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흥행감독 풍소강의 드라마

2008. 4. 20. 19:53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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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5-1-6]   원제는 天下無敵(천하에 대적한 상대가 없다)이 아니라 天下無賊(세상에 도적이란 없다)임

  몇 해 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 각 국의 독립영화인들이 모여 심포지엄을 연 적이 있다. 당시 '지하전영' 등 특별한 정치적인 고려말고는 중국의 독립영화가 한국 영화팬에게 어필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후 로우예나 지아장커 영화가 한국에 이런저런 경로로 소개는 되지만 13억 중국인 대부분은 이들 영화 감독의 존재를 잘 모른다. 마치 우리나라 일반 영화 팬들이 박찬욱이나 강제규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지만 그 이외의 수많은 영화감독에 대해선 잘 몰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듯이 말이다. 오히려 중국 인민들은 풍소강이란 감독을 더 잘 알고 있다. 그는 해마다 중국적인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 영화적 재미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1958년 생인 풍소강 감독은 고교(高中)졸업 후 군대 문선대(北京軍區文工團)에서 미술설계 일을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방송사에 들어갔다. 그리곤 TV드라마 각본을 곧잘 써서 영화판에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그는 97년에 [갑방을방](甲方乙方)을 시작으로 [불견불산](不見不散)(98), [몰완몰료](沒完沒了)(99년), [일성탄식](一聲嘆息), [거장의 장례식](01), [핸드폰](手機)(03년)을 잇달아 내놓으며 중국 유일의 대중 흥행감독이 되었다. 실제로 중국 인민들은 장예모 감독 영화보단 풍소강 감독 작품에 더 열렬한 반응을 보인다. 그가 [핸드폰] 성공 이후 곧바로 뛰어든 작품이 [천하무적]이다. 잇달아 흥행작품을 내놓은 덕에 굴지의 기업들이 PPL에 발벗고 나서는 등 제작비 조달이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로왔다. 홍콩 톱스타 유덕화와 대만의 유약영도 쉽게 캐스팅할 수 있었다. 하나 아쉬운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주성치의 출연을 기대했었지만 주성치는 [쿵푸 허슬] 때문에 이 영화 출연에 난색을 표했다. 대신 풍소강은 주성치의 [쿵푸 허슬] 초반부에 나와 험악한 꼴로 죽는다.

[천하무적]은 조본부(趙本夫)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원작소설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관계로 영화만을 소개한다.

유덕화와 유약영은 부부 도둑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막 한 졸부 집에서 BMW 승용차 하나를 등쳐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렇다. 이들 부부는 소매치기이며, 도둑이며, 사깃꾼인 셈이다. 광활한 (중국) 서부 들판을 가로지르는 BMW안에서 부부 사이에 말싸움이 시작된다. 유약영은 이제 그만 '강호'를 떠나고 싶어한다. 도둑의 삶에 싫증을 내고 어딘가에 정착하여 행복하게 살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덕화는 그런 유약영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둘은 그 자리에서 바로 헤어지자며 결별 선언을 한다. 황량한 들판을 터벅터벅 걷던 유약영 앞에 한 시골뜨기 청년이 나타난다. 그 청년은 거금 6만 元을 들고 도시로 돌아갈 참이었다. 유약영은 이 청년과 함께 기차에 오른다. 유덕화도 그 기차에 오른다. 소매치기 패거리를 이끌고 '갈우'도 그 기차에 오른다. 이제부터 이 장거리 기차 안에서 천하제일의 소매치기들이 순박한 청년의 허리춤에 꽂아둔 6만 元을 차지하기 위해 술수를 부리게 된다.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영화등급제가 없다. 그런 이유로 범죄의 구체적인 묘사는 불가능하다. 모방범죄의 우려 때문이다. 좁은 기차 통로에서 두 사람이 스쳐지나가면서 지갑을 빼내거나 핸드폰을 슬쩍하는 장면 등은 그야말로 예술적이다. 마치 서극의 무협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우아한 손놀림, 몸동작이 연출된다. 특히 유덕화와 갈우의 훔치는 솜씨는 그야말로 '신의 손' 수준이다. 착하게 살고 싶어하는 유약영은 어린 양의 6만 元을 꼭 지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강호에서는 그런 인정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소년은 세상에 도적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유약영도 세상엔 선과 악이 영원하지는 않다고 믿는다. 그 와중에 유덕화는? 유덕화는 6만 元을 내버려 두기도 아깝지만 새 삶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약영이 임신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2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고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사이에 기차는 계속 달리고 시간은 가고, 6만 元에 접근하는 소매치기의 눈은 더욱 번뜩인다.

이 영화의 정식 DVD가 나오기 전에 중국 극장에서 찍은 캠버전을 먼저 본 적이 있다. 영화보다 관객 반응이 더 궁금했다. (캠 버전의 유용한 점!) 중국 관객들은 유덕화의 이상한 영어 억양에 던진 웃음보다 능글맞은 소매치기왕 갈우의 대사에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 영화평자로서는 전혀 웃기지 않은 대사에서도 중국관객들은 확실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게 풍소강 감독 작품이 중국인민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리라. 풍소강 감독 영화는 중국 내에서도 북경과 상해에서의 흥행열기가 차이가 난다. 마치 우디 앨런이 뉴욕과 연결되듯이 확실히 풍소강 영화는 북경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최근 곽재용 감독의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가 PPL의 향연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 영화도 만만찮다. 관객들은 유덕화 타고 가는 BMW부터, 휼렛 패커드 노트북, 노키아 핸드폰, 차이나모바일의 무선모바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 목록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영화는 기존의 풍소강 감독의 영화에서 선사하는 희극성보다는 인간 본연의 선악관에 더 촛점을 맞추었다. 유덕화의 최후와 유약영의 마지막 장면 등에서는 제법 여운이 오래가는 드라마적 감동을 안긴다.  (박재환 2005/1/6)

天下無賊 A World without Thieves (International English title)
감독: 풍소강
출연:
   刘德华 ..... 王薄
   刘若英 ..... 王丽
   李冰冰 ..... 叶子
   葛优 ..... 胡黎
   王宝强 ..... 傻根
   傅彪
   徐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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