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영화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일상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라고 한다. 그것이 '망원경입네' '현미경입네' 하며 잔인할 정도로 파고드는 섬뜩한 영화작가의 性풍속도라는데 이견은 없다. <오!수정>만 봐도 확실하잖은가. 남자는 어떻게 여자를 잡아먹어볼까 그 생각뿐이고, 여자는 어떻게 남자랑 한번 그 짓 해볼까 속셈 뿐이니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영상학도가 다니는 영상학원의 교수라는 작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영화란 것이 맨날 남자가, 여자가.. 어떻게 해볼 요량뿐인 것이다. 어제 <생활의 발견>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홍상수 감독이 너무 오래 캠퍼스에 있어서 감각이 젊은이 쪽에 경도된 것일 거라고. 한국의 많은 대학생들의 사고 수준이 보통 그 수준이니깐. 아니라고? 나만 그랬나? 그렇다면 한국의 장래는 엄청나게 밝은 것이고.
어쨌든 홍상수는 또 한 번 섹스 오디세이를 떠난다. 영화판에 나갔다가 재미를 못 본 연극배우 경수(김상경)은 선배의 전화를 받고 춘천으로 간다. 춘천에서 선배 따라 술집에서 거하게 술을 마신다. 그 다음날엔 또 선배 따라 나섰다가 무용학원의 명숙(예지원)을 만난다. 셋이서 술 마시다가 둘이 눈이 맞아 여관으로 간다. 예지원과 김상경은 섹스를 한다. 명숙 왈, "날 사랑한다고 말해줘". 그런데 그 다음날 상경은 명숙(예지원)과의 또 한 번의 섹스를 생각하고 있는데 전화가 온다. "나 지금 여관이야. 그 선배랑 있어. 샤워하고 있어." 뭐야 이건 또. 상경은 그제야 그 여자가 선배의 여자란 것을 알고는 한편 미안한 감정, 한편 찝찝한 마음에 춘천을 떠난다.
그가 가는 곳은 부산이지만 중간에 또 일이 꼬인다. 기차서 웬 여자가 자신을 알아본 것이다. 인기 없는 연극배우를 알아보다니. "저 경주 살아요." 남자는 물론 경주에서 내린다. 이 여자 선영(추상미), 은근히 꼬리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국립대학교수의 아내. 유부녀였다. 유부녀면 어때? 둘은 이번엔 여관이 아니라 호텔에 간다. 예지원보다는 조금 못 하지만역시 리얼한 섹스를 한다. 한숨 자고 여자가 옷을 입더니 "집에 일이 있어 가 봐야 해요." 남자 그런 여자를 붙들고 또 한다. 뭘? 당연히 섹스지.. 여자 그런다. "집안 일 보고 다시 올게요." 남자 길목에서 온다는 여자를 기다린다.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여자는 올 것 같지 않다. 남자는 그 곳을 떠난다.
어때? 홍상수 감독은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섹스의 여정을 이렇게 단조롭게 그린다. 그 장소가 춘천이 되었든 경주가 되었든 관객은 일상의 변주로 여길 뿐이다. 일반적으로 여관이나 러브호텔, 모텔에서 이루어지는 그러한 관계들이 똑같이 스크린에서 재현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홍상수식 일상의 잔인함이란 것이 나타난다. 이들 관계들은 모두 개별적이지만 모두 어떻게든 연결된다. 그것이 삶이란 것을 강요하기라도 하듯이. 사실, 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것이 얼마 없다. 섹스 씬에 대한 감상은 순간적일 것이고 그냥 홍상수가 또 한 번 잔인한 삶을 복제해놓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 뿐. 후략... (박재환 2002/8/6)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K/0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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