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그 실상과 허상] 오스카 시상식: 자본주의 최고의 축제

2008. 2. 15. 23:04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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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y 박재환 1999/4/5]

* 1999년에 Q채널에서 방송된 아카데미 관련 다큐를 보고 썼던 글입니다 *

  1999년 71회 아카데미영화제 발표를 전후하여 인터넷이나 통신상에 오른 몇 가지 이야기들!!!

-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7개 부문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것은 배급을 맡았던 미라맥스가 무려 1500만 달러를 뿌리며 투표권을 가진 아카데미협회회원을 매수한 것이다... 

- 아카데미는 순전히 할리우드 자기들만의 사치스런 파티일 뿐이다. 왜 우리나라 TV 3사 9시뉴스에서 보도하지?...

- 아카데미는 철저하게 상업위주인 할리우드 마케팅 작전의 일부이다. 왜 SAVING PRIVATE RYAN 보다 SHEAKSPEAR IN LOVE를 더 띄워주었나? SAVING~은 이미 오래전에 개봉이 끝났고 볼 사람 다봤고 수출도 성공적으로 해서 돈벌거 다 벌었으니까. 반면에 셰익스피어는 아직 돈벌이가 끝나지 않았다. 

- 테렌스 말릭의 <씬레드라인>이 단 한개의 부문에서도 수상을 못한 것은 아카데미의 통속성과 저속함을 보여준다. 어쩌구저쩌구.. 

- 엘리아 카잔에게 상을 준 아카데미회원들은 역사의식도 없고, 쇼맨쉽의 어쩌구저쩌구 

- 아카데미 수상 후 관객동원이 급증하고 있다.... 

   뭐 저런 이야기는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들을 소리이고, 내후년에도 들을 소리이고, 앞으로 아카데미 영화제가 있는 이상, 미국 헐리우드영화가 세계 극장가를 지배하는 이상, 영원히 동반될 사실이며, 전설이며, 신화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극성/열혈 영화팬 입장으로선 아카데미가 무슨 도덕적 기반의 시상제도 아니고, 영화비평가들 혹은 문화분석가들로 이루어진 심사진들로 구성된 정말 굉장한 영화제도 아닌 이상, 자기들끼리 이 배우가 상를 받아야하고, 저 영화가 후보에 오른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입에 게거품 물며 떠들어대도 정말 힘빠지는 씰~데 없는 일인 셈이다. "봐라! 내 예상대로 누가 상 받았고, 무슨 영화가 휩쓸었고.. " 그런다. 자, 그럼, 아카데미는 과연 어떤 상이고, 어떤 내막이 있고, 어떤 판단을 내려야하나.

  아카데미에 얽힌 이야기는 많고, 또 그런 속내를 소개해주는 잡지나 단행본도 우리나라에도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여전히 아카데미는 겉으로 드러난 그 화려함만큼 속으면서도 보고, 알고서도 동참하는 세계인의 축제이며, 정말 영화같은 쇼이며, 한 판의 쇼인 사기극인 셈이다.

  이 다큐멘타리는 (불행하게도, Q채널에서 방영하면서 원제나, 제작진에 대한 그 어떠한 자막도 올려보내지 않았다. 분명 미국측 제작 다큐같은데 말이다 --;) 아카데미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인식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는 1996년 3월 25일 열린 아카데미를 기준으로 구성되었다. 그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 작품은 <Braveheart>, <Apollo 13>, <Babe>, <Il Postino>, <Sense and Sensibility>였다. 이들 작품이 후보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상을 차지하기 까지의 치열한 홍보전과 비즈니스, 비하인드 스토리가 풍부한 인터뷰와 자료화면으로 궁금증을 풀어준다.

우선, 첫 장면은 수상자(THE WINNER IS...)가 적힌 봉투를 실어나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시상식날까지, 금고 속 깊숙히 보관되던 봉투는 같은 것이 두 개다. 007가방에 각각 실려 다른 코스로 시상식장까지 운반된다. 두 개중 어느하나가 길거리에서 납치(?), 유괴(?)되는 돌발적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어떤 하나가 도착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라고 한다. (코카콜라 원액의 제조비법을 아는 사람도 단 둘 뿐이란다. 이 두사람은 결코 같이 행동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다) 자, 그럼, 그 봉투에 이름이 오르기 위해 영화사는, 그리고 배우들은 어떤 노력을 하는가.....

