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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견아랑] 로맨티스트 주윤발 본문

중국영화리뷰

[우견아랑] 로맨티스트 주윤발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08.02.14 21:58

[Reviewed by 박재환 1999/3/11]    주윤발의 신작 <커럽터 (Corruptor;홍콩제목 魔鬼英豪)>가 최근 미국에서 개봉되었다. 그리고 조디 포스터와 공연하는 <왕과 나>는 현재 말레이지아에서 열심히 촬영중이고 있고 말이다. 그런 주윤발의 옛날 전성기때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우견아랑>은 두기봉 감독, 주윤발, 장애가 주연의 1989년도 작품이다. 주윤발이 <영웅본색>이나 <첩혈쌍웅> 같은 작품에서 트렌치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시거를 입에 물고 쌍권총을 쏘는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인 반면 그에게는 또다른 재능이 있었으니 바로, 로맨티스트 배우라는 것이다. 물론 <영웅본색>에서도 그의 우수에 깃든 눈동자와 허탈한 철학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많은 작품들 - <등대여명>, <가을날의 동화> 등에서 그의 이러한 묘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어쩜 그는 그러한 푸근하고 넉넉한 인상이 그의 자산이요, 여타 홍콩 스타들과 구별되는 매력일 것이다.

대부분의 홍콩스타들이 헐리우드로 진출하는 동안 (그리고 몇몇은 자신들의 한계를 알고는 홍콩에 남아있는 동안) 주윤발도 미국에 진출했다. 물론 그의 첫 신고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는 그런저런 미국식 액션물로 만족해야했지만 그렇게까지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우삼의 첫 작품 또한 그런 식이었고, 성룡 또한 미국진출을 노리며 십 여년 전부터 처량할만큼 애처로운 단역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주윤발에게 있어서 한가지 특별한 것은 대부분의 홍콩스타들이- 그리고 대부분의 홍콩인들이 그러하듯이- 미국식 이름을 또하나씩 다들 갖고 있는데 반해 주윤발은 영문 이름이 없다. 오직 "Chow Yun-Fat"라는 광동식 발음으로 미국시장에 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만큼 그의 상품가치, 대중 스타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미국인들이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홍콩스타가 주윤발이다. 그에게서는 동양인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내면적 깊이가 묻어나오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로맨티스트로서의 주윤발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주윤발은 이 영화에서 한물간 경주용 오토바이 주자 "아랑"으로 나온다. 장발. 머리를 길게 치렁치렁 길려서는 하는 행동도 껄렁거리는 그러한 3류 인생같이 등장한다. 그는 어린 아들 녀석과 단 둘이 홍콩에 흔히 있음직한 아주 좁은 집에서 살며, 매일 아침 자명종소리에 눈을 떠서는 매일 지각소동을 펼치며 아들놈을 학교로 보내놓고는 회사로 간다. 그는 건설현장의 트럭기사이다. 그는 어린 아들 놈과 맨날 티격되며 별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가지 않을 것 같은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곧 관객은 그 인물의 과거와 현재를 하나씩 보며 동화되어간다. 그는 젊은 시절 오토바이를 타며, 청춘을 질주할 때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파파(장애가)이다. 하지만, 그녀의 집안에서는 이런 껄렁한 자유주의자, 위험한 모토사이클 선수를 좋아할 리가 없다. 둘은 사랑을 하지만 그들 앞에는 많은 난관이 있을 뿐이다. 임신한 파파는 어느날, 주윤발이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날밤 윤발이 아랑은 파파의 뺨을 때리며 갈테면 가라고 밀친다. 임신중이었던 파파는 계단에서 굴려 떨어지고, 그 길로 둘은 헤어지게 된다. 아기는 죽은 걸로 알고, 파파는 미국으로 떠난다. 그리고, 마치 우리나라 70년대 영화처럼, 남자는 그 자리에 있고, 여자는 10년만에 돌아오지만, 그들사이에는 없"었"던 아이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 아이가 이들의 유일한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뻔할 것 같은 스토리는 주윤발이 또다시 오토바이를 탄다는 것으로 산산조각날 운명에 처해진다. 여자는 광고제작자(감독)로 돌아와서는 아역을 뽑다가 그 아랑의 아들 "파기"를 보게 도니다. 그제서야.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자기의 아이가 이렇게 성장해 있음에 기뻐한다. 하지만, 그녀에겐 새 애인이 있었고, 아랑에게 그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갈 것이라 한다. 아랑은 그렇게도 사랑하고 기다렸던 여인이지만, 그녀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보내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는 다시 오토바이를 타게 되는 것이다. 오래 전 사고로, 그의 몸에는 철사와 보울트 너트가 박혀있지만, 다시 한번 젊음을, 아니 삶을 불사를수 있는 "질주"를 택한 것이다.

정말이지, 언젠가 유행하였던, 그리고 오늘날 정말 보기 힘든 한국식 멜러드라마의 진수를 보게 된다. 주윤발은 최후로 오토바이를 탄다. 시합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영화가 다들 그렇듯이 오토바이 사고로 죽을 것이다. 폭발과 함께말이다. 그러면 여자와 아들이 달려올 것이고, 그들은 한없이 울것이다. 그들이 서럽게 울수록 관객들도 더욱더 슬퍼지고, 더욱더 동화되는 것이다. 그것이 멜로드라마의 눈물의 미학이며, 카타르시스인 것이다. ^^

주윤발이 젊었을때 오토바이선수였을때부터 그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던 동료로 "오맹달"이 나온다. 여전히 맹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장애가는 배우로뿐만 아니라 감독으로도 각본가로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주윤발이 마지막에 오토바이를 탈 때 보여주는 슬로우 모션 장면은 오우삼적인 야성미와 비장미가 철철 흘려넘친다. 영화내내 치렁치렁 지저분하던 머리카락은 사라지고 짧고 단정한 모습의 그. 그래서 한때 주윤발이 그렇게도 우리나라 영화팬을 안달나게 했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날 것이다.

이 영화는 1979년도 아카데미작품인 <크레이머 크레이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영화 본지가 워낙 오래되어 생각이 잘 안 난다. --;   

阿郞的故事 (1989)
감독: 두기봉
주연: 주윤발, 장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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