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경이로운 스파이, 이던 헌트와 톰 크루즈

2025. 5. 18. 14:18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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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임파서블’ (Mission: Impossible)은 원래 미국 CBS에서 방송된 인기 TV드라마였다. 1966년부터 73년까지 일곱 시즌이 방송되었고, 80년대에 ABC채널에서 두 시즌이 더 방송되었다. 우리나라에선 <제5전선>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빰~빰밤 빠 밤밤”이라는 랄로 쉬프린의 테마곡은 이 TV드라마에서부터 쓰인 곡이다. 정확한 감독기관을 알 수 없는 비밀기관  ‘IMF’요원들은 각자 무기, 잠복, 변장, 컴퓨터, 팜므파탈 등 전문기술을 가졌다. 화려한 테크닉으로 적들의 아지트에 잠입, 야욕을 분쇄하는 이야기이다. 

할리우드에서 흥행배우로 커리어를 쌓아올린 톰크루즈 는 파라마운트와 영화제작을 논의했고, 그 첫 번째 프로듀서 작품으로 이 드라마의 영화화를 선택한 것이다. 톰 크루즈는 ‘변장과 기만’이라는 서커스적 요소에 끌렸던 것 같다. 브라이언 드 파머 감독의 작품이 세상에 나올 때 까지만 해도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엄청난 프랜차이저가 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프로듀서’ 톰 크루즈는 이후 감독을 바꿔가며 판을 키워나갔다. 액션의 규모, 빌런의 사악함은 매번 도약을 거듭했다. 악을 응징하기 위한 이던 헌트와 동료들의 분투가 30년간 이어졌고, 마침내 피니시 라인에 선 듯하다. 2년 전, <데드 레코닝>에서 이념적으로나 (정신)의학적으로나 비교할 수 없는 가공스러운 악당이 등장한다. 초악성 바이러스처럼 디지털상의 모든 정보를 탈취, 인터넷을 장악, 모든 디지털기리를 통제할 수 있는 AI이다. 전편에서 이단은 엔티티(Entity)에 접속할 수 있는 키를 손에 쥔다. 하지만, 그 키를 어디에 사용할지는 알 수 없다.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의 위치도 모르고, 악당 가브리엘도 사라졌으니. 이제 가브리엘과 끝내지 못한 마지막 대결을 펼쳐야하고, 그 비밀의 열쇠를 엔티티 코어에 접속해야한다. 디지털 세상에서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인간 육신의 한계에 도전해야한다. 

● 이단 헌트 액션의 총합

<파이널 레코닝> 도입부는 이단 헌트의 30년 스파이 활약상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의 곁의 연인, 동료, 악당들. ‘얼굴도 모르는 이를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비밀의 요원이다. 그에게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전달된다. 세계는 이미 AI에 의해 통제불능의 상태에 놓였다고. AI는 핵무기 보유국의 모든 전산망을 휘저으며 통제권을 확보하고 있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 북한의 핵 통제권이 넘어간다. 남은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미국도 위태롭다. 루터가 죽는 순간까지 매달리던 ‘포이즌빌’을 엔티티의 원소스인 ‘포드코바’에 접속시켜야한다. 이제부터 이단 헌트는 딜레마와의 싸움, 불가능한 임무에 뛰어든다. 시간이 없다. <파이널 레코닝>은 이단 헌트 액션의 총합을 보여준다. 런던 도로를 질주하고, 헬리콥터에서 베링해 찬 바다로 뛰어내리고, 러시아 잠수함을 스치듯 지나가고, 심해에서 필사의 유영을 펼쳐야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쌍엽기에 매달려 아찔한 죽음의 곡예를 선사한다. 관객들은 보는 내내 톰 크루즈가 온몸으로 펼치는 ‘이단 헌트 학대’에 말문이 막힌다.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1편(96)을 찍었을 때가 34살이었고, 짐 펠프스를 연기한 존 보이트가 58살이었다. 이제 톰 크루즈는 62세가 되었고, 펠프스의 아들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 세월이 무정하게 흘러갔지만 IMF의 비밀주의와 요원의 소명의식은 여전하다. 1편에서 이단 헌트가 천장에 밧줄에 매달려 CIA비밀시설에 침투했을 때 커피잔을 든 그 요원을 북극 베링해 기지에서 다시 만나는 것은 ‘미션임파서블’ 팬에게는 반가운 선물이 될 듯.

 <파이널 레코닝>은 톰 크루즈의 액션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인간의 통제권을 뛰어넘은 A.I.의 극악무도한 미래상에 대한 예언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것은 2025년에 보게 되는 핵무기 통제에 대한 영화적 상상력이다. 톰 크루즈만큼이나 스파이 액션물에 진심인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핵무기의 저주, 발사버턴의 딜레마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초반에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북한의 핵이 넘어가고, 곧 이어 프랑스가 뚫린다. 마지막 4강(영국, 중국, 러시아, 미국)이 남았을 때 벙커 속 군 지휘부와 최고 통수권자는 복잡한 경우의 수를 세기 시작한다. “우리 핵무기 통제권이 AI에 의해 탈취된다면?” AI가 언제, 어디로 핵을 발사할지 모른다. 아마도 마지막 수는, 우리가 불벼락을 맞기 전에 먼저 쏘아야한다는 결론일 것이다. A.I.는 수십 억 가지의 경우의 수를 계산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페일 세이프>에서 다뤄진다. <파이널 레코닝>에서도 군사령관이 대통령에게 ‘희생당할 우리 도시’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할리우드 대작에서 인공기 펄럭이며 사일로에서 핵미사일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 섬뜩하다.
 
사실 <미션 임파서블>1편에서 초반부에 IMF 요원들이 죽는다. 이후 시리즈를 거듭하며 그들은 죽는다. 이단 헌트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작전과 임무를 계속 한다. 그들이 어떻게 죽어도 세상 사람들은 그들이 누구였고, 어떤 희생을 했는지 모른다. 그들은 완벽하게 익명으로 살고, 죽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정원 모토(원훈)는 몇 차례 바뀌었는데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나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無名)의 헌신”이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은 영국 피카딜리 광장에서 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 사이먼 페그, 그렉 데이비스, 폼 클레멘티에프가 서로에게 눈인사를 하더니 각자 조용히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사라진다. 빰~빠바밤빠바밤!

두 번 보시라! IMAX로 보시라. 불가능한 임무로 사라져가는 에단 헌트와 영화의 열정과 액션에 진심이 톰 크루즈를 경배하며!

참, TV드라마 <미션 임파서블>을 만든(제작/감독/각본) 브루스 겔러는 비행애호가였다. 그는 1978년 세스나기를 조종하던 중 안개 속으로 추락 사망했다. 그 때 나이 46살이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원제: Mission: Impossible - The Final Reckoning) ▶감독: 크리스토퍼 맥퀄리 ▶출연: 톰 크루즈(에단 헌트), 헤일리 앳웰(그레이스), 빙 라메스(루터), 사이먼 페그(벤지), 에사이 모랄레스(가브리엘), 폼 클레멘티에프(파리), 그렉 타잔 데이비스(테오 드가) ▶수입/배급:롯데엔터테인먼트 ▶개봉:2025년 5월17일/169분/15세이상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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