  아카데미상은 아카데미(미국영화아카데미협회) 회원 5,000여 명이 결정한다. 이들 명단은 한번도 대외에 공개된 적이 없고 실체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단지, 알려진 바로는 아카데미 수상자들, 각 분과위원들-제작자,감독, 각본가, 촬영기사, 배우협회사람들, 의상디자이너들... 그런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대개 몹시나 보수적인 성향(물론 헐리우드관점에서 이야기지만)의 사람들이란다. 그러한 각 회원의 기호도와 성격때문에 그해 수상작을 미리 점칠 수 있게 하는 것이란다. 기발하거나, 전위적인 것 - 또는 우리나라 영화팬이 후보에조차 못오르는 것들에 대해 가장 분개해하는 어떤 경향들, 반미적이라거나, 테렌스 말릭적인 영화-은 결코 이들의 눈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5,000여 명이 결정하는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는 영화작품은 매년 대략 250여 편이나 된다. 그러니, 그들이 모두 이들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극성영화팬이라도 그해 미국에서 개봉되는 신편만 250편 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후보가 발표되고 나서도 수십편에 달하는 그 작품을 실제로 다 보는 회원은 또 얼마나 될까.) 실제로, 회원들은 영화를 보고 투표하기 보다는 소문과 선전에 의해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한다. 그럼, 그들의 시선, 시야에 일단 들어가기 위해 어떤 공작을 펼치는 것일까.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각 영화사들은 극장에 아카데미를 노린 작품들을 내걸기 시작한다. 아카데미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은 후보에 오르기만 해도 흥행 수익은(전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배우들의 다음 작품 개런티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껑충 뛰어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가 하나의 산업으로 공인받고 있는 미국 땅에선, 오스카쟁탈전이 그야말로 일반 공산품 선전광고 이상의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쉬리>의 마케팅전략이라든가, 언론플레이는 이런데 비하면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할 것이다.

