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축구가 만드는 이상적인 세상 (김태균 감독 A Barefoot Dream, 2010)

2010. 6. 17. 10:28한국영화리뷰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한국은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호쾌한 승리로 이끌면서 화려한 서전을 장식하였다. KBS, MBC를 압박수비로 꽁꽁 묶어두고 SBS의  단독 드리볼로 중계된 이 게임은 시청률이 70%에 달했다. 한국 팀이 잘하면 잘할수록 시청률도 따라 올라갈 것이다. 축구는 시청률을 견인할뿐더러 여러 가지 파급효과를 낳는다. 이전엔 축구 때문에 지역감정 차원이 아니라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이번 그리스 전 축구가 끝나고 편의점에선 콘돔판매가 4년 전에 비해 5배가 늘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역시 대단한 축구이다. 그 대단한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영화가 월드컵 열기에 얹혀 개봉될 예정이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맨발의 꿈>이다.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한국아저씨 이야기이다. 동티모르라니? 동티모르라는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동티모르, 축구를 선택하다

동티모르는 서남아시아, 인도네시아의 한쪽에 있는 작은 나라이다. 40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곧바로 인도네시아에 접수된 시련의 나라이다. 수많은 희생을 치르고 난 후, 21세기가 되어서야 독립국가가 되었다.(2002년) 이런 나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곧잘 1인당 GDP를 이야기한다. 독립당시 400달러가 채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16,500달러란다!) 여하튼 우리나라 강원도보다 조금 작은 국토면적에 100만 명 정도의 국민이 가난하게 산다. 외세의 지배와, 해방, 가난의 경험이 있는 한국으로서는 묘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독립의 혼란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UN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상록수부대가 파병되기도 한 나라이다.

한편, 김신환이라는 축구선수가 있었다. 선수시절 축구만 한 사람이 선수생활을 관두면 어찌될까. 김신환 선수는 잘 안 풀린 경우이다. 1980년대에 실업팀 선수생활을 하다가 사회로 뛰어들었다. 연신 사업에 실패하고 그 탈출구로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물론, 외국에서도 안 풀리긴 마찬가지. 있는 돈 없는 돈 다 날리고 실의에 빠져 이국땅에서 술잔을 기울일 때 알아들을 수도 없는 현지TV의 뉴스에서 낯익은 모습을 보게 된다. 동티모르의 한국군 부대가 현지인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장면이다. 김신환 감독은 무작정 동티모르란 곳으로 날아간다. 눈앞엔 맨땅에서 맨발의 어린이들이 축구공을 차고 놀 뿐이다.

한국인, 축구를 가르치다

영화는 김신환 감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삼는다. 김신환 감독은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국제유소년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기적을 일군 ‘동티모르의 히딩크’ 소리를 듣는 사람이란다. 박휘순은 이 영화에서 사업실패를 거듭하고 동티모르까지 내몰린 축구선수 출신 한국인 사업가 김원광 역을 맡는다. 에스키모에 냉장고를 팔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이들 동티모르 사람에게 축구화를 팔겠노라고. 멋진 ‘짝퉁’ 축구화, 화려한 ‘짝퉁’ 유니폼을 쌓아두지만 파리만 날릴 뿐 단 한 켤레도 안 팔린다. 이유는 1인당 GDP가 바닥인 나라에서 축구화는 호화사치상품일 따름이다. 김원광은 사업 아이디어를 짜낸다. 아이들에게 우선 축구화부터 신겨놓고 축구를 하게 한다. 돈은 매일 1달러씩 후불제로. 아이들은 열심히 축구공을 차고, 시장에서 열심히 돈을 벌지만 하루에 1달러씩 갖다 바치는 것은 너무나 힘든 미션이다. 하나둘 짝퉁 축구화를 반납한다. 게다가 어수선한 동티모르 정세는 테러와 폭동 수준의 내전으로 발전한다.

크로싱의 감독, 동티모르를 가다

어찌 보면 뻔할 것 같은 스토리이다. 좌절을 맛보고 서울에서 내려온 코치가 시골에서 가능성이 많은 야생소년을 잘 조련시켜 중앙무대에 화려하게 데뷔시킨다는 그런 성공담 말이다. 종목은 축구이고, 민족 분규가 곁들여진 다국적 영화이다. 이 영화의 감독 김태균은 <크로싱>이라는 눈물 없인 볼 수 없는 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이다.(크로싱 리뷰 보기) 북한에 기근이 들고 북한인민들이 굶어 죽어간다는 것은 다 아는 이야기인데 김태균 감독은 그 ‘다 아는 이야기’를 눈물겹게 그려냈었다. 그 영화에서 가난한 아버지 차인표와 아들이 쏟아지는 빗속에서 축구‘뽈’을 다루는 장면이 있었다. 축구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희망을, 부유한 사람에게는 열정을 안겨주는 모양이다. 김태균 감독은 가난한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던져주고, 한국식 스포츠맨십과 한국식 이상을 심어준다. 잘 차면 성공할 수 있고, 비록 성공할 수 없더라도 그 과정에서 보람과 내일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 말이다.

