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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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댄싱 히어로 (스티븐 달드리 감독 Billy Elliot 2000)
(박재환 2001.2.15.) 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 넘어온 실업자, 혹은 비탈에 선 중산층의 이야기는 나 , 혹은 켄 로치 감독의 작품들을 통해서 보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소개되는 영화는 국가적 차원에서 단행되는 구조조정의 서슬 퍼런 현실 앞에서, 혹시 ‘천재일지도 모를’ 아이를 위해 아버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이기에 꿈꾸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설득력 있게 전해준다. 1984년의 영국 던햄 지역은 탄광노동자의 생존권을 둘러싸고 지루한 파업을 펼치고 있었다. 탄광노동자는 임금삭감 혹은 노조와해의 위협 속에 강철같은 노동대오를 형성한다.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경찰과 대치하면서 단 한사람의 이탈도 거부한다...
2019.08.05 -
[벤허]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종교 대서사극 (윌리엄 와일러 감독 Ben-Hur ,1959)
초중고 학생시절.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 관람을 갈 경우 보는 영화는 거의 정해져 있다. [성웅 이순신]이나 [의사 안중근] 같은 애국영화 아니면 [벤허]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혹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같은 아카데미상을 받은 대작 사극영화였다. 이렇게 길고 지루한 영화를 어린 시절 어떻게 봤는지 경이롭다. 나이 들어 [벤허]를 다시 보았다. 어릴 적 기억으로는, 그리고 한동안 [벤허]는 해전 장면과 전차 경주 씬 때문에 전쟁 액션물로 먼저 기억된다. 하지만 영화 [벤허]는 확실히 숭고한 사명을 띤 종교영화임에 틀림없다. 영화 [벤허]는 원작이 소설이다. 미국의 류 월리스(Lew Wallace)가 쓴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Ben Hur: A Tale Of The Christ)라는 작품이 세상에 ..
2019.08.04 -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라디오의 시간 (미타니 코기 감독 ラヂオの時間 1997)
(박재환 2000.10.21.) 극장에서 너무 웃다 턱이 빠질 정도의 영화 는 영어권 국가에 소개된 제목이다. 원래 일본어 제목은 이다. 이미지가 비슷할 것 같은 영화로는 우디 앨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라는 영화가 있다. 우디 앨런은 텔레비전이 미국 안방에 침투하기 전인 1940년대, 미국의 중산층 가정 내에 진입한 유일한 오락도구였던 라디오를 둘러싼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풀어나갔다. 그럼, 일본인 감독 미타니 코키의 97년도 은 어떤가. 일본만 하더라도 더 이상 라디오의 시대는 아니다. 극장영화의 시대도 지났다. 일본은 이미 20년째 극장입장 관객이 하향추세이다. ‘소니’의 막강한 영상기기들과,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흘러넘치도록 풍족한 비디오소프트웨어들은 더 이상 일본의 젊은 관객들을..
2019.07.30 -
[러브 레터] 사랑을 기억하시나요 (이와이 슌지 감독 ラヴレター Love Letter, 1995)
(박재환 1999. 정식개봉 전 비디오 감상문) 이 영화를 굳이 우리 영화와 비교하자면 박신양-최진실의 가 아니라, 곽지균 감독의 에 가깝다. 그리고, MBC-TV의 가 가장 적합한 이미지일 것이다. 는 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다. ‘죽은 사람’을 다루고, 잊지 못해 몸부림치는 ‘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만 보신 분은 이 영화를 한번 꼭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연인이라면 대신 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오늘밤 애인에게 편지 써보기를 권한다. 메일이나 채팅, 전화기, 삐삐멘트가 아니라 편지지에 쓴 그러한 편지 말이다. 만약 나처럼 글재주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자기 비 오는 날 갑자기 자기 생각이 났어. 우산 생각보다 자기 생각이 먼저 났어…”라고 한 줄만 써서 보내자...
