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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리뷰

카운터스, 일본극우 혐한데모대에 맞선 야쿠자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9.02.11 18:13

(박재환 2018.08.14)  지난 2014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전시회가 하나 열렸다. '일본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혐한(嫌韓) 출판물 전시회'였다. 


당시 일본에서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와 ‘혐한(嫌韓) 출판물’이 증가하면서 한일관계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헤이트스피치의 대상은 ‘유태인’도 ‘예멘난민’도 아니었다. 주로 재일한국인과 조선인(조총련)을 대상으로 하는 인종차별적 증오발언이 문제였다. 이를 주도하는 일본단체는 ‘재특회’로 알려졌다. ‘재특회’는 '재일(在日)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의 약칭이다. 일본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익단체이다. 당시 전시된 책 제목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한국/한국인을 싫어하고 증오하는지 알 수 있다. 재특회를 만든 인물은 사쿠라이 모코토(桜井誠)이다. 1972년생인 그는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다가 점점 활동영역을 넓혀온 논객이다. 그가 쓴 ‘혐한’ 서적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바로 그 문제적 인물 ‘사쿠라이 모코토’를 볼 수 있는 영화가 개봉된다.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카운터스>이다. ‘카운터스’는 ‘어떤 일을 벌이는 쪽이 있고, 그에 맞서는 상대자’를 뜻한다. 작품에서는 ‘헤이트 스피치를 펼치는 재특회 같은 단체’에 맞서는 ‘차별 반대론자’이다. (이분법으로 따지자면 좋은 편/우리 편이다!)

이일화 감독은 일본 도쿄에서 펼쳐지는 혐한시위에 기겁을 했단다. 그런데 데모 현장에서 특이한 모습을 보게 된다. 헤이트스피처들이 기세등등하게 한국을 욕하고, “너네 나라로 꺼져!”라고 소리칠 때 그 반대편에서 댓거리를 하는 일단의 행동대원을 본다. 그들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 ‘카운터스’이다. 놀라운 것은 이 무리를 이끄는 사람이 야쿠자 출신이란 것. 그것도 자이니치(재일한국인)가 아닌 일본 야쿠자였던 것이다. 이일화 감독이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쿠라이 모코토가 ‘재특회’를 결성하고, 책으로, 방송으로, 데모로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확대재생산 시키고 있지만 ‘언론/시위/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일본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그 야쿠자가 나선 것이다. 그는 '오토코구미(男組)'라는 야쿠자스런 이름의 조직을 만든다. 사쿠라이 모코토가 시위를 하면 달려가서 반대시위를 펼치는 것이다. 일본 경찰은 그 중간에서 갈라놓는다. 두 집단은 서로에게 삿대질을 해가며 ‘논쟁’을 펼친다. 사쿠라이 모코토는 논객답게 군중을 휘어잡는다. 야쿠자는 야쿠자출신답게 ‘겁나게~’ 대응한다.

물론 ‘카운터스’에는 야쿠자 출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식 보도 양식으로 표현하자면) ‘양심적인 지식인과 언론인’, ‘각성한 시민들’이 힘을 모아, 헤이트 스피치의 위험성을 설파하고, 그런 주장을 펼치는 무리를 제압하기 위한 법률 제정을 청원하는 것이다. 결국 시민들의 움직임과 (일본) 야당의원의 노력 끝에 법률안이 통과된다.

다큐멘터리 <카운터스>는 사쿠라이 모토코의 좌충우돌 저돌적인 발언과 야쿠자의 상남자같은 대응, 일본 한 야당의원의 헌신적이고 치밀한 대응들을 적절하게 보여준다.

법률이 통과된 뒤 일본사회에서 혐한시위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쿠라이 모토코는 여전히 발언력을 키워간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처럼, 사쿠라이 모토코는 ‘재팬 퍼스트’를 내세우고 ‘일본제일당’이란 당을 만들어 도쿄도지사 선거에도 나섰다. (물론 형편없는 지지로 떨어졌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책도 잘 팔리고 말이다!)

궁금해서 일본뉴스를 검색해보니, 사쿠라이 마코토는 재일한국인 프리랜서 작가(이신혜)에게 행한 차별발언으로 법정에 섰다. 일본 대법원까지 간 재판은 모욕죄가 인정되었고, 그가 한 발언이 인종차별철폐조약에 반하는 것으로 손해배상하라느 판결을 받았다. 또 다른 뉴스로는 지난 5월 31일, ‘일본제일당’의 유튜브 채널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계정이 정지되었단다. 일본의 법도, 유튜브의 가이드라인도 ‘일본극우파의 헤이트스피치’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한국감독이 만든 일본 극우혐한시위대에 맞선 ‘착한시위대’의 기록이다. 그런데, 마지막 사쿠라이 마코토의 발언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것은 ‘일베’나 ‘워마드’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내부에 숨어있는 ‘나약함’과 ‘속좁음’에서 기인하는 배타주의적 동류의식에 대한 작은 종소리이다. 8월 15일 개봉예정.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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