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개봉영화(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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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오동 전투] “1920년의 전투, 2019년의 한국” (원신연 감독 The Battle: Roar to Victory 2019)
100년도 안 되는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고 다이나믹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은 모두 역사를 만들어가는 당사자이다. 물론, 역사를 승리로 이끈 선구자도 있었고, 일방적인피해자도 있었으며, 가해자와 방관자도 섞여 있다. 우리는 모두 그들의 유족이며, 후손이다. 99년 전, 1920년. 우리 땅이 아닌 국경 너머 중국 땅에서 ‘봉오동 전투’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총을 든 독립군들이 추격해오는 일본군을 박살낸 역사적 사건이다. 190억 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로 그날의 승리를 담은 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다. 영화에서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등이 열연한 이름 모를 전사들이 일본군과 싸우며 피를 흘린다. 영화 막판에는 홍범도 장군이 등장한다. 자, 봉오동 전투가 끝난 뒤 이들은 어떻게 ..
2019.08.16 -
[강변호텔 ] 추레한 시인, 스산함 풍경, 애잔한 감독 (홍상수 감독 No.23 Hotel by the River, 2018)
(박재환 2019.4.10)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이 지난 달 말 개봉되었다. 1996년 이래 23년 만에 선보이는 23번째 장편영화이다. 홍 감독은 2009년 옴니버스 영화 의 단편 을 찍은 적이 있다. 그러니까 이번이 24번째 연출작이다. 그리고 은 김민희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이래 6번 째 함께 한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철저한 사(私)영화이다. 그가 경험한 세상을, 그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가 좋아하는 연기자를 데리고, 그의 방식으로(신속하게) 찍고, (해외영화제를 통해) 화려하게 공개하고, 정작 국내에서는 조용하게 “또 한편 만들었습니다”라며 흔적만 남긴다. 이번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홍상수 스타일의 홍상수영화’이다. 기주봉은 시인이다. 두 아들이 어릴 때 무정하..
2019.08.12 -
[데드 돈 다이] 좀비는 직진! (짐 자무쉬 감독 The Dead Don't Die, 2019)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는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 대거 포진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미국 독립영화(인디필름)의 대표주자 짐 자무쉬의 신작 도 있었다. 놀랍게도 좀비 영화이다. 다양한 영화를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온 짐 자무쉬의 좀비는 어떻고, 좀비가 출몰할 미국의 세기말적 모습이 궁금했다. 짐 자무쉬의 명성에 걸맞게 캐스팅도 화려하다. 아담 드라이버, 빌 머레이, 클로에 세비니, 스티브 부세미, 틸다 스윈튼, 대니 글로버, 셀레나 고메즈. 그리고 아는 사람은 아는 여러 아티스트들까지. 과연 화려한 출연진으로 빚어낸 좀비 스토리는 어땠을까. 미국 센터빌, 좀비가 뒤덮다 전체 주민 수가 천 명이 채 안 되는 미국의 조용한 마을, 센터빌의 하루는 평화롭다. 센터빌 경..
2019.08.07 -
[인터뷰] 조정석 ‘빌딩 끝에 매달린 용남’ (영화 엑시트)
지난(2019년 7월) 31일 개봉된 독특한 재난‘탈출’영화 가 첫 주말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놀라운 흥행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도심지에서 일어난 유독가스 유출 테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킨 뒤, 유독가스를 뚫고 빌딩 꼭대기로 올라가는 주인공의 활극을 담고 있다. 조정석과 임윤아가 투톱 주인공이다. 조정석을 만나 빌딩을 오르는, 재난지역을 달리는 소감을 물어보았다. 영화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이다. - 개봉을 앞두고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반응이 좋았다. “긴장하면서 봤는데. 반응이 좋았다. 재밌게 봐 주신 것 같다. 그래도 개봉되고 나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개봉 전에는 정말 모르겠더라. 시사회 끝나고 친한 지인들이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는데 재밌게 ..
2019.08.06 -
[엑시트] 우연한 히어로 (이상근 감독, 2019)
“굼벵이에게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대학 졸업한 지가 언제인데 여전히 백수 신세인 용남(조정석)에게는 과연 어떤 재주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 그 신기(神技)가 발휘될까. 지난주 개봉되어 전광석화같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의 관람 포인트이다. 영화 는 재난영화의 탈을 선 신기한 영화이다. ‘센트럴역’이 등장하고 ‘국제신도시’라는 타이틀을 단 가상의 도시에 초대형 재난이 발생한다. 영화 전개상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특허권 문제로 밀려난 한 화학자가 화학공장(앤서화학) 본사 앞에 초대형 트럭을 갖다 대고 고압가스의 밸브를 열어젖힌다. 순식간에 도심은 하얀 가스가 퍼지기 시작한다. 맹독성이다. 사람들이 픽픽 쓰러지고, 살아남기 위해 건물 위,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2019.08.05 -
[아틱] 설원의 조난자 매즈 미켈슨 (조 페나 감독 Arctic, 2017)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꿈에 그리던 아카데미 트로피를 안긴 영화 는 미국 서부시대의 실존인물 휴 글래스가 겪었던 일을 극화한 것이다. 1993년 작 는 1972년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우루과이 비행기의 생존자들이 72일 동안 눈 덮인 산을 걸어 살아 돌아온 일을 영화로 만든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한 걸을 한 걸음 내딛으며 끝내 살아서 가족을 재회하는 이야기는 평범하게 도시민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준다. 그런 ‘서바이벌 드라마’가 극장에 막 도착했다. 이번에는 북극 극지방이다. 끝없이 하얀 눈이 덮인 곳. 강추위와 백곰의 습격까지 우려되는 극한의 동토이다. 조 페나 감독의 영화 (원제:Arctic)에는 출연자가 단 두 사람뿐이다. (마지막 장면은…) 그 중 대사가 있는 사람은 매즈 ..
