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첨정] 처녀가 애를 가졌어요~ (마위호 감독 玉女添丁 Dummy Mommy Without A Baby 2001)


* 이 글은 2001년에 쓴 글입니다. 노동관련 법률에 대해서 무지한 때 쓴 글입니다. 당연히 홍콩 상황은 더 모르고 말입니다.  ** 2025년 ChatGPT로 홍콩 노동법 관련조항 찾아본 것 아래에 추가했습니다.

  IMF란 괴물이 한국을 급속냉동시켰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한 직장에 부부가 같이 근무하는 것은 해고 1순위라는 것. 그래서 결혼을 미룬 사내 커플도 생겨났고, TV드라마에서는 가짜 이혼을 감행하는 케이스까지 등장한다. 우리나라 상황으로선 여직원이 임신하면 해고 0순위였다! 바로 그때를 되돌아보게 하는 홍콩 산(産) 코미디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이 <옥녀첨정> (원제:玉女添丁)이다. 장백지나 소유진 같은(2001년에 쓴 글임!)  앳된 소녀를 ‘옥녀’(玉女)라고 한다. ‘첨정’(添丁)은 조금은 고어체적인 표현으로 ‘아이를 낳다’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 “처녀가 애를 낳았다”라는 의미이다. 지난(2001년) 11월 10일 홍콩에서 개봉되어 2주 동안 홍콩 박스오피스 탑을 차지한 코미디이다. 영화의 줄거리부터 소개하자면... 팡리쥐엔(方麗娟)과 디나는 광고회사를 다니는 전형적인 홍콩 OL(오피스 레이디, 이건 일본식 표현이고 중국식 표현은 上班族). 매일 지각하고, 직장 상사에게 찍히고 하는 그런 일상적인 직장생활을 하던 중 그만 큰일을 당하고 만다. 엄청나게 중요한 프로젝트인 모형물을 망가뜨린다. 안 그래도 앙숙인 상사 모니카는 팡 소저를 해고시키려 한다. 너무 놀라 식당에서 한숨을 쉬는 팡 소저는 그곳에서 홍콩 노동청이 붙인 표어를 보게 된다. [가족계획! 임신 중에는 절대 해고시킬 수 없습니다] 뭐 그런 내용이었다. 임신한 여자는 법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는 병원에서 일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가짜 임신진단서'를 발급받아 모니카에게 내놓는다. 당당하게! "도대체 누구 애야?" 물론, 가짜 남자 친구까지 만들어놓는다. 그날 이후 회사에서 팡 소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복사 같은 것은 내가 할게요”, “힘든 일은 하지 마세요~” 그 와중에 이 회사 사장(진관희)은 팡의 룸메이트인 디나에게 호감을 가진다. (정확히는 디나가 사장에게 호감을 느낀다) 이 회사에 초대형 고객을 하나 모시게 된다.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웨어의 광고를 수주하게 된다. 이것은 순전히 배가 불룩한 팡 소저를 좋게 본 스포츠웨어 회장의 선택 때문. 그 회장도 임신 5개월인 상태. 시간이 지나면서 배가 점점 부어오르는 것까지는 괜찮았지만 그만 운명의 그날이 다가오고 '앙숙' 모니카가 팡 소저의 가짜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에서 스포츠 의류회사의 여회장이 팡 소저와 나누는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아가씨 <소림축구> 봤어요? 그것처럼 광고를 어쩌고저쩌고..." 한다. 베이징올림픽 개최 확정에 맞춰 홍콩영화에 스포츠 열풍이 불어 닥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화는 1968년에 초원(楚原)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스타일로 보아서는 <블랙 로즈>와 비슷한 것 같다. (초원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얼굴을 잠깐 비친다!) 

초원 감독

영화가 성공한 것은 팡 소저 역의 양천화의 청순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얼핏 보면 정수문을 많이 닮은 양천화는 최근 들어 각광받는 홍콩 연예인. 1974년 홍콩 태생의 양천화(영어 이름은 Miriam)는 지난 95년 新秀노래대회에서 3등상을 받으며 연예계에 진출했다. 작년에 홍콩 박스오피스 1위였던 <니딩 유>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볼 것 같다.  <니딩 유>는 유덕화가 주연을 맡았지만 우리나라에선 1주일도 채 걸리지 못했으니 이 영화가 우리나라 극장에서 개봉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봐야 할 듯!) 양천화은 이제 경우 영화 서너 편에 나온 신인이다.  양천화의 친구로 나오는 주려기(周麗淇 Niki)는 1980년 홍콩 생. 홍콩 코카콜라 광고 등에 출연했고 올해 양조위의 <동거밀우>에 출연해서 유명해진 배우이다. 역시 연기 초년생.  감독 마위호는 주성치의 <산사초> 등 많은 홍콩 코미디물을 감독했었다. 영화는 그런 감독이 그런 배우들을 데리고 그럭저럭 재미있게 만들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아기자기하게, 예쁘게, 귀엽게, 재미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근데 홍콩에서 임신하면 정말로 해고 못 시키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박재환 2001-12-21)


*그리고, 이 리뷰 쓴지 4반세기가 흐른 뒤, 챗GPT에 물어봤다. 홍콩의 경우 임신한 여직원의 해고 여부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니 이렇게 대답한다. 

실제로, 홍콩에서는 당신이 영화에서 본 것처럼 “임신했다는 이유로 여직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다”는 법률 보호가 존재하며, 지금도 유효합니다.

• Employment Ordinance (EO, 고용조례)에 따르면, 계속 근로계약(continuous contract)을 맺고 있고 임신 사실을 사업주에게 통지(notice of pregnancy)한 여성 근로자는, “의료증명서(medical certificate)”로 임신이 확인된 날부터 출산 전후휴가(maternity leave)가 끝나 직장 복귀 시점까지 해고가 금지됩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만약 직원이 “심각한 중대한 비행(serious misconduct)”을 저질렀거나, 고용계약에 명시된 12주 이하의 수습(probation) 기간 중이라면 해고가 허용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보호 조항을 위반하고 임신 여성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면, 사업주는 해고 통보를 취소하거나 고용 종료를 철회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됩니다. 

• Sex Discrimination Ordinance (SDO, 성 차별 금지법): 이 법은 고용 시점이나 해고 시점에서 “임신(pregnancy)”이나 “출산 후 복귀(return from maternity leave)”를 이유로 여성을 불이익하게 대우하거나 해고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 기타 보호 조항: 임신 중인 여성에게는 무거운 노동, 위험하거나 유해한 업무를 시킬 수 없도록 제한됩니다. 만약 이미 그런 업무를 하고 있다면, 고용주는 14일 내에 다른 업무로 옮겨야 합니다. 

위의 보호 조항은 최근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며, 2020년 개정에서도 임신·출산 근로자 보호는 확고히 유지되었습니다. 특히 2020년 개정으로, 임신을 이유로 한 병가나 의료 검진에 대해 ‘의사 진단서(medical certificate)’뿐 아니라 ‘출산 전후 진료 출석 증명서(certificate of attendance)’도 허용되어, 임신 여성의 권리가 실질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단순 해고뿐 아니라 “승진 배제, 전환/이동 제한, 보너스나 급여 삭감, 불리한 업무 배치” 등 임신을 이유로 한 다양한 차별 행위도 SDO 아래 불법으로 규정됩니다.  ▶ 참고 홍콩 노동부(勞工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