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내 아들의 바이올린 (진개가 감독,和你在一起/Together, 2002)

지난 2001년 7월 14일. 천 카이거 감독이 서울을 찾았었다.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곧 한중 합작영화 <몽유도원도>의 메가폰을 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작가 최인호와 '기획'을 맡았다는 패션 디자이너 하용수씨도 참석했다. 이날 천 감독은 신작과 관련하여 캐스팅 문제 등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여태 <몽유도원도> 촬영 소식은 없다. 대신, 그날 기자회견에서 소품형식으로 이야기했던 작품 <베이징 바이올린>이 이미 중국과 한국에서 개봉되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음악과 인생을 다루면서 변화의 격동기에 있는 현대 중국의 이야기를 담겠다는 <베이징 바이올린>이 바로 <투게더>이다. 중국 웬제는 <和你在一起>(너와 함께 있겠어)이다.

  <패왕별희>를 통해, 그리고 <현 위의 인생>을 통해, 음악과 인생, 역사와 인간에 대한 '대륙적 풍경'을 보여주었던 천카이거 감독의 <투게더>는 우선 영화적으로 관심이 간다. 그가 중국의 좁은 틀을 벗어나 홍콩, 미국, 프랑스 등 자본을 끌어들이며 '외국인의 눈에 비칠 장대한 중국의 역사와 인민'을 담아내는데 분투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킬링 미 소프틀리>같은 작품을 내놓았다. 물론 그 직전에 <황제와 자객>(시황제암살)이라는 천카이거판 <영웅>을 내놓기도 했었다. '중국 5세대 감독'에 대해 필요 이상의 관심과, 그와 동시에 필요 이상의 질시와 폄하를 내보내던 평자들은 그의 이 변화무쌍함에 대해 할 말을 잃을 지경이 되었다.

  그런, 영화판의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천카이거 감독은 중국내에서 TV탤런트로 인기가 높은 와이프 진홍(陳紅 천훙)을 데리고 현대 베이징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한 천재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를 제대로 보려면 '정말로' 급변하는 중국의 현재를 알아야 할 것이다. (겉핥기로 말하자면, <수쥬>나 <북경 자전거>만 보아도 대강은 이해가 갈 것이다.) 중국은 정말 격차가 큰 나라이다. 인구가 10억이 넘고 땅이 그렇게 넓은 지라, 도시와 농촌, 도시도 이 도시와 저 도시에 있어서 경제적인 격차가 너무나 크다. 하지만 등소평 할아버지의 탁월한 지도에 의해 이 10억의 인민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세우는데 성공했다. 바로 '부와 명예'이다. 물론, '부'와 '명예'는 따로 오지 않는 패키지 상품일 터이고 말이다.

  어느 날 시골에서 요리사로 살아가던 아버지는 아들을 북경에 데려온다. 유명한 음악선생님 밑에 사사받게 하여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로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버금가는 중국아버지의 교육열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천카이거 감독은 그런 '내 아들 출세시키기' 이야기를 담지 않는다. 얼마나 이기주의적이며 세속적인가. 천 감독은 여기에 아들의 출생의 비밀을 담는다. 천재 바이올린 연주자 '샤오춘'의 생부가 누군지,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우리 한국관객에겐 너무 익숙한 그림들이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익숙한 감동', '습관화된 감동'이라고해야 적당할 것이다.

  이 영화는 한국영화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하용수가 의상을 맡았고, 김형구가 촬영을, 그리고 김혜리가 '천카이거 감독'이 연기한 余교수의 와이프로 잠깐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은 '李傳韻(리츄안윈)'이다. 5살때 북경아동바이올린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신동이다. 피아니스트 윤디리와 함께 이야기되는 이 중국음악가는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한 적이 있다. 신문을 보니 지난 주말 홍콩을 찾아 연주회를 가졌단다. 영화에서 천카이거 감독이 모진 소리를 하는 연주자로 카미오 출연한다. (외모로 보자면... --;)   <빌리 엘리어트>를 재밌게 본 사람은 이 영화로 재밌게 볼 것 같았는데...

  * 진개가(陳凱歌) 감독의 중문표기는 Chen Kaige이다. 그래서 대부분 첸카이거라고 표기하는데.. 정확한 발음은 천카이거이다. [첸]과 [천]은 많은 차이가 있으니 염두에 두기 바란다. 뭐, 고집스레 '첸카이거' 한다고 나무랄 사람은 없지만 말이다. 박세리라 하든 팍세리라 하든 팩세리라 하든 사실 신경 안 쓰니깐..*  

   이 영화에서 천재 바이올린연주자 유소춘 역을 맡은 배우는 당운(唐韵,탕윈)이다. 촬영 당시 13살(88년생)이었고 이미 그 당시에도 뛰어난 연주실력을 인정받았었다. 이후 중앙음악학원에 진학했고 현재 왕성한 연주회를 갖고 있다.  (박재환 200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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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원제: 和你在一起,Together) ▶감독: 진개가(천카이거) ▶출연: 진홍(莉莉),당운(小春),유패기(劉佩琦:아버지),왕지문(江선생),진개가(余教授),김혜리(余교수부인) ▶개봉: 2003년 3월 14일
박재환 영화리뷰 kinoc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