동티모르, 공 하나에 희망을

영화에서 벌어지는 동티모르의 민족분규는 우리로선 상상하기 힘든 그림이다. 파괴와 공격을 펼치는 사람은 동티모르의 독립을 반대하는 친인도네시아 세력이다. 독립과정에서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동티모르인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고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런 힘든 과정을 무릅쓰고 인종적 갈등과 역사적 아픔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아이들의 축구가 활용된 셈이다. 한국인 축구감독은 처음에는 몰랐겠지만 말이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소년들의 유일한 희망이 유럽리그에 진출하여 큰돈을 버는 것처럼, 동티모르의 아이들도 인도네시아 리그에 진출하는 것이란다. 그 가난한 소년들은 한국인 축구화 장사꾼의 꾐에 빠져 비싼 축구화를 신어보고, 게임을 통해 영원한 스포츠경기의 이상적인 형태인 팀워크를 다져보는 것이다. 축구선수들 하나하나는 동티모르의 역사가 남긴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산다. 축구를 통해 서로 뭉치고 달리면서 협력하는 것이다. 국가의 영광이나, 빵 한 조각은 뒤에 남겨진 이야기이다. 결국 이들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리베리노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단다.

힘내라, 대한민국 외교관들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외교부 사람들이라면 굉장한 프라이드를 가진, 멋진 세계인일 것이다. 아마도 UN의 한국대사관 직원을 생각한다면. 그런데, 이라크나 (그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그 나라에 우리 대사관이 개설되었는지조차 몰랐을) 동티모르에서 일하는 우리 외교관들은 어떤 모습일까. 모르긴 해도 이 영화에서 배우 고창석이 연기하는 박인기 서기관의 모습 아니겠는가. 전쟁만큼이나 살벌하고, 개성 강한 한국인이 와서 사고라도 치면 뒷수습하기 바쁘고, 한국의 위상에 맞는 거드름도 피워야하고..... 고창석이 연기하는 동티모르 주재 박인기 서기관을 통해 우리나라 외교관의 고달픈 업무를 엿볼 수 있다.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에 서울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었고, 몇몇 영화나 드라마 작품에서 국정원이 협조했었다. 이 영화를 통해서는 우리 외교통상부는 이미지에 있어 굉장한 ‘플러스’ 평가를 받게될 것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세계 평화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존재로서 말이다. 영화는 어찌 보면 한국전쟁 직후 “기브미 쪼코렛”하며 ‘양키’를 쫓아가던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지만, 그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인간적이며, 또한 이상적이다. 이 영화는 그런 아날로그적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동티모르에서 영화촬영을 앞두고 오디션을 실시했는데 ‘영화’란 것이 처음 만들어지는 나라라보니  오디션 자체가 힘들었단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축구를 하는 배우들은 김신환이 가르친 축구선수 위주란다. 아마추어들로 채워진 영화임에도 여느 이란 감독의 영화보다 훨씬 리얼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동티모르 유소년축구선수들이 어렵게 일본에서 펼쳐지는 국제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동티모르로서는 건국 이래 첫 번째 국제대회 참가이다. 이 영화에선 정말 눈물겨운 경기실황 생중계 장면이 있다. 모두들 라디오 앞에 모여 중계방송을 들을 때 대통령 집무실에서 그 나라 대통령도 함께 환호하며 즐거워한다. 바로 ‘샤나나 구스망’이다. 이 영화 촬영당시에는 동티모르 대통령이었고, 지금은 국무총리이다. 동티모르 사람들은 김신환 감독을 기억하고, 동티모르의 어린 축구선수들은 박지성 선수를 자신들의 별로 여긴단다. 이 영화는 축구영화로, 그리고 동티모르에게 한국이 작은 희망을 안겨준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오 필승 동티모르~

김태균 감독은 정말 기묘한 영화를 만든다. 영화의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그 스토리에 감동받게 하는 이야기꾼이다. 그가 다음 번 영화에서는 이라크의 지뢰소년을 담든, 아프가니스탄의 눈먼 소년을 다루든, 아니면 소말리아의 해적꼬마를 주인공으로 하든 우리는 전혀 다른 국제적인 우리들의 꿈을 엿보게 될 것 같다. 돈잔치로 얼룩진 월드컵 축구가 시들해지면 극장으로 가서 이 영화를 꼭~ 보시라. (박재환)

 

 

[크로싱] X같은 ‘인생은 아름다워’ (김태균 감독 Crossing, 2008)

(박재환 2008.6.25.) 지금부터 10년 전인 1998년 12월 20일 오후 8시, KBS 1TV [KBS스페셜]에서는 충격적인 르포 프로그램을 하나 방송했다. 제목은 <<1998년 지금 북한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였다.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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