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리산에 반달곰이 있을까? 물론 있지. 그럼 호랑이는 있을까?

공식적으로는 1924년에 덕유산에서 사냥꾼에게 사살된 수놈 호랑이가 마지막 야생 호랑이라고 한다. 그런데 누군가 지리산 심산유곡에라도 들어갔다가 디카로 살아있는 호랑이를 찍었다면 어찌 될까? 언론매체에선 "호랑이는 살아있다!"라며 지리산 일대에는 카메라 기자들과 동물학자, 환경보호론자들이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다.

 

  중국은 어떨까. 중국은 산도 높고, 골도 깊고, 땅도 넓다보니 '호랑이'가 아니라 '쥬라기 공룡'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각 성(省)마다 살아있는 야생호랑이를 발견하면 큰 난리를 치른다.

 

"(보잘 것 없는) 우리 동네 뒷산에 호랑이가 살아요"

"이번 여름휴가 우리 동네 오면 야생 사파리를 만끽합니다"

"호랑이의 포효소리를 직접 들어보세요."

"호랑이 고기 먹어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

 

식으로 동네 브랜드 홍보도 되고 관광산업을 유치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중국에 딱 맞는 어이없는 사건이 지난 해 터졌다. 장소는 중국의 변방이랄 수 있는 섬서(陕西)성에서 일어났다.
 

 


중국호랑이 = 화남호(華南虎)
 

  중국에서는 자기들 야생호랑이를 화남호(華南虎)라고 부른다. 중국호랑이(中國虎)라고도 불린다. 이놈은 중국 남부지방에 주로 살았고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30마리의 야생 화남호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중국에서는 18개 동물원에 47마리가 살아있다고 한다. 현재 중국 1급 보호동물로 지정되어 있다고.(위키피디아에서)

 

2007년 10월. 살아있는 화남호를 찍다!

 

 
제가 찍었어요. 뒷산에서..


    그런데 사라진 것으로 보이던 야생 화남호가 발견된 것이다. 섬서성 안강(安康)시 진평(镇坪)현 성관(城关)진 문채(文采)촌에 사는 촌민 주정룡(周正龙)이란 사람이 2007년 10월 3일 산에 갔다가 호랑이를 발견하고는 사진을 찍었다. 이 '호랑이 사진'은 곧 ‘산림’과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섬서성 임업청(林业厅)에 의해 크게 홍보되었다. 주정룡은 상금 2만 위앤을 받았다.

 
캐논디카로 찍은 살아있는 생생한 야생 화남호
 
 

  그런데 이 호랑이 사진이 인터넷에 보도되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가짜 호랑이' '종이 호랑이'논란이 일었다.

 

   10월 19일 중국과학원 식물연구소 종자식물분류학 창신연구소조 (음; 이름부터 꽤 권위 있어 보이네요 --;)의 한 수석연구원이 "사진은 가짜이다"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복잡해지자 섬서성 임업청 관리와 주정룡은 사진을 갖고 '국가'임업국'에 출두하여 보고했다.

 

   원래 섬서성 이곳에는 화남호가 살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이미 호랑이생태조사가 이루어지던 곳이라서 '국가임업국'은 사건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국가임업국'차원에서 현재 야생화남호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면서 국가임업국은 공식발표를 하기를...

 

  "국가임업국은 보호구 내에 호랑이가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사진의 진위여부는 우리 기관에서 할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는 관여하지 않는다. 사진 진위여부는 사진 방면의 권위자가 판단할 문제이고 우리 임업국은 호랑이가 있는지 없는지, 그 지역을 자연보호구로 지정할지 말지를 결정한다."고 잘라 말했다.

 

   시골아저씨 주정룡은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로 호랑이를 여러 장 찍었다고 한다.

 

   10월 29일 섬서성 임업청은 주정룡이 찍었다는 살아있는 화남호 사진의 원판필름과 확대 인화사진, 그리고 디카 사진을 전시했다.

