산업의 근간이랄 수 있는 자동차산업이 비틀댄다. 그리고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흔들거린다. 정말 '대마불사'라고 여겨지던 그런 초대형 매머드 금융기관이 이 정도라니... 정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에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미국의 대형 기업은 보통 몇 대 째 이어져 내려오며 탄탄한 기반을 자랑하지 않았던가.

 

오늘 중국뉴스를 보니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나왔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장수 브랜드가 소개되었다. 중국에서 최고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업체는 상해의 안경점 '오량재'(吳良材)라고 한다. 1719년부터 사용한 이 브랜드는 289년째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최초로 사용된 브랜드는 ‘노향원고수’(露香園顧繡)라고 한다. 명나라 가정제연간(1521~1566)부터 사용되었다고. 500년이 넘는 브랜드이다.

 

그럼, 조사 들어갑니다.


좀.. 된... 오량재 '브랜드' 안경입니다 


   오량재 안경,. ‘오량재’(吳良材)는 역시 사람이름이다. 이 업소는 청나라 강희 58년(1719년)년에 세워진 가게에서 출발한다. 원래 이름은 ‘징명재 주보옥기포’(澄明齋 珠寶玉器鋪)였단다. 이름으로 봐선 아마 보석상인 모양. 기록에는 함께 수정과 안경 등을 다루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가경 11년에 ‘오량재’란 인물이 가게를 맡으면서 ‘오량재 안경점’으로 바꾸고 안경을 주력사업으로 했단다. 이 업소는 날로 번창했단다. 서태후가 아꼈던 덕령공주(德齡公主)도 이 업소 단골이었다고. 중국이 공산화된 후에도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오량재안경점’은 최고의 인재로 최고의 제품을 생산해 내었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안경점에서 중국 공군비행사 고글과 국산 카메라렌즈를 최초로 개발했다고 한다.
 

 
오래된 신문에 실린 오량재안경점 오픈광고


  ‘오량재안경점’에 대해 더 찾아보니.. 오량재 안경점의 본점은 상해에 있고 현재 중국 전역에 걸쳐 100여개 도시에 200여 개의 프랜차이즈 점포가 있다고.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오량재’ 상표를 둘러싼 분쟁이 시끄럽다. 상해의 ‘오량재’와 ‘소주’의 오량재가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 상표권의 맹점 때문에 결론이 쉽게 나지 않을 것 같다. (상표등록과 관습적 브랜드 사용, 그리고 인터넷 시대 들어서서 吳良材.COM 등록까지 시끄럽다!)

 
오량재안경과 같은해 태어난 돌장승 (이미지출처: 네이버블로그)

  (보너스: 오량재 안경의 출발점인 ‘강희 58년’이 서기로 몇 년인지 계산하기 귀찮아 인터넷에 ‘강희 58년’을 치니 뜻밖의 검색결과가 나왔다. 전라남도 나주 운흥사지에 있는 돌장승이 이 해에 세워졌다고 한다. 그 참~)


중국 최고의 자수를 아십니까

 


  그럼 중국 최초의 브랜드인 노향원고수(露香園顧繡)는 뭘까. 이건 중국 명나라 가정제 때 시작된 ‘자수’의 일종이란다. 원래 송강부(宋江府)의 고명세(顧名世) 집안의 비기(?)였단다. 고명세가 정원(중국식 정원은 우리식 정원과는 좀 차이가 있음, 일단 규모면에서 --;)을 만들었는데 그 정원 이름이 ‘노향원’이었다고. ‘노향원’은 흔적도 없어졌지만 지금의 상해 황포지구에 가면 노향원로(露香园路)라는 길은 남아있다. 이 집안의 자수(刺繡)가 워낙 곱고 아름다워 지금까지 그 이름을 날리고 있다. ‘노향원고수’는 풀어쓰면 ‘노향원의 고씨 집안 자수’라는 뜻. 그런데 ‘노향원’이 사라졌듯이 진짜 ‘고씨’집안의 무형문화 전승자는 중간에 도태된 모양이다. 최근 들어 ‘고수’에 대한 무형문화재 전승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세계 최고 구닥다리(?) 브랜드는?

   여기서 궁금. 그럼 '세계최초'는. 인터넷으로 간단하게 'WORLD oldest brand'라고 입력하니 줄줄이 나온다. (인터넷이 편하긴 편하군)

 
 

  영국 라일리 사의 골든 시럽 (Lyle's Golden Syrup)이란다. 우리가 음식할 때 단맛을 내는 조청처럼 사용하는 시럽이라고. 1885년부터 생산된 제품인데 깡통 디자인이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황금색 통이라고.  (▶관련기사보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는?  설마 안성탕면은 아니겠지.

