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조폭마누라>, 2002년 <가문의 영광>이 극장에서 대박을 쳤다. 비디오로도 초대박이란다. 그리고 이번 설 명절에 SBS-TV에서 방송된 <조폭마누라>의 시청률은 24.3%였단다. 우와~.......... <가문의 영광>은 이래서 좋았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대변신. 작년 "부자되세요"라는 한 마디로 전국민을 감동시켰던 김정은의 매력이 이 영화의 딱 절반을 차지한다. 살벌한 '라도' 조폭 오빠들 사이에서 토끼눈을 부라리며 조용히 살아가던 김정은이 어느 날 "아가리 닥치고이~"하며 사투리와 함께 혈연성의 상관관계를 극적으로 보여줄 때에 아마 극장 관객은 뒤집어졌을 것이다. 아마, 언어유희의 측면에서 보자면 <넘버3> 송강호 이래 처음 보는 고농축우라늄탄이었으리라.
김정은이 피아노 앞에서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를 불쌍한 연인 정준호에게 헌창할 때는 감동의 도가니탕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아마 성지루(둘째 오빠), 박상욱(셋째 오빠)의 오버하는 조폭적 대사 연기에는 눈살을 찌푸릴지라도 근엄한 유동근(첫째 오빠)의 눈부신 연기 변신에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다. (윽! 오버~) 유동근만큼 박근형도 '이런 조폭시네마'에 어울리는 '한국적'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아마도 TV에서의 이미지가 너무나 고착되어 이렇게 잠깐만 오버하면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기 마련이다.
'시네마서비스'와 '태원엔터테인먼트'라는 영화만들기와 흥행작품 꾸리기의 대가들이 내놓은 작품답게 이 영화는 영화팬들의 평균적인 기호에 딱 들어맞는 작품을 만들었다. <가문의 영광>은 장르 유행을 잘 타는 충무로가 선택한 이 시대의 유행상품 조폭영화에 한국영화팬들의 영원한 애착장르 로맨틱 코미디를 절묘하게 믹싱시킨 것이다. 이전까지는 로맨틱 코미디에서 김정은의 조폭오빠들이 내뱉는 "XXX", "X XX" 같은 대사는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파격적인 대사를 도입한다. 김정은 가족은 여수에서 주먹 하나로 자수성가한 집안이다. 그들은 엄청난 위엄을 과시하며 엄청나게 호화로운 집에서 산다. 돈 많다고 상류층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지연과 혈연과 함께 학연이 엄연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이다. 아마도 "무식한 놈..." 소리를 지겹도록 들었을 이들 가문에게는 하버드나 예일은 어디 미국 의류브랜드 쯤으로만 받아들일 것이다. 서울대! 얼마나 멋있는 간판인가. 그런데 집안 어르신네가 가문을 빛낼 사위감을 고르는데 자기들의 특기를 발휘하고 있을 동안 정작 김정은 본인은 애시당초 정준호란 남자가 마음에 없었다. 김정은뿐만 아니라 정준호도 마찬가지. 그런 선남선녀가 어떻게 이어지는가가 이 영화의 관람포인트. 그런 점에서 보아 이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조폭 덧칠을 했지만 알맹이는 확실히 멜로이다.
"맞습니다 맞고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에 내재하는 모든 갈등이 현실적인 정치 체제를 움직일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어떤 갈등? 갈등구조는 넘쳐난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는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이고, 1류와 3류의 넘기 힘든 벽이다. 인도의 카스트도 아니면서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사투리의 장벽에 갇혀 고착된 이미지를 전수하는 것이다. 그런 사회적 모순을 단숨에 뛰어 넘는 것은 정략결혼을 통한 신분상승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영국 다이아나 비(妃)도 넘지 못한 신분의 벽을 한국같이 꽉 막힌 사고방식의 나라에서 일거에 날려버릴 수는 없지만.
자, 그럼 <주유소 습격사건>과 <두사부일체>,그리고 <가문의 영광>까지. 이런 영화가 주간영화잡지를 무려 4종류나 발행하는 나라, 괜찮은 영화사이트가 너무 많아 <박재환영화사이트>같은 것은 어디 명함도 못내놓을 정도롤 영화에 조예가 깊은 영화팬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이런 영화에 400만 명이 기꺼이 입장료와 시간을 바친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바로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환상이다. 서울대 가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서울대 -그것도 서울대 법대-사위를 끌어들여 가문의 영광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은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없어? 없다면 이 영화 왜 봤지? (박재환 200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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