  우선 후보에 끼기 위해서 대대적인 광고를 한다. 어떻게? LA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영화인들-아카데미 회원들-이 주로 구독하는 연예신문 <버라이어티>, <헐리우드 리포터> 같은 신문에 전면광고를 해댄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치밀하다. 존 웨인의 <알라모>라는 작품의 경우는 43일간 계속 광고를 했단다. 모든 광고는 일반적인 신문, 잡지에 실리는 영화광고와는 다르다. 아카데미 회원에게 한표를 부탁하는 그런 읍소형, 정서형, 감정접근형 스타일이 된다.(마치 선거 유인물같이...) 이를 위해 홍보전문가가 대거 동원된다. (시사용어중에 스핀 닥터(spin doctor)라는 것이 있다. 홍보전문가. 클린턴이 르윈스키 때문에 고생할때 백악관은 스핀 닥터를 동원하여 그의 경제적 성과, 외교적 능력을 부각시키려 언론조작에 가까운 홍보전을 펼친다. 이는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오래 전에 기름을 가득 채운 유조선 발데스호가 캐나다 앞바다에서 좌초 했을때 향후 수십년간 이 해안은 죽음의 바다가 되었다. 이 일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의 중요도가 급부상했다. 이후 기업은 치열한 기업이미지 제고 홍보전을 펼친다. 세상에서 나무를 가장 많이 심는 기업은 식목회사가 아니라, 바로, 가장 나무를 많이 베어내는 킴블리 같은 회사이다. 그들은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자연을 보호한다는 홍보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전 LG 호남정유의 유조선이 한려수도에서 좌초하여 이 일대가 기름바다가 된 적이 있다. 물론, LG는 능력있는 홍보전문가를 대거 동원하여 언론전을 펼친다. 그들은 이미 엎질러진 유조선의 결과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숨기고, 축소시킬 것인지, 아니면 정직하게 밝힐 것인지. 그것이 향후 기업이미지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를 주판알을 튕기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내린 결론으로, 그들은 후자를 택하고는 엄청난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며 대처해 나갔다. 적어도 지구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선 사실을 시인하는 쪽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것은 공통적인 결론이다. 물론 교묘하게 숨기는 것이 더 많겠지만. (여기.. 다음 문장은 대한항공 관련이었는데 2002년 4월 다시 옮기면서 삭제했습니다) ...물론 그러면 안 되지만, 자본주의에선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배우들도 각기 홍보전문가를 고용하여 오스카 쟁탈전에 돌입한다. 그들은 연일 계속하여 버라이터이지에 자신들의 사진을 싣고, 출연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호평을 인용게재한다. 그럼, 오스카가 열리는 날까지 몇달 동안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은 지겹도로 영화와 배우들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게 되고 그것이 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영화사들은 한층 치밀하고 대규모 물량작전을 펼친다. 영화사들은 각 회원들의 명단을 어떻게든 확보해서는 각종 선물공세를 펼친다. 비디오보내기가 가장 고전적이다.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영화계에 종사하는 회원이라고해서 한해 수십, 수백 편의 대상의 영화를 볼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후보작 발표하고, 단지 한달여만에 후보작만이라도 볼 여유는 사실 불가능하다. 그래서, 오스카철이 되면 우편배달부는 엄청난 양의 비디오를 배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택배나 DHL을 이용하겠지만...) 각 회원들에게 배달되는 비디오도 너무나 많기에 일반 스팸성 광고 전단처럼,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작품들도 허다할 것이다. 그래서, 각 영화사들은 일단 관심을 끌기 위해 각종 세련된 포장방법-각종 모형처럼 꾸미는 등 예쁘게, 장식용이 가능하게 꾸며서는, 선전전략을 총동원한다. 아카데미 협회에선 이러한 것을 잘 알고는 뇌물성에 가까운 선물의 발송을 엄격히 규제한다. 하지만, 비디오 테이프 발송에 대해서만은 어떻게 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새해들면, 헐리우드는 매일밤 파티로 흥청망청거린다. 각 영화사, 배우, 제작자들이 파티를 개최한다. 여기에는 오스카에 눈먼 사람들이 참석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평론가, 가십기자들, 토크쇼 진행자들... (그리고 박재환영화페이지처럼 영향력있는 웹사이트 운영자들까지 ^^)이 참석하여 그들의 모습과 진솔한 표정을 실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각 연예부 기자들은 이때부터 몇달동안 지겹도록 사진을 찍어야한다. 배우들은 자기들의 모습이 한번이라도 더 <버라이어터>에 실리기 위해 지겹도로 인터뷰하고 포즈를 취한다. 그리고, 자기들이 직접 자가발전을 하기도 한다. 개인 카메라기자들을 대거 동원하여,(우리식으론 아르바이트생을 써서라도 박수부대를 만드는 것이다) 마치 연예부 기자들이 인기있는 자신들을 찍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카메라 터뜨리는 장면이 텔레비젼 연예프로에서 자료화면에 비치게 되면, 시청자들은 "아. 저 배우는 유명배우인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같지만, 그런 화면과 보도가 두어 달 신문지상을 뒤덮어면, 적어도 아카데미 회원들은 영화는 보지 않았지만, 어떤 영화가 유명한지는 다 알게 되는 것이다. (마치 연예인 비디오는 안 봤어도, 그 화제성과 폭발성은 다 인식하듯이 말이다)

  한 영화계 인사가 아카데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 내막이 이런 이상, 아카데미는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 가장 많이 알려지고,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된 작품에게 돌아가는 인기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각 영화사들이 말도 안 되는 작품을 순전히 광고전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아니다. 각 영화사마다 한해 제작되는 수십편의 작품에서 가장 작품성이 있고, 흥행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것에 화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스카 때문에 <MIB>에 돈을 퍼붓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사들이 수천만 달러 들여 만든 영화를 위해 오스카 시즌에 수백만 달러를 더 쏟아붓는 것은 어쩜 가장 현실적인 영화제 메카니즘일지 모른다. 내가 영화사 사장이라도 그럴테니 말이다. 우리나라에서조차 깐느 그랑프리 상탄 것이랑, 오스카 후보오른 것 중 어느 것이 더 장사가 잘 되는지는 극장주인도 알고, 영화팬들도 아는 사실일테니 말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가 어떤 전략을 썼는가.

