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궤, 8일간의 축제] 조선 ‘의궤’의 위대함을 ‘3D’로 확인하세요 (Uigwe: 8 Days of Festival)




조선시대 왕조사를 연구하는 학자에겐 전기의 세종과 후기의 정조 임금이 가장 매력적인 군주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세종대왕님 이시야 위대한 한글을 창제하셨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업적을 남겨놓았고 정조 또한 여러 위대한 업적을 이루셨다. 최근 들어 TV와 영화계에 정조(시대)를 내세운 콘텐츠가 쏟아질 만큼 매력적인 –드라마틱한- 임금이었음에 분명하다. 조선시대에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뿐만 아니라, 왕실의 주요 행사-결혼, 잔치, 장례, 궁중연회, 사신영접 등-를 상세하게 기록한 문서를 남겼다. 바로 의궤(儀軌)라는 것이다. ‘의궤’는 국가중대행사의 큐시트이자, 시나리오이자, 오늘날로 치자면 ‘현장기록영화’인 셈이다. 정조가 1795년(정조19년) 윤 2월 9일에서 16일까지 8일간의 일정으로 수원 화성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이때의 행차 전 과정이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정조의 수원행차에는 6,000여 명의 수행원에 1,400여 필의 말이 동원되었다. 이 대규모 행렬은 돈화문(창덕궁)을 나와 지금의 노량진에서 ‘배’다리로 한강을 건너, 시흥(서울 금천구)을 지나, 만안교(경기도 안양시)를 건너 수원의 ‘화성’에 도착한다. 이 행차의 목적은 살아계셨으면 회갑이 되었을 그의 아버지-사도세자-의 회갑연을 열기 위해서였고, 또한 아직도 왕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신하들에게 ‘왕의 놀라운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왕의 인자함과 자상함, 자애로움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의미도 지녔다. 바로 그 정조의 행차가 220년의 세월이 흐른 뒤 KBS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져 방송되었다. 그리고, 그 KBS다큐멘터리가 최근 극장용 버전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되었다. TV판과는 달리 3D와 4K라는 진보한 영상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우리는 정조시대의 바로 그때 행차모습을 정말 실감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BS 다큐멘터리 ‘의궤, 8일간의 축제’는 정조의 수원 행차 8일간의 기록을 세세하게 기록한 조선시대 ‘공문서’인 ‘원행을묘정리의궤’를 화려한 그래픽과 살아 숨 쉬는 듯한 3D영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TV다큐답게 당시 복장으로 분장한 사람들이 나와 ‘의궤’에서 묘사한대로 화려한 행사를 꼼꼼하게 준비하고, 뚜벅뚜벅 행군하며, 열정적으로 군사훈련을 펼친다. 그리고 길가의 뭇 백성들은 위대한 군주를 직접 보며 열광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임금의 행차답게 행렬도 장엄했겠지만 KBS의 촬영도 대단하다. 평소 보안문제로 촬영이 어려웠던 창덕궁에서 한강까지의 항공촬영 장면까지 알아본 사람이라면 대단한 눈썰미의 시청자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영화든, 드마마든, 예능프로그램이든 없어서는 안 될 핼리캠 촬영까지 긴 행렬, 수많은 인파, 멋진 산하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촬영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 작품의 초반부에는 당시 행차를 시도한 정조의 속내를 알 수 있는 영상이 등장한다. 붉은 한복치마를 입은 한 여인이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장면이다. 혜경궁 홍씨를 표현한 것이란다. KBS제작진은 국립무용단 부수석 무용수인 조현주를 커다란 수조에 넣고 5시간이나 허우적대는 모습을 찍었단다. 사도세자는 그렇게 뒤주 속에서 죽어갔고, 그 뒤주 위로 떨어지는 빗물이 초고속카메라로 촬영되었다. 이 모든 것이 정조의 트라우마이다. 정조가 왕이 된 후 아버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피의 숙청을 단행할지, 영원히 혼군(昏君)이 되어버릴지 모른다. 그러나 정조는 ‘8일간의 수원행궁’이라는 상징적인 왕실이벤트를 통해 모든 우려와 불신의 시선을 물리친다. 

한강을 지나는 장면은 한강에서 촬영한 것이 아니다. 수원의 한 운동장에 세트를 설치한다. 바닥에 나무를 깔고 사방을 크로마 천을 에워싼다. 길이 80미터, 폭 20미터, 높이 4미터. 장소와 비용문제를 극복한 CG의 효과는 확실했다. 

‘의궤, 8일간의 축제’ 다큐멘터리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앞으로 수원시청이든, 국립박물관이든 필요한 그 어디에서든 ‘정조의 수원행궁’의 가장 신뢰할만한 영상으로 쓰일 것임에 분명하다. 이와 동시에 이 다큐멘터리는 ‘3D’와 ‘4K’의 훌륭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물론, 고속촬영, 수중촬영, 초접사촬영 등 다양한 영상촬영기법이 사용되었으니 향후 이에 뜻이 있는 영상학도에게도 훌륭한 교본이 될 듯하다. 

조선의 르네상스 정조 시대, 가장 화려했던 그 8일의 기록을 보시려면 ‘의궤, 8일간의 축제’를 보시라. (박재환, 2014.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