2019.07.29 -
[時論] 러브 레터, 한국 정식개봉에 즈음하여 (일본대중문화 개방)
*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1998년 즈음의 이야기 * 일본대중문화는 오래동안 금지/불허되어왔다. 그러다 김대중 정권 당시 ‘일본 대중문화의 국내 개방‘이 이뤄졌다. 어느날 갑자기 ‘확~’ 문이 열린 게 아니고 단계적으로 개방의 폭을 넓혔다. 1998년 10월 20일 단행된 제1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는 영화 및 비디오에 한정되었다. 영화의 경우에도 공동제작 영화나 일본 배우가 출연한 한국영화, 세계 4대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허용 되었다. 이에 따라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 이마무라 쇼헤이의 , 기타노 다케시의 등이 개봉되었다. 이후, 1999년 9월 10일(2차), 2000년 6월(3차), 2004년 1월(4차) 조치에 따라 개방이 확대되어다. 2차 개방의 수혜자는 이와이..
2019.07.29 -
[싱글라이더] 이병헌이 타스마니아로 간 이유는? (이주영 감독 A single rider, 2016)
(박재환 2017.2.26) 증권회사 지점장 이병헌은 부실채권을 고객에게 팔았다가 모든 것이 무너진다. 전 재산을 날린 고객들이 들이닥쳐 멱살잡이에 뺨을 때린다. 집에 돌아왔지만 그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도 없다. 아내와 어린 아들은 호주로 영어 배우러 떠났다. 기러기아빠 이병헌은 독한 술잔을 들이키며 고객에 대한 죄송함과, 뒤늦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친다. 휴대폰으로 아들이 보낸 호주의 동영상을 본다. 태즈매니아(Tasmania)란다. 파도가 치는 백사장. 이병헌은 가족이 보고 싶다. 타스매니아가 보고싶다. 영화 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자연스레 ‘이병헌’이 되는 영화이다. 돈이 뭔지, 출세가 뭔지, 사는게 뭔지.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어느 순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2017.08.22 -
[나,다니엘 블레이크] 해리포터 나라의 극빈자 (I, Daniel Blake 켄 로치 감독, 2016)
‘레이닝 스톤’, ‘레이디 버드, 레이디 버드’, ‘랜드 앤 프리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등을 만든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은 주로 하층 노동계급의 삶에 초점을 맞춘 영화를 만들어왔다. 오랜 세월 그런 영화만 만들다보니 ‘좌파영화인’이라는 딱지가 붙어도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켄 로치는 이 세대 가장 위대한 좌파영화인이라는 것이다. 지난 5월에 열린 깐느영화제에서는 다니엘 블레이크 감독의 최신작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의 작품으로 황금종려상을 봉헌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곧 한국에서 개봉된다. 의심의 여지없이 극장으로 달려가서 꼭 보아야할 영화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한 노인네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다니엘 블레이크는 ‘융통성이 전혀 없는 영국의 한 관공서에서 ..
2017.08.20 -
[꼬방동네 사람들] 질박한 사람, 진실된 영화 (배창호 감독 People in the Slum 1982)
(박재환 1999.8.6.) 참 개인적인 글이네요. 이 영화는 내가 영화를 좋아하고 나서, 영화라는 인식을 갖고 본 첫 번 째 한국영화였다. 아주 오래전 내가 다니던 중학교의 교장선생님에겐 ‘특별한’ 것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一人一技’라는 것을 갖도록 하였고, 매년 한차례 그 결과물을 제출하여 전시회를 열었다. 당시 난 영화관련 신문스크랩을 했었다. 요즘이야 신문, 잡지, 영화팜플렛, 인터넷 등등 늘린 것이 영화관련 자료지만, 80년대에는 그런 것이 거의 없었다. 나는 아침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그 전날 신문을 얻어다가 영화광고와 영화관련기사를 오리고 붙이고 그랬었다. 내 기억으로는 그 당시 ‘일간스포츠’(당시에는 ‘스포츠서울’조차 창간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에 연예관련기사가 가장 많았었다. 그리고,..