2019.07.29 -
[안도 타다오] 빛, 물, 그리고 콘크리트 (미즈노 시게노리 감독 Tadao Ando – Samurai Architect, 2016)
조선의 궁궐 등 옛 건축물을 제외하고, 현재 한반도 땅에서 솟아오른 건축물 중 절로 눈이 가는 아름다운, 고혹적인, 멋진 건축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도시를 살아 숨 쉬게 만드는 것이 건축물이다. 적어도, 여행사진의 멋진 배경사진이 되는 그런 존재 말이다. 단순히 공간이용의 효용성과 에너지사용의 효율성 문제를 떠나 오랫동안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눈앞의 건물이 새롭게 보일지 모른다.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 이야기이다.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감독:미즈노 시게노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에게 건축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건축가는 토목공사적 의미가 앞선다. 하지만 조금 규모가 큰 창작품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에서 확실히 예술가이..
2019.07.29 -
[걸캅스] 웃다가 웃다가 놓친 것들 (정다원 감독 Miss & Mrs. Cops, 2019)
이 극장가를 맹폭하는 이 때에 용감하게 총을 뽑아든 한국영화가 있다. 여배우 둘을 내세운 버디무비 (감독:정다원)이다. 라미란-이성경이 주인공이다. 애매하다. 왕년에 날리던 기동대 형사 출신 주무관 라미란과 꼴통형사 이성경이 손을 잡고 ‘디지털 성범죄’ 나쁜놈들을 일망타진하는 것이란다. 이들은 경찰서 주력(!) 부서에서 밀려난 ‘잉여’ 인력이다. 뻔해 보인다. 당연히 현장의 지원 없이, 여성의 힘만으로,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고 비열한 범죄자들을 통쾌하게 물리칠 것이다. 암. 그래야지. 영화 보기도 전에 다 알 것 같은 스토리이다. 그런데, 영화는 뜻밖의 재미를 안겨준다. 그것은 윤상현의 등장순간부터이다. 관객들은 예상 못한 인물설정에 당황하며 곧바로 걸쭉한 캐릭터의 욕설과 함께 정신없이 재밌는 107분의..
2019.07.29 -
[배심원들] 8명의 성난 사람들 (홍승완 감독 Juror 8, 2018)
법과 관련된 경구 중엔 유명한 것이 많다. “죄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라”부터, “유전무죄, 무전유죄”까지. 빵 한 조각을 훔친 장 발장이 법정에 섰다고 가정해 보라.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중형을 내릴 판사도 있을 것이다. 세상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 채, 고시원에 틀어박혀 사법전서만 달달 외던 샌님들이 ‘기막힌 사연의 피고’를 어찌 지혜롭게 단죄할 수 있으리오. 그런데 당신이 재판관이 된다면? 미국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법정드라마에서 ‘배심원’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검사와 변호사는 배심원을 상대로 불꽃 공방을 펼친다. 기실, 그 배심원들은 법을 잘 알지도, 피고인을 알지도 못한다. 법전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일반 ‘법’ 상식의 눈높이에 맞춰 ‘죄와 벌’을 평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2019.07.29 -
[김군] “김군이 온다” (강상우 감독 KIM-GUN, 2018]
1979년, 1026사태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의 그림자를 벗어나서 급속하게 민주화의 시대로 넘어간다. ‘서울의 봄’이라고 불리던 1980년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과 시민의 함성과 열기로 가득했다. 그와 함께 일부 군인들의 야심도 꿈틀거렸다. 5월 17일, 정치군인들은 전국적으로 계엄령을 확대하고 각 대학에 공수부대를 속속 투입했다. 그렇게 5월 18일 광주의 비극은 시작된다. 피를 부르는 폭력적 시위 진압에 시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한다. 계엄군(공수부대)는 진압봉이 아니라 총칼을 휘두른다. 당시, 민주화를 외치던 사람들은 누구였으며, 계엄군에 대항해 총을 든 사람들은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 유명한 지만원씨가 색다른 주장을 내놓는다. ‘광주소요사태’, ‘광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으로 불리던 그 때 북..
