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에로티시즘] 국가검열에서 NC-17까지

2008. 2. 15. 22:54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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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y 박재환 2001/8/21]    이 다큐멘타리는 이런저런 케이블 TV의 영화관련 채널과 Q채널에서 몇 차례 반복 방송되었었다. <스크린 & 에로티시즘>이란 제목은 Q채널 방영시 붙은 제목같다. 어느 채널에서인가 방영할 때에는 <The Celluloid Closet>과 함께 보여주기도한 것 같다. 어쨌든 오늘 리뷰할 것은 6부작으로 편성되었던 Q채널 방영분에서 마지막 편인 6부 <국가검열에서 NC-17>편이다. 이전 이야기는 미국에서 영화가 처음 발생하고 대중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외설, 음란장면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도덕주의자, 보수주의자들의 반발과 미국 영화산업내의 자정 작용이 만들어낸 검열의 역사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럼, 이전 편은 다음에 기회나면 글 올리기로 하고, 오늘은 1970년대 이후 미국 영화산업에 나타난 'X등급'과, 그 검열과의 투쟁과 타협, 전진의 역사를 검토해 보겠다.

최근 프랑스 영화 한편이 개봉되었다. <늑대의 후예>라는 프랑스식 블록버스트인데 홍콩식 쿵후 액션이 프랑스 영화에까지 침투한 씁스레한 느낌이 들 뿐이 오락영화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러닝 타임에 대해 논란이 생기고 있다. 한국의 영화팬들에게는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imdb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142분으로 개봉되었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는 20분이나 잘린 채 122분짜리라는 것이다. 영화는 누가 자르는가? 감독이? 제작자가? 수입사가? 극장 주인이? 아니면 신부님이? 검열의 역사는 결국 인간 욕망의 정도를 제한하는 인간의 투쟁의 기록인 셈이다.

'성'의 불가사의함을 표현해보려는 인류의 노력은 장구하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영화라는 대담한 발명품이 생겨나고, 이것은 인류의 원초적인 본능을 시각화 시켜놓았다. 초창기 영화에서는 음탕한 흡혈귀가 첫 섹스 심벌이 되었고, 아랍 족장들은 여성들의 성적 환상이 되었다. 그런 영화를 양산해내는 헐리우드는 당연히 죄악과 스캔들, 섹스의 대명사가 되었고 말이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다양한 영화가 다양한 영화인에 의해서 만들어지면서 그 수위도 차츰 높아만 갔고, 대중에 침투한 포르노적 영화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보수적 시각의 사람들에 의해 검열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미국 사회의 격변은 이러한 영화산업의 지도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미국은 혼란과 혼돈의 정중앙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베트남 반전 시위는 미국민의 결속력을 양분시켜 놓았고 자유의 땅은 혼란의 땅으로 변하고 있었다. <이지 라이더>같은 영화가 나오게 된 것이 이유없는 것은 아니다. 60년대의 이상주의는 끝이 나고 냉소주의가 빈자리를 차지한다. 출산율을 떨어지고 반면에 이혼율을 급증하였고, 간통이 유행했으며, 아내를 바꿔 잠자리를 한다는 <Bob & Carol & Ted & Alice>같은 영화가 개봉되기에 이른다. 이 시기 가장 중요한 영화로는 이성간의 투쟁을 그린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Carnal Knowledge>였다. 이 영화는 미국 조지아주 대법원에서 외설 판정을 받았다.

건전한 사회라면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인 보수세력들은 이러한 영화판의 변화에 대해 우려한다. 1970년 <외설과 포르노에 대한 연방위원회>의 보고서가 닉슨에게 보내진다. 보수주의자 닉슨 대통령의 기대와는 달리 보고서는 "....연구에 의하면 성애가 주인공의 결점이나 반사회적 행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포르노를 시청하는 것이 젊은이나 성인의 부정의 원인이라는 증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보고서는 상원에서 60:5로 부결되고, 닉슨은 자신이 백악관에 있을동안 국민을 포르노로부터 보호하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천명한다.

하지만 사회구조 붕괴의 함성은 내재된 상태였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불을 지르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바로 스탠리 큐블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였다. 이 영화는 인간의 자유의지 도전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그렸다. 비록 죄악에 대한 자유의지이지만 말이다. 큐브릭 감독은 "인간은 종교에서 떨어져 자신의 신의 죽음을 찬양했다. 구시대의 충절은 와해되고 윤리적 가치는 사라지고 있다. 20세기의 인류는 지도도 없이, 노도 없는 배 위에서 표류하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이 영화는 영화협회로부터 X등급을 받았고 많은 지역에서 상영금지 되었다. 당시 미국의 대부분의 신문들은 뚜렷한 편집방향이 있었다. 전국의 신문사 편집장들은 X등급을 받은 영화에 대한 광고나 사설을 싣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관객동원을 위해 외설을 마다않는 영화사 편을 돕지 않을 것이다."면서.