2008.02.24 -
[쿵푸 허슬] 이소룡의 기억, 막대사탕의 순정 (주성치 감독 功夫, Kung Fu Hustle, 2004)
(박재환 2005.1.12.) 홍콩 최고 흥행작품은 2001년 여름에 개봉된 주성치의 [소림축구]이다. 이 영화는 홍콩에서 모두 6천만 HK$의 수익을 올렸다. 오늘(2005.1.12) 현재 주성치의 신작 [쿵푸 허슬]은 5,431만 HK$의 수익을 올리며 자신의 최고 기록 갱신을 준비 중이다. 물론, 이 영화는 중국에서만 이미 1억 6천 만元의 흥행수익을 올려 중국영화 역사상 가장 높은 흥행수익을 올린 중국어영화로 기록되게 되었다. 이연걸과 주윤발이 떠나버리고 성룡이 그다지 이름값을 못하고 있을 때 주성치는 자신의 '네임 벨류'를 엄청나게 증폭시키고 있다. [소림축구]는 기존의 주성치 영화세계뿐만 아니라 홍콩영화의 '넥스트 버전'이 어찌해야하는가를 명시적으로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다. 홍콩이 자랑할 만한..
2008.02.23 -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 사랑의 방법을 모르다 (담가명 감독 父子: After This Our Exile, 2006)
1980년대 초반 홍콩 영화계에서는 의미심장한 흐름이 있었다. TV방송사에서 드라마를 찍던 사람들이 대거 영화계로 유입하며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잇달아 발표하였다. 이들 가운데에는 오늘날 홍콩 영화계의 거물이 된 서극 감독과 꾸준히 사회드라마를 찍은 방육평, 허안화, 장국명 감독 등이 있다. 오늘날 이들을 홍콩 신낭조(新浪潮), 홍콩 누벨버그 감독이라고 통칭한다. 그 가운데 과 을 감독한 담가명 감독은 홍콩 신낭조의 대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담가명 감독은 새로운 방식의 무협드라마 과 폭발할 것 같은 홍콩 청년의 고뇌를 그린 으로 홍콩 신낭조의 최정점에 이른다. 당시 청춘스타 장국영을 캐스팅한 은 당시 홍콩의 사회적 풍조를 감각적으로 보여주어 이후 많은 홍콩 영화감독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오늘날 담가명 ..
2008.02.20 -
[아이즈 와이드 셧] 섹스 오딧세이 (스탠리 큐브릭 감독 Eyes Wide Shut 1999)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 (Eyes Wide Shut)을 이제야 리뷰한다. 이 영화는 큐브릭 감독이 을 완성시킨 뒤, 무려 12년 동안 영국에서 은둔생활을 하며 준비한 작품이다. 알려지기로는 감독은 1980년 완성 후, 이 영화의 원작을 손에 쥐고 줄곧 영화화를 노렸던 것 같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이 영화의 원작소설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꿈 이야기)가 뒤늦게 출판되었다. 이라는 번역본에는 120 페이지 정도의 원작소설과 함께, 프레드릭 라파엘의 글이 추가되어있다. 라파엘은 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함께 나란히 시나리오를 맡은 사람이다. 라파엘은 그 글에서 자신이 1994년 처음 큐브릭 감독의 전화를 받고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참가하게 된 경위를 아주 맛깔스럽게 써 내려갔다. 라파엘은 소설가이기도 ..
2008.02.19 -
[멀홀랜드 드라이브] All about Betty (데이비드 린치 감독,Mulholland Drive 2001)
(박재환 2003.6.10.) 시간이 있어 멍하니 영화만 쳐다보고 있을 때, 왠지 조금은 지적인 유희를 즐기고 싶을 때,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환상적인 영화를 보고 싶을 때, 데이빗 린치 감독의 작품을 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사실, 그의 영화는 보다가 잠들어도 좋고, 깨어나서 다시 봐도 이해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해 안 되는 장면에 대해서는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 둘러보면 "아, 그런 심오한 뜻이~" 라는 뜻밖의 기쁨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사람을 위한 영화이다. 영화는 어떻게든 관련이 있는 두 여자가, 어떻게 하다 보니 철천지원수가 되어 살인청부를 하게 되고, 그 죄책감, 혹은 좌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잔뜩 마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아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2008.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