 

 

  우선활명수. 부채표 까스활명수를 만드는 동화약품 창업주의 아버지가 1897년 궁중에서 사용하던 생약비방에 양약의 장점을 결합시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무려 111년. (▶동화제약 홈페이지)

 

 

  지금은 없어진 이명래 고약은 1906년에 나왔단다.(‘명래제약’ 2002년 도산했지만 여전히 한 해 1억 원 정도의 이명래 고약이 소량 판매되고 있단다) (▶관련기사보기 한겨레21)

 
100년, 1000년을 이어온 장수 기업들
 

   오래된 브랜드를 찾다가 다른 기록도 알게 되었다. 오래된 기업은? 우리가 흔히 말하기를 일본은 가업을 이어가는 전통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실제 위키피디아에 올라온 기록들을 보니 일본 애들의 ‘대를 이어 한 우물을 파는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키피디아의 ‘가장 역사가 오래된 기업들’(▶ 위키피디아List of oldest companies)을 보면


 




1위를 차지한 업체는 일본의 ‘금강조’(金剛組;공고구미)라는 건설업체이다. 서기 578년(飛鳥時代 第30代敏達天皇 6年)에 설립되어 지금도 ‘집’을 짓는단다. 1578년이 아니라, 그냥 578년이다. 1400년이나 된 건설업체이다. 세상에!!!!!!  (▶회사 홈페이지)
 

   그런데 그런데 세상에.. 금강조가 593년에 세운 절 사천왕사(四天王寺;시텐노지) 항목에 가보면 더욱 놀란다. ‘금강조’의 기원은 그 시기에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백제 기술자이다. 기록에 남아있는 기술자 가운데 유중광(柳重光)이 있다. 전주를 본관으로 하는 ‘문화 유씨’였단다. 백제에서 건너간 사람들은 금강(錦江)을 금강(金剛)으로 삼아 일본 성씨로 삼은 모양이란다. 바로 그 ‘금강’이 ‘공고’이다. 서기 593년 사천왕사가 완공되고 당시 쇼토쿠 태자는 유중광의 집안은 대대손손 사천왕사를 보수 관리하라고 명했단다. 그로부터 1400년 간 이 집안은 이 절을 유지보수관리하고 있단다. (▶관련 블로그 글 읽기)

 

  그런데 아이고 맙소사. 이거 << KBS 스페셜>> 지난 1999년 11월 14일 <금강조, 1400년의 약속>이란 제목으로 방송한 것이란다. 쩝; 찾아봐야겠다.. --;  

 

     한국핏줄이 1400년간 지켜왔다는 것이 대견스러웠는데....... 일본 위키보니 이런 최신정보도 추가되어있었다. 1400년 동안 ‘金剛’가문에 의해 경영되던 이 ‘공고구미’가 지난 2005년 경영난 끝에 결국 일본업체에 경영권이 넘어갔단다. 조금 아쉽다.  (▶일본 위키피디아)

 

2위 업체 역시 일본업체

 
(이미지출처: 일본 온천안내사이트)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 역시 일본업체이다. 서기 717년에 문을 연 호시(法師)’라는 여관이다. 이 여관은 이시카와(石川)현 코마츠(小松)시 아와즈(粟津)온천지역에 있다.  (▶공식 홈페이지)

 

    일본 위키피디아에는 ‘친절하게도’ 2006년 공고구미가 파산한 후 현재 운영되는 가장 오래된 기업이라고 소개되었다. 지금 여관 주인(法師善五郞)은 46대 주인이란다.

 

 다시 한 번 위키피디아 리스트를 보니 상위권은 모두 일본과 독일, 특히 일본이 휩쓸고 있다. 왜 그리 많은지 이상할 정도이다. 독한 민족이다. 지겹지도 않나. --;

 

   리스트가 1713위까지 있는데 '한국'업체는 없다. 중국업체로는 1663년에 문을 연 장샤오취앤(Zhang Xiaoquan)이라는 업체가 417위에 랭크되어 있다. 업종이 'Scissors'란다. 이건 또 뭐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강희제 때 처음 만들어진 이 가위는 항주 지역 최고의 특산물 중의 하나가 되었단다. 인터넷 뒤져보니 항주 말고 상하이에도 장소천 가위점(▶홈페이지)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도 '상표분쟁'이 만만찮은 듯.




이런 가위도 생산합니다

 

이 업소는 각종 칼, 가위를 만들고 있다. 중국제라고 무시하면 안된다!

 

  기업의 역사나 브랜드의 역사 등의 기준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 민족은 변화에 빠르고, 외부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한다고 자위하는 모양이다.

 

 뭐. 요즘 현대적 개념에서 기업의 수명은 평균 30년이라는 조사도 있다. 딱 ‘한’세대다. 1세대 기업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 직장생활이란 것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이다보니.. 기업/브랜드의 수명은 더욱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 잘 나가는 애플의 ‘아이팟’도 5년 내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잖은가.

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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