물론, 이러한 반응에 대해 큐블릭 감독은 격노했다. "다른 대중매체를 억압하는 신문사도 추악하기는 마찬가지다. X등급이란 외설이 아니라, 성인용이라는 표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광고가 불가능해지자 감독도 재편집에 동의해야만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버라이어티>>는 두 가지 사항을 확인시켜준 것이라 평했다. "광고를 거절했던 신문사들은 광고삭제가 효과적인 압력수단임을 알게 되었고, 큐블릭 감독이 마음을 바꾸면 다른 사람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시절에 처음으로 포르노다운 포르노가 개봉되었다 .'포르노의 벤허'라고 일컫어지는 <Deep Throat - 목구멍 깊숙히>였다. 이때를 즈음하여 미국 곳곳에 섹스 샵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고, 섹스 관련 상품의 캘리포니아내 반입금지를 규정하는 법안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헐리우든는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신속하게 대응전략을 세운다. 존 웨인이 TV 광고에 나와 "저도 외설에 반대하지만 이는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발가락이 아프다고 다리를 자르진 마십시오."라고 선전한다. 그 덕분인지 이 법안은 좌절된다.

하지만 포르노영화에 나오는 여배우들의 성적 착취에 분노한 여성 운동은 외설논쟁의 또다른 한 축이었다. 이런 외설논쟁에 불을 붙인 것은 베르톨루치 감독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였다. 평론가의 찬사에 불구하고, "왜곡되고 무차별적인 성표현은 문명 자체를 파멸로 이끈다"는 주장이 끈질기게 세를 얻어갔다. 이 영화는 주요 영화사가 만든 마지막 X등급 영화로 남게된다.

주류영화사는 더이상 X등급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광고도 못하고, 흥행도 못하니 말이다. 대신, X등급을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는 포르노물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X등급은 성인용이라는 의미는 사라지고 외설물의 상징이 되었다. 당시 나온 최악의 영화로 <데블 인 미스 존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 시민사회는 그런 영화까지 문화적으로 용납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사회와 문명을 황폐화시킨다는 포르노 유통 근절에 대한 대한 닉슨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지난 40년간 헐리우드 영화의 검열의 주체였던 영화협회는 닉슨과 보수의회에 맞서 대책을 세워야할 시점이 된 것이다. 이 당시 영화협회의 TV광고 하나. "아이가 가정에서 가치의 소중함을 배우고, 좋은 행실, 정직한 삶과 윤리를 교육받는다면 어떠한 영화나 책, TV쇼 도 그 아이를 타락시키지 못한다. 반면에 부모가 자신들의 책임을 저버린다면 검열이나 정부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다". 고 했다. 결국 핵심은 소비자 중심, 수용자 의식, 부모-가정 교육인 셈이다.

어쨌든 헐리우드 영화는 '삶의 모방'이었기에 사회의 요구에 대해서 해결책이 모색되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이 개입하여, 미국 각 주의 실정에 맞는 기준을 적용하도록 했다. 메인 주나 미시시피 같은 주가 라스베가스와 뉴욕과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사법부는 판단한 것이다. 미국 땅에서는 영화제작자들이 그들만의 기준을 지키려했지만 바다 건너 유럽에서는 이를 무시했다. 파솔리니와 펠리니는 자유분방하게 자신들의 영화를 찍었다. <살로 소돔의 120일>에서처럼 이탈리아는 파시즘의 은유로 에로티시즘을 차용했고, <감각의 제국>의 일본은 에로티즘을 극단적 순종으로 표현했다. <감각의 제국>은 뉴욕항구에서 세관에서 압류되어 뉴욕영화제 상영이 좌절되었다.

대통령, 대법원 판사, 영화평론가, 일반 영화팬에 이르기까지 '외설'의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헐리우드는 노골적인 성표현은 자제했지만, 영화에서의 언어는 점점 더 현실화 노골화되어 갔다. 베트남전쟁이 끝나고, 워터게이터로 닉슨이 물려나고 지미 카터가 등장했지만 미국인들은 마약과 춤에 빠져들었다. 이때 나온 영화는 리처드 부룩스 감독의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같은 영화이다. 독신주의자들의 난교의 비극을 다룬 이 영화는 유타 주에서 상영금지되었고, 감독은 '섹스와 폭력을 불가분이다'고 주장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스캔들과 미성년자와의 섹스가 문제가 되던 미묘한 시기에 루이 말 감독의 헐리우드 진출작 <프리티 우먼>이 개봉되었다. 당시 12살의 부룩 쉴즈의 누드는 또한차례 논란을 가열시켰다. 루이 말은 "미성년자의 섹스는 아무리 아름답고 신중하게 묘사해도 부도덕한 것이다." 그러면서 "주제가 검열의 대상일 때는 힘들다. 검열은 대개 기술적으로 장면을 삭제하는 정도다. 포르노적인 요소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반감이었다."고 술회하였다.