 

  섬서성 임업청은 사진에 대한 논란이 민간에서 나온 것이며 유관기관에서 의문을 제기한 곳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한 청년법학도가 국가임업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국가임업국은 마땅히 섬서성 임업청의 ‘말도 안되는’ 행위와 주정룡의 사기행각을 조사해야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1월 11일 발매된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서도 섬서성 화남호 사진문제를 다루었다. 하지만 사진의 진위여부에 대한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저 호랑이 사진 우리 집에도 있어요~

 

임업국 차원에서 조사한다고 난리를 칠 동안 인터넷에서 답이 나왔다.

 

   화남호 사진이 자기 집 벽에 걸려있는 '달력' 사진과 같다고 인터넷에 글이 올라왔다. 그 달력을 제작한 업체도 곧 밝혀졌다. 절강성의 '이오연화공장'(义乌年画厂)이었다. 업체도 자신의 달력 제품이 맞다고 밝혔다. 제품 번호는 TQ8301 벽화라고 한다.

 
내가 그 호랑이입니다...
 

   호랑이의 출처는 '쉽게' 발견되었지만 사진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었고 섬서성과 국가 임업국의 책임문제 공방이 이어졌다.



여기 많으니. 몇 마리 가져가세요..
 

    그 와중에 섬서성 진평에서는 다시 호랑이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랑이가 있긴 있는 모양!) 이번엔 선명한 발자국 모양이 찍혔다.

 

이번엔 선명한 발자국을 '직접'찍었어요.. 뒷산에서... (조금 앙증맞게 생겼다 ^^)

 

  사기극은 확실한데 누가 누구를 사기쳤는지 애매할 무렵에 달력 제작사가 주정룡과 섬서성 임업청에 근무하는 관극(关克)을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했다. 주정룡에게는 사과와 1만위앤의 배상을 곤극에게는 2만위앤을 청구했다.

 

 해가 바뀌어 올 2월 4일. 끝까지 책임 없다고 뻗대던 섬서성 임업청은 "정확한 검증없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공식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문제로 섬서성 임업청 부청장 주거룡(朱巨龙)이 사직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초 국가임업국은 사진의 진위여부를 공안부 물증검정센터에 의뢰했는데 공안부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그후 다른 검증기관을 물색했지만 다들 난색을 표했다고도 한다.

 

(당시 중국에서는 양회(两会)등 정치일정이 겹쳐 화남호 사건이 화제의 중심에 떠올랐다)

 

 4월 10일 인터넷에는 섬서성 진평현 입구에 대형 광고판이 들어섰다고 보도했다. 간판내용은

 

游自然国心、闻华南虎啸、品镇坪腊肉

나라의 중심에 놀려와서, 화남호 울음소리도 들어보고 진평에서 잡은 고기 맛도 보세요...

 

가짜 사진 논란에 가끔 진짜 권위자의 코멘트도 등장했다.

 

 미국의 저명 법의학자 이창옥(李昌钰) 박사가 사진에 대해 한 마디한 게 보도되기도 했다.  "가짜다. 사진에 후반작업을 잘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중국농민들의 PS(포토샵작업, 뽀샵질) 수준이 너무 높다는 이야기 밖에 못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달력회사는 절강성 오이시에서 주정룡을 제소했는데 법원관할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달력회사는 6월말에 진상은 이미 밝혀졌다며 소송을 취하했다.

 

<증거물1> 그 사진 속 '진짜' 호랑이 직접 잡았습니다...
 

   6월 29일 섬서성 성정부와 공안청, 감찰청 등은 공동으로 '주정룡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한다. 주정룡이 달력 사진을 찍었고, 목각으로 호랑이 발자국을 찍었다는 것이다. 주정룡은 사기죄로 기소될 것이고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임업청 관계자 등 13명이 인사처분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증거물2> 앙증맞은 호랑이 발자국 도장입니다.

