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2024)

2024. 4. 9. 11:17일본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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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일본 영화감독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로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칸영화제 각본상을,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 그랑프리)을 수상하더니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까지 거머쥐었다. 세계 3대영화제를 석권한 감독이라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야말로 초(超)기대작이다. 이 영화는 <드라이브 마이 카>의 음악작업을 한 이사바시 에이코의 의뢰로 시작되었다. 먼저 기존방식으로 영화를 완성한 뒤, 라이브공연을 영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그 기획대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라이브 무성영상 [GIFT]가 완성된다. 영화는 음악가의 작업실이 있는 나가노현 야쓰가타케산(八ヶ岳)에서 촬영이 진행되었단다. 도쿄에서 차로 두어 시간 달리면 도착하는 곳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산림을 보여준다. 나가노(長野)현 미즈사키마치(水挽町)의 풍광 좋은 마을이다. (인구가 7천이라고 한다) 우뚝 솟은 나무들을 로우 앵글로 한참이나 보여준다. 이 숲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그리고 소녀 하나(니시카와 료)를 잠깐 보여준다. 이곳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카메라는 산속 집 앞에서 나무를 자르고 있는 타쿠미(오이카 히토시)를 비춘다. 타쿠미는 전기톱으로 커다란 나무둥치를 세 등분하고, 도끼질을 한다. 땔감을 만드는 모양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카메라는 무심한 듯, 아니면 뭔가 비장함을 감추려는 듯 이 모든 모습을 따라갈 뿐이다. 이어 타쿠미는 물가에 가서 맑은 물을 통에 담기 시작한다. 꽤 많은 양의 물을 담는다. 그러더니 ‘아차’하면 차를 몰고 학교로 달려간다. 오늘도 딸 ‘하나’를 데려오는 것을 깜빡한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한가롭게, 평화롭게, 심심하게 흘러가는 시골마을의 일상일지 모른다. 그곳에 도시(도쿄)에서 잇속을 챙기려는 비즈니스맨이 찾아온다. 이곳에 글램핑장을 만들 것이란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이런저런 장밋빛 설계도를 펼친다. 외지인들이 몰려오면 이곳 지역경제도 활기가 돌 것이란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바보가 아니다. ‘연예기획사가 코로나 보조금이나 타먹으려고 하는 뻔한 짓거리’란 것도 알고 있고, 자연파괴와 함께 마을의 수원(水源)에 오수가 흘러들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시도하는 도시의 악당들과 자연인 같은 원주민들은 ‘푸른 숲, 맑은 물, 그리고 사슴’을 둘러싸고 밸런스 게임을 시작한다. 허공을 울리는 총소리와 함께.



영화는 ‘제목’ 때문에 필요 이상의 집중과 자기반성을 요구한다. 과연 영화에서 절대악인은 존재하며, 세상의 올바름, 자연의 영속성을 지키기 위한 ‘악’의 처단이 실행되었는지 확인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시도는 안개 속으로 사라진 인물처럼 불확실한 결론만을 남긴다. 그래도, ‘악’을 찾아보자. 
 
영화는 감독의 세밀한 설계와 착실한 기초작업으로 관객을 붙잡아맨다. 하늘을 찌들 듯 치솟은 나무들과 함께, 소나무, 낙엽송, 층층나무, 오갈피나무에서 땅와사비까지 보여주며 이들이 이곳 자연환경을 얼마나 아끼는지, 그리고 한 통, 두 통 퍼 담는 물을 통해 그것이 그들의 생명의 소중한 자원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외지인의 등장과 ‘사슴’의 존재를 통해 ‘악의 현현’(顯現)을 완성시킨다. 감독은 우아한 ‘자연보호의 신화’를 전한다. 사슴은 겁이 많은 동물이라고, 결코 인간을 해치지 않는다고. 만약 인간을 공격한다면 딱 두 가지 경우라고. 자신이 상처받았거나, 아니면 상처받은 사슴의 애비애미일 것이라고. 만약, 충실히 영화를 쫓아온 관객이라면 이 순간 설계도와 이용설명서를 펼칠 것이다. 그리고, ‘건망증이 심한’ 타구미가 두 번 씩이나 허겁지겁 학교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만나는 풍경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だるまさんが転んだ)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 놀이의 규칙은 ‘그 순간’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움직임이 포착되면 <오징어 게임>에서 본 잔혹한 최후를 맞게 되는 것이다.



 하나는 그곳에서 나고 자라서 자연의 법칙을 안다. ‘순간’ 움직이지 말아야 된다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착해지려고’한 외지인 타카하시는 그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플레이모드는 치사한 비즈니스업체이지 사악한 존재는 아닐 것이다. 타카하시도 그냥 중년남자의 야망을 가진 평균적 도시인이었을 뿐이고, 마유즈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소박한 꿈을 찾으려고 하는 단계였을 것이다. 마유즈미는 손을 다치는 것으로 충분히 경고를 한 셈인지 모른다.

  결론적으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대한 인간의 탐욕과 엄청난 자연의 응징이 이뤄지는 현장은 아니다. 단지 상처 입은 사슴 한 마리와 마주했을 때의  절묘한 균형점을 설파하는 영화이다. 정말이지 새끼 잃은 어미사슴과, 딸을 잃을 아빠, 그리고 위험을 마주한 외지인에겐 기본적으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제:悪は存在しない/Evil Does Not Exist ) ▶감독:하마구치 류스케(濱口龍介) ▶음악:이시바시 에이코(石橋英子) ▶출연 오이카 히토시(大美賀均), 니시카와 료(西川玲), 고사카 류지(小坂竜士), 시부타니 아야카(渋谷采郁), 기쿠치 하즈키(菊池葉月)

 

[리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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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박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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