  96년 아카데미는 우선 <아폴로13>가 애초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쾌속 행진을 했다. 미국인의 꿈, 도전- 쉽게 말해 아메리칸 드림이란 것, 게다가 톰 행크스가 있으니, 아폴로의 오스카 재패는 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고의 약점은 개봉시기가 너무 빨랐다는 것이다. 아카데미 회원은 연말연시에 개봉된 작품에서 수상작을 뽑는다. (오래된 영화를 기억 못할만큼 단세포일수도 있지만...) 그래서 파라마운트는 아폴로를 다시 LA의 한 극장에 개봉시킨다. 왜 다른 영화는 미국 수백개 수천개 극장에서 상영될때 단 한 극장에서라도 돌리는 이유는 순전히 신문광고를 위해서이다. 아카데미 회원들은 시상식이 열릴 동안 <버라이어터>에서 <아폴로13>이 있었다는 인식을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 작품은 <Braveheart>이다. 아카데미 회원은 전통적으로 멜 깁슨을 좋아했다. 그러니 브레이브하트 홍보의 키 포인터는 당연히 멜 깁슨이다. 회원들은 이제 얼굴에 분칠한 멜 깁슨을 지겹도록 보게 된다.

그리고 의외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것은 호주산 꼬마돼지 이야기 <Babe>이다. 이는 헐리우드가 여전히 영화팬에게 꿈과 동심을 준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지만 아카데미에서 인간아닌 존재에게 상을 주는 경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영화사 입장에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엄청난 흥행수입을 보장받는다.

최고의 이변은 <일 포스티노>이다. 그리고 그해 아카데미 홍보전의 최고의 백미를 맛보게 되는 것이 이 영화에서이다. 이 영화의 미국판권은 미라맥스가 갖고 있다. 미라맥스는 디즈니산하로 들어갔지만, 여전히 사장 웨이스턴이 미라맥스를 좌지우지하고, 아카데미 회원들을 요리한다. 그는 이 말도 안 통하는 <일 포스티노>를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하여 헐리우드 호사가들을 긴장시켰다. 기껏해야, 외국어영화상 후보겠지.. 하였지만, 미라맥스의 힘은 막강했다. 작품상 후보에 올려놓은 것이다. 외국어 영화가 말이다. 그리고 미라맥스의 광고홍보전은 더욱 열기를 띈다. 주연남자배우는 이미 고인(죽은사람)이라 다른 영화에 비해서 엄청난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미라맥스느 영화에서 보여주는 詩人 네루다를 되살린다. 헐리우드의 중견배우들을 동원하여 연일 <시낭송의 밤>을 개최하고, 시 낭송 테이프를 뿌려댄다. 문학으로 승부한다. 미라맥스의 이러한 노력은 전세계 흥행수익을 보장한다. 미라맥스의 전과를 보니 가히 환상적이다. <나의 왼발>을 오스카에 밀어넣기 위해, 장애자들을 위한 극장시스템을 만들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를 동원하여 장애인에 대한 사랑을 광고해댄다. 그리고 어떤 영화 (애국심을 고양하는 영화였다...)를 선전하기 위해서는 만델라와 미국 영부인을 시사회장에 불려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파웰 합참의장까지 보인다. 돈벌이를 위해서는 동원가능한 모든 것 - 사람까지 -을 집어넣는 것이다.

