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9. 17:51ㆍ일본영화리뷰
(박재환 1999. 정식개봉 전 비디오 감상문) 이 영화를 굳이 우리 영화와 비교하자면 박신양-최진실의 <편지>가 아니라, 곽지균 감독의 <겨울나그네>에 가깝다. 그리고, MBC-TV의 <질투>가 가장 적합한 이미지일 것이다. <편지>는 보면서 조금 안타까웠다. ‘죽은 사람’을 다루고, 잊지 못해 몸부림치는 ‘산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그렇게 답답한지 모르겠다. <편지>만 보신 분은 이 영화를 한번 꼭 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연인이라면 <물위의 하룻밤>대신 <러브레터>를 함께 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오늘밤 애인에게 편지 써보기를 권한다. 메일이나 채팅, 전화기, 삐삐멘트가 아니라 편지지에 쓴 그러한 편지 말이다. 만약 나처럼 글재주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냥 “자기 비 오는 날 갑자기 자기 생각이 났어. 우산 생각보다 자기 생각이 먼저 났어…”라고 한 줄만 써서 보내자. 그럼. 내일 분명 비가 그치고 해가 나타나며, 그 사람에게서 만나자는 연락이 올 것이다. –;
어쨌든 이 영화는 국내 개봉하면 적어도 서울관객 100만 명은 예상되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우리 심성이 할리우드보단 동경 쪽에 가깝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첫 장면 눈밭에서 뒹구는 여주인공. 그리고, 이어지는 추모식과 일상사들이 깔끔하게 진행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는 재미와 드라마가 있다. 처음엔 알 수 없는 두 연인의 사랑의 회상과 죽은 남자의 과거. 그것도 중학시절의 아련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화면에 펼쳐진다. 물론 두 여자의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한 편지보내기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그 남자는 2년 전에 이미 죽었어!’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그 남자의 옛 주소를 보니. 그냥 어쩔 수 없이 편지 하나를 보내어 본다. 잘 있냐고. 그런데. 동명이인이 있을 줄이야. 그러한 작은 호기심에서 그 남자의 회상 씬이 하나씩 살아나고, 산 자와 죽은 자, 잊어버린 모든 것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도서정리 중에 발견된 대여카드에 쓰인 이름이 그러한 뜻을 지닌 것이란 걸 마지막 순간에 알게 된다든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책속에 있는 작은 비밀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관객이 느끼는 감동이란~. 이츠키가 결코 그 편지를 보내지 못하는 작은 비밀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는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생각나는 아름다운 장면이 너무 많다. 자전거 장면, 자전거를 기다리는 장면, 봉투를 뒤집어 쓰는 장면, 그리고, 우체통에 편지를 넣었을 때 히로코가 “히쯔키상” 하고 부를 때 돌아다보는 그 장면… 그리고 불현듯 일본어를 다시 배우고 싶게 한 그 장면. 시게루는 히로코를 데리고 이츠키가 조난한 그 산을 찾아간다. 일출 때. 아름다운 광활한 설산을 앞에 두고 히로코가 소리치는 장면. “이츠키상 오겡키데스카? 와따시와 겡키데스!” 계속 소리친다. 아마 이 장면만큼 영화적인 장면도 없을 거야.
영화는 그렇게 산 사람의 죽은 사람 추억 따라가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남자가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는지를 눈치채게 된다. 청춘의 한때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릴 수가 있을까. 이츠키는 그 남자가 자기를 좋아했었다는 것을 마지막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때문에 알게 된다. 그리고, 관객들도 한숨 쉬고 말이다. (박재환 1998)
[러브레터| Love Letter, 1995] 감독: 이와이 슌지 출연: 나카야마 미호,토요카와 에츠시, 한 부사쿠, 시노하라 카츠유키,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리 타카시, 스즈키 란란, 스즈키 케이치 개봉:199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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