2019.07.29 -
[알라딘] 디즈니의 매직램프 (가이 리치 감독 Aladdin,2919)
디즈니의 화수분 같은 금고에는 스타워즈, 픽사, 마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오래전 만들어 놓은 유물들이 여전히 반짝거리고 있다. 그걸 꺼내어 먼지만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창조 작업을 한다. 그렇게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이 차례로 실사영화로 영화팬들을 찾고 있다. 최신작은 ! 1992년 로빈 윌리엄스가 수다쟁이 지니 요정으로 활약했던 애니메이션 의 실사판이 만들어졌다. 고아 알라딘이 자파의 계략으로 모래동굴에 들어갔다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 지니가 똬리를 튼 마법램프를 손에 쥐게 되고, 그걸 문질러 공주 ‘자스민’의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물론 마법의 카펫을 타고 “A Whole New World”를 부른다. ‘아라비안 나이트’와 알라..
2019.07.29 -
[더 보이] 슈퍼맨 다크 버전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감독 Brightburn, 2019)
1939년 만화책 히어로로 탄생한 ‘슈퍼맨’은 지구인이 아니었다. 머나먼 행성 크립톤 출신이다. 외계인 베이비 ‘칼-엘’은 크립톤 행성이 폭발하기 전에 생물학적 부모에 의해 작은 우주선에 태워져 지구로 보내진다. 그의 우주선이 떨어진 곳은 이름부터 작은 미국의 시골마을 ‘스몰빌’(Smallville)이다. 우주 베이비를 발견한 지구인 켄트 부부는 아기를 잘 건사하여 훌륭한 지구인 가족으로 키운다. ‘클라크 켄트’는 지구인으로 자라면서 ‘정체성의 혼란’도 겪게 되지만 지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기꺼이 망토를 펄럭이는 좋은 친구가 된다. DC코믹스의 막강한 슈퍼히어로 ‘슈퍼맨’의 이러한 성공담을 철저하게 뒤집은 다크 히어로가 탄생했다. 마블 영화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이 제작한 영화 (감독:데이비드 야로베..
2019.07.29 -
[기생충] 버닝 패밀리 (봉준호 PARASITE,2019)
봉준호 감독의 신작 은 작금의 한국 경제상황에 비추어보면 반지하에 사는 전형적인 ‘하층’ 서민가족의 자급경제를 다룬 블랙코미디이다. 호구지책으로 박스 접기 같은 단순노동으로 살아가는 이들 가족에겐 ‘계획’이란 것은 사치일 수도 있다. 어느 날 백수 아들 기우(최우식)의 친구(박서준)가 찾아와서 괜찮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넘겨준다. 박서준은 이 집에 재물운과 합격운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참으로 시의적절하게’ 육사 출신의 할아버지가 수집했다는 산수경석을 선물한다. 이를 두고 기우는 “아, 상징적인 거네”라고 말한다. 이 때부터 관객들은 천재감독 봉준호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영화에 빠져든다. 인물 하나하나, 대사 하나하나, 소품배치 하나하나에 대해 숨겨진, 대단한 의미를 찾기 위해 집착하게 된다. 기우에..
2019.07.28 -
[나랏말싸미] 영화가 정설과 달라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조철현 감독 2019)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필연적으로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오랫동안 ‘한글창제’와 관련된 신화 가운데 하나는 집현전에서 밤새 연구하다 잠이 든 정인지에게 세종이 곤룡포를 덮어주었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이야기에서 소설로 전승되면서 ‘애민의 상징 세종, 고뇌의 결과물 한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했다. 그런데, 한글이 집현전에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세종의 힘이 아니었다면? 하늘에서 떨어졌나?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이 전해주었나? 조철현 감독은 ‘한글 창제설’에 얽힌 많은 버전 중에 신미대사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영화에서 거듭 나오는 말이 고려는 불교 때문에 망했고, 조선은 반면교사로 삼아 유교를 숭상하고, 명을 받들어 천세만세 살..
2019.07.25 -
[리지] 도끼살인의 재구성 (크레이그 맥닐 감독 Lizzie, 2018)
1892년 무더웠던 8월 4일, 바다 건너 미국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매사추세츠의 폴 리버에 사는 부유한 기업가/금융가인 앤드류 보든과 그의 아내 애비 보든이 집안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당시 그 집에는 작은 딸 리지 보든과 하녀 매기가 있었다. 큰딸 엠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외출 중이었다. 보든 부부는 도끼로 수십 차례 가격을 당한 끔찍한 상태였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뜻밖에도 딸 ‘리지’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한다. 그리고 재판이 시작되었지만, 평의 결과 무죄로 풀려난다. 당시 재판에서는 그런 교양 넘치는 집안의 규수가 그렇게 잔인한 살인을 저지를 수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리지 보든 사건’은 그날 이후 미국의 또 다른 전설이 되었다. 과연 1892년의 미국 양가집..
2019.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