 

  1심 재판은 9월 23일 섬서성 안강시 순양법원에서 시작되었다. 주정룡에게는 사기죄(嫌诈骗罪)와 더불어 불법탄약소지죄(非法持有弹药罪)가 적용되었다. 그이 집에서 탄약 93발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총알은 섬서성에 호랑이조사대가 왔었고 주정룡이 그들을 현지 가이드해줄 때 그들이 두고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2심 재판은 그제(11/17) 열렸다. 주정룡은 1심과는 달리 '변호사가 당황할 정도로'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다. 그 때문인지 2심 결과는 사기죄에 대해 '유기징역(有期徒刑) 2년, 벌금 2천 위앤과 불법탄약소지죄에 대해서는 유기징역 1년 6개월, 병합하여 유기 2년 6개월 형을 판결하며 집행유예(缓刑) 3년을 언도했다.

 

그는 어제 오전 수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중국언론은 전했다.

 

 

- 위키피디아의 '화남호'를 보니 이런 설명도 있군요.

 

  모택동이 1959년에 대약진운동을 벌일 때 화남호를 '인류의 적'이라고 말했다네요. 이후 중국에서는 야생호랑이 등 야생동물에 대한 대대적인 '제거'작업에 들어갔답니다. 1976년에 이르러 2,000마리였던 호랑이는 200마리로 줄었답니다. 모택동 사후에 멸종 동물들에 대한 보호정책이 나왔답니다. 1986년 이후 중국에서는 야생 화남호가 목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현재 과학적으로 인공사육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위키피디아互动百科)


1955년 호랑이 사냥관련 기록 사진입니다
 

    모택동을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은 당시 호랑이 피해가 꽤 심각했던 모양. 여기 가 보면 호남성 일대에서의 호랑이 피해와 호랑이 사냥 이야기가 나와있다. (▶法制周报 기사)

- 이 문제는 좀더 깊이 봐야할 게 지역경제활성화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중국에는 수많은 성과 도시, 동네에서 기상천외한 축제와 행사가 벌어집니다. 호랑이가 발견된다면 엄청난 관광자원으로 그 지역이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실제 그런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동물원의 호랑이 사진을 찍어 야생동물이라고 TV에서 특종보도하기도 했어요... 이 사건은 다음에 시간나면 소개...

그리고.. 보너스 사진들


호랑이도 때려잡을 주정룡 아저씨의 <다이하드4>패러디 포스터


자세히 보면 <다이하드>의 중국어 제목 <호담용위>(虎膽龍威:호랑이의 담대함, 용의 위엄)을 절묘히 패러디 했다.  (화남虎와 주정龍)



패러디 하나 더 ..  

유덕화 장백지 주연의 홍콩 코미디 <천방지축>(원제:老鼠愛上猫)을  패러디한 것
주정룡과 함께 나온 아저씨는 섬서성 임업청의 '관극'이다.


패러디 하이라이트
주정용 아저씨의 디카는 캐논(佳能) 400D 였다고...


유튜브에 올라온 재기 넘치는 패러디 광고...

 

'캐논'디카의 특수기능에는 피사체를 얼이 빠지게 한다는 것..

주정룡 닮은 아저씨가 그런다..

"제가요. 이 카메라로 호랑이를 20분간 찍었는데.. 그놈 꼼짝도 안하더랬어요~"  




들통나기 전에 주정룡 아저씨는 TV카메라 기자에게
천연덕스럽게 "제가 이렇게 저렇게. 산에 올라가서..
저쪽 바위 위에 있는 그놈을 사진으로 찍었어요.." 그런다...

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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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히로유키 2008/11/19 15: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거참...합성티가 폴폴 나는데, 그걸 믿고 대대적 홍보를 한 직원이 더 바보같군요...

  2. kkk 2008/11/21 18: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역시 환타지 중국-.- 저렇게 정면으로 찍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겠죠.

  3. qnseksrmrqhr 2009/10/21 15: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있을만한 곳이라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혹시 어느 산 속엔가 웅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