1980년대 최초의 섹스 심볼 보 데릭의 <텐>이 개봉된다. 중년남성 더들리 무어의 성적 환상이 빚어내는 보 데릭의 조각미, 관능미는 결국 미국인의 갈망을 대변한 것이다. 이때 비디오가 발명되고 가정의 침실에 포르노 천국이 배달되기 시작한다. 성인잡지 <<팬트하우스>>는 1700만 달러투자하여 <칼리귤라>를 만들었고, 일반영화와 에로 영화의 장벽이 무너진다. <칼리귤라>에 대한 검열은 미국 법무장관 상대 집단소송까지 이어지지만 영화는 문제없이 상영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들어서고 미국 전체를 휩쓴 보수주의 물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에게 섹스는 일상적 행위가 되었고, 스튜디오들은 10대 관객을 만족시킬 영화 제작에 몰두한다. 10대가 좋아할 영화? 권위에 대한 반발. 폭력력.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과의 잠자리가 그 공식이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에이즈에 대한 공포는 미국인들에게 금욕과 폰 섹스, 마돈나를 부상시켰고, 관음증을 유행시키다. 당시 나온 데이빗 린치의 <블루 벨벳>은 쇼킹하면서도 판타스틱했다. 상처입은 성의 어두운 단면이 우리의 잠재의식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영화의 주제는 섹스가 아니라, 섹스의 병이 된 것이다. 섹스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위험한 정사>에서 확인된다. 도덕성의 파탄, 간통, 에이즈에 숨겨진 미국인의 형상이 섹스의 위험성으로 폭로된 것이다.

영화의 주제가 대담해지면서 개혁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유사 이래 검열이란 늘상 존재한 것이기 때문이다. 1990년 7월 베르톨루치, 존 슐레진저(미드나잇 카우보이), 시드니 폴락 등 거장들이 영화협회에 건의서를 낸다. "사람들으 X등급을 포르노로 인식한다. 영화협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성인용을 구분하려고 했던 본래의 의도에 맞추어 새로운 등급제도를 도입해야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9월 X등급은 없어지고, NC-17 등급이 새로 생긴다. 메이저 스튜디오 가운데에서 유니버설의 <북회귀선>이 처음으로 NC-17등급을 받았다.

물론, 신문사의 광고 게재 거부는 계속된다. <원초적 본능>도 처음 NC-17을 받았고, 상업적인 헐리우드가 흥행을 마다할 리 없었다. 폴 버호벤 감독은 재편집 해야했다. 이제 미국 영화사들은 삭제 대신 자기검열의 강박관념에 빠져든 것이다.

미국에서는 영화발전과 더불어, 영화집단과 시민단체, 정치권, 종교권이 영화의 순도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을 벌여왔고, 때로는 법의 잣대로, 때로는 금전적 이유로, 자신들만의 영화검열 제도를 정착시켜온 것이다. 물론, 많은 작가 감독, 인디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영화가 칼질되는 것에 분노를 표했다. 물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천국'인 미국에서 자신의 영화를 가위질없이, 등급없이 개봉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다음 선거 표를 의식하는 지자체 시장에 의해, 극장 이미지 유지를 위한 극장주인에 의해, 그리고 고급 독자에 서비스하는 신문사에 의해 그런 영화의 광고는 실을 수 없다. 인터넷으로 광고하면 된다고? 인터넷은 영원히 해방구로 머물 것인가?

우리나라에서도 '등급외 영화관'에 대한 문화관광부와 영화권의 시안은 나온 상태이다. 등급을 매기지 않은 영화는 제한된 극장에서만 상영 할 수 있게 하고, 광고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그럼, 그런 영화만을 수입하여, 상영하는 극장이 생겨날 수 있을까? 광고도 없이 매일 그런 극장을 찾는 영화팬이 얼마나 될까? 결국은 미국의 길을 걸을 것인가? 그보다 우리나라에서도 제도권과 시민사회의 검열의 칼날 싸움은 몇 차례 있었다. <거짓말> 파동, 그리고, 아주 잠깐 언급된 <춘향뎐>에서의 미성년자 섹스문제는 우리 시민사회의 미성숙은 물론이며, 관심조차 없음을 증명했다. 단지,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이분법 속에서 뚜렷한 가이드 라인조차 만들지 못하고, 또다른 영화가 나오면 또다시 '표현의 자유'와 '유교사회의 전통' 타령만 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http://www.kmrb.or.kr/index.asp 영상물등급위원회(한국) 
http://mpaa.org/ Motion Picture Association (미국)
http://www.bbfc.co.uk/ BBFC(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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