그리고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또 하나의 복병은 <Sense and Sensibility>였다. 헐리우드의 아카데미는 매 5년마다 영국 전통 악센트에 손을 들어주는 전통이 있었다. 이번에는 이 영화가 그 대상이 되었다. 제인 오스틴의 문학성과 영국의 전통이 아카데미 회원을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각 영화사들이 오스카 회원을 유혹하기 위해, 갖가지 기발한 방법이 총동원된다. 오스카가 열리기 전까지 오스카말고 각종 영화제가 쏟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골든 글러브상. 외신기자협회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자기 나라말고는 관심없는 미국인에게 외신기자단체란 하나의 친목단체 이상의 의미가 절대아니다. 이 단체의 회원은 정말이지, 미국 아카데미의 통속성이나, 영화업자의 십자포화에서는 동떨어진 단체이다. 하지만, 세월이 가면서 무시할 수 없는 단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골든 글러브 수상작품은 아카데미 후보로 바로 가고, 거의 곧바로 수상자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골든글러브가 친목단체에서 오스카때문에 각광받은 시상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각 평론가협회- 전미영화평론가협회, LA평론가협회, 뉴욕평론가협회.. 미국 도시수 만큼 많은 영화평론가협회에서 각기 한해 동안의 우수 영화와 배우들에 대해 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각 조합들 - 감독조합, 배우조합, 촬영기사조합..-에서 자체적으로 우수영화인들을 뽑는다. 올해는 감독조합에서 스필버그를, 배우조합에서 귀네스 팰트로우를 뽑았고, 아카데미에서도 그렇게 상을 주었다. 배우들과 제작자들은 모두 참석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오스카로 가는 디딤돌이니 말이다. 각 배우들은 이때부터 쇼를 하기 시작한다. 각 텔레비전 토크쇼 프로그램에는 연일 배우들이 불려나간다. 그리고, 오스카 고지를 위해 출연영화에서보다 더한 연기를 펼치기 시작하는 것이다. 토크쇼의 한 진행자가 물어본다. "수상소감은 준비해 두었는가.." 핵심을 찌르는 물음에 배우가 솔직히 대답한다. "예.. 오스카 회원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내일 아침 집으로 찾아가서 세차해 드릴께요..."라고... 왜, 우리는 오스카 받는 사람들이 모두 한결같이 감격하며, 빠짐없이.. "회원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멘트를 넣는지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까. 아카데미는 아카데미협회 소속 5000명 회원을 상대로 하는 구애작전이고, 읍소가 된 것이다. 원래 이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다. 원래, 아카데미의 상업성에 비난이 일자 아카데미 협회에선 예술성을 고취하기 위해 아카데미상을 제정했지만, 이미 그런 취지와는 상관없이 아카데미는 장사, 비즈니스, 흥행의 지름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아카데미의 경향에 반대하는 배우들도 몇 있었다. (말론 브란도나 리처드 드레이프스같은...) 그들이 어떻게 되었냐고? 그들은 아카데미협회 회원들에게 왕따를 당한다. 싫으면 말아라..이다. 현실은 냉정하다. 그네들에게서 한번 눈밖에 나면, 두번 다시 오스카의 권위와 수상권에 들수는 없다.

그렇게 아카데미는 만들어지고, 꾸며지고, 조작되고(엄격히 이야기하여 조작되지는 않는다. 영화가 산업이라고 철저히 믿는 미국 헐리우드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비즈니스인 셈이다) 전 세계인들을 흥분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아카데미가 싫든 좋든, 아카데미는 해마다 최고의 화제작을 뽑을 것이고, 또 해마다, 흥행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전에 우리나라 어느 영화감독이 자기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받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위에서 보았듯이 아카데미는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엄격하고, 어렵다. 그리고 외국어부문의 가장 빠른 수상방법은 미라맥스에게 판권을 넘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카데미에 돌을 던질 필요는 없다. 어차피 돈 놓고 돈 먹는 비즈니스이니까 말이다. 영 화감독이야 "난 예술성을 최고로 따져..."이지만, 적어도 제작자 입장에선, "난 쏟아부은 돈 만큼 벌어들일거야. 그리고, 아카데미가 도움이 된다면, 회원들을 매수해서라도 돈을 벌거야..."

아카데미는 결국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막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우리는 지금 <세익스피어 인 러브>와 <인생은 아름다워>로 달려간다. <씬레드라인>은 간판 내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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