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영화리뷰

[자전거를 탄 소년] 달리는 자전거에서 아슬아슬 균형 잡기

내이름은★박재환 2025. 5. 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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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2011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자전거를 탄 소년>이 최근 극장에서 재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한 소년의 방황과 구원,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한 면모를 사실적이고 절제된 스타일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감정적 울림을 선사한다. 다르덴 형제 특유의 네오리얼리즘 카메라 워킹이 소년의 고통을 응시하며, 진정한 영화적 숭고함을 증명한다.

 12세 소년 시릴(토마 도레)은 애처롭게 전화 통화에 매달린다. 여기는 보호소. 아버지가 더 이상 돌볼 수 없다며 시릴을 이곳 보호소에 맡긴 것이다. 시릴은 그럴 리가 없다며 아버지와 통화하고 싶다고, 집으로 찾아가서 확인하고 싶어 한다. 열두 살 시릴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다. 힘들게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가 쓸쓸하게 돌아온다. 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소유물인 자전거를 다시 얻게 된다. 그 소동을 지켜보던 미용실 주인 사만다(세실 드 프랑스)가 찾아준 것이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사만다는 시릴의 임시 위탁모가 되어 주말이면 그를 보살핀다. 하지만 시릴은 아버지를 만나고 싶고, 같이 살고 싶다. 아직은 철없고, 위태로운 시릴을 동네 불량배 웨스(에곤 디 마테오)가 지켜보고 있다. 시릴은 단지 아버지와의 재결합, 어른의 보호가 필요할 뿐이다. 소년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저으며 달려간다.

영화는 아주 소소한 이야기와 작은 소동을 통해 관객을 끌어들인다.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에 대한 믿음과 집착은 소년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처음 만난 사만다를 붙들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짜고짜 매달린, 생전 처음 보는 아이에게 사만다가 한 말은 “잡는 건 상관없는데 좀 살살 잡아주겠니?”였다. 영화는 이후 이어지는 사만다의 ’호의‘와 ’관심‘, ’돌봄‘으로 변화하는 시릴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시릴은 끝까지 아버지와 만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범죄‘에 이용당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시릴이 언제까지 불안해하고, 악의 길로 빠져들지 않을지 조마조마하게 지켜본다. 도움과 사랑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한 번 쯤 내밀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임시적 ‘유사가족 관계’ 속에서 돈과 범죄가 얽히면 사만다 같은 인내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 영화를 보고 누구는 ‘소년의 성장’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또 누구는 ‘길 잃은 영혼’을 제 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커뮤니티의 모든 어른들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다르덴 형제는 단순한 이야기를, 단순한 스토리로, 그러나 깊은 교훈을 전한다. 그 정답을 알고 있어도, 영화를 본 이들은 단순하지 않은 깊은 성찰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르덴 형제는 영화에서 음악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2악장 'Adagio un poco mosso'이 짧게 3번 사용된다. 어렵게 찾아간 아버지가 ‘너와 같이 살 수 없어’라는 말을 듣고 절망의 몸부림을 칠 때, 후반부 어설픈 강도짓으로 손에 쥔 돈을 아버지에게 내밀었을 때, 그리고 마지막 엔딩 스크롤에서 다시 흘러나온다. 베토벤의 가장 심오하고 감동적인 이 음악을 통해 극도로 불안한 시릴의 내면을 관객들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결국 시릴은 사만다의 끝없는 인내와 진심인 응원, 그리고 샌드위치를 먹고는 그 자전거를 계속 탈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비틀대겠지만 소년은 쉽게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자전거 탄 소년 (원제:The Kid with a Bike) ▶감독: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출연: 세실 드 프랑스, 토마 도레 ▶개봉: 2025년4월16일/87분/12세이상관람가▶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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