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생의 위한 연주 (로만 폴란스키 감독 The Pianist 2002)

2008. 4. 5. 13:07유럽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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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2-8-6)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은 많이 알려져 있다. 초기작 <물속의 칼>이나 <반항>, <악마의 씨>는 나름대로 매니아에게 잘 알려져 있을 뿐더러 나스타샤 킨스키가 나왔던 <테스>, 세기말적 사랑을 그렸던 <비터 문>, 독재시대에 자행된 성추행을 그린 시구니 웨버 주연의 <진실> 등이 감독의 정신적 궤적을 되돌아보게 하였다. 사실,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자신만큼 드라마틱한 삶을 산 감독은 흔치 않다.

폴란스키 감독은 태어나기는 프랑스에서 태어났지만 2차 대전 발발 2년 전에 그의 부모가 폴란드로 이주했었다. 나치점령 하에 부모는 수용소로 끌려갔고 어린 폴란스키는 가까스로 게토(유태 거주지역)를 탈출하여 카톨릭 신자의 집에서 연명할 수 있었단다. 그의 어머니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었다. 그의 불행은 유년시절의 비극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1969년, 당시 임신 중이었던 그의 아내 샤론 테이트(영화배우)가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의 추종자들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 당한다. 폴란스키의 불행(?)은 계속된다. 1977년 잭 니콜슨의 집에서 당시 13세 소녀와 성관계를 맺은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이듬해 그는 LA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기 불과 몇 시간 전 프랑스로 출국한다. 그날 이후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 땅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13세 소녀는 몇 해 전 “폴란스키 감독이 고통을 받을 만큼 받았다. 이제 미국에서 작품생활을 하도록 해야한다.”고 밝혔지만 미국 법정은 여전히 폴란스키가 중범죄인이며 미국에 들어오는 즉시 체포되어 1년이상 50년 미만의 징역형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영광을 누린 폴란스키 감독은 미국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암울한 개인사를 가진 폴란스키 감독이 홀로코스트를 다루었으니 영화팬으로서는 관심을 가질만하다. 스필버그 감독이 <쉰들러 리스트>로 홀로코스트의 비극적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었고, 로베르토 베니니가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의 감동을 충분히 보여준 상태에서 폴란스키의 시각은 어떨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이 작품은 2차 대전당시 나찌 히틀러의 끔찍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실존 인물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다. 당시 폴란드에는 40만 명 정도의 유태인이 있었고 이들은 곧 게토로 내몰렸고 이후 수용소로 실려 가서는 전부 한 줌 재로 변해버린다. 39년에서 45년까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에서 살아남은 20여 명의 유태인 중 한 명이 바로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Wladyslaw Szpilman)이다. 전쟁이 터진 후 유태인들이 어떻게 게토로 내몰렸고, 그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가 아주 담담하게 펼쳐진다.

많은 영화에서 보아서 알 수 있는 것은 당시 독일은 인류문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비인간적 만행을 태연스레,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자행했음을 알 수 있다. 유태인들은 이유 없이(물론 수많은 명목이 붙었다!) 처형된다. 심심풀이로 죽어나간다. 인류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똑같은 이유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아마, 독일인은 여타 유럽인에게 평생 잊지 못할 죄악을 저지른 것이리다. 최근 들어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만큼이나 우려되는 것은 독일의 부흥이다. 통일이후, 미국 부시 대통령의 독주에 반기를 드는 형태로 독일은 자연스레 또다시 강국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끔찍한 과거를 지닌 나라의 부활이란 것은 사실 무서운 것이다.

물론, 피아니스트를 다룬 영화답게 음악은 ‘예술’이다. 주인공이 독일군 장교 앞에서 목숨을 내걸고 연주한 곡은 쇼팽의 발라드 1번이고 Janusz Olejniczak가 연주했단다. (박재환 2002/8/6)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 감독: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 출연: 애드리안 브로디(블라디슬로 스필만), 토마스 크레치만(윌름 호센펠드 장교), 프랭크 핀레이(아버지), 모린 리프만(어머니), 에드 스토파드(헨릭), 제시카 케이트 메이어(할리나), 줄리아 라이너(레히나), 에밀리아 팍스(도로타), 루쓰 플렛(제니나) 한국개봉: 2003/1/1 

[위키 The Pianist (2002 film)| Roman Polanski| Władysław Szpilman(블라디슬로프 스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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