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연] 중국식 블록버스터 (夜宴 풍소강 감독, 2006)

2008. 2. 14. 16:58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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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6/10/2) 중국의 영화제작자 입장에선 장예모나 진개가 감독보다 더 신뢰할만한 감독이 있다. 바로 풍소강(펑샤오깡) 감독이다. ‘5세대 감독’이란 것이 어느새 중국영화의 정치적 함의를 띤 대명사가로 전락한 사이 풍소강 감독은 ‘TV드라마’로 대중적 기호를 배웠고 영화계로 옮겨와서는 곧바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영화/산업의 총아가 되었다. 풍소강 감독은 해마다 춘절에 맞춰, 그동안 중국영화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던 중국식-특히 북경식- 유머를 앞세운 영화를 선보이며 중국인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가 재작년 유덕화를 캐스팅하여 만든 <천하무적>을 기점으로 소규모 영화를 탈피하여 중국식 블록버스터에 도전한다.

<야연>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장예모 감독이 <영웅>과 <연인>을 잇달아 내놓아 대하 시대극, 대작 사극에 대한 중국 영화팬의 관심을 높였다. 게다가 진개가 감독의 <무극>은 중국 영화팬에게 영화의 외적 웅장함 못지않게 내적인 완성도를 요구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미 중국 영화시장의 흥행 대가로 굳건한 지위를 지키고 있던 풍소강 감독은 작금의 중국 영화시장에 딱 맞는 중국식 블록버스터를 기획 제작한다. 200억 원이 투입된 <야연>은 2006년 중국영화계의 현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초호화 캐스팅에 중화권이 자랑하는 최고의 스태프가 합류한 것이다.

풍소강 영화에 줄곧 출연하여 중국영화팬에게는 친숙한 배우 갈우(꺼요우), 현재 해외에서 가장 유명세를 날리는 여배우 장쯔이, 그리고 홍콩 최고의 스타 오언조, 게다가 <퍼햅스 러브>로 더욱 유명해진 주신까지. 스탭진도 화려하다. 원화평은 이미 <매트릭스>로 할리우드까지 놀라게 했고,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를 차지한 담둔(음악)과 엽검검(미술)이 화려한 중국식 ‘Banquet’을 보여준다.

진개가 감독의 <무극>이 보여주었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였는지 이야기 구성에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권력쟁탈의 역사를 가진 중국은 역사의 고비마다 영화적 소재가 무진장 있다. 우선 ‘측천무후’가 있다. 황제의 첩으로 궁궐에 들어갔다가 그 황제의 아들과 혼인하고, 그 황제가 죽은 뒤 그 황제의 아들마저 죽이고 스스로 황제의 지위에 오른 측천무후! 당나라가 멸망하고 중국 각 지역에 우후죽순 식으로 황제를 칭하던 오대십국(五大十國)시절, 황제가 되어 며느리를 겁탈하고, 그런 황제를 척살하고, 나아가 자신의 아들을 죽이는 일이 펼쳐지던 것이 그 시절 중국 궁중음모극, 권력쟁탈전의 실제 모습이었다. 여기에 왕을 독살하고 왕위에 오르고 왕비마저 차지하는 저 먼 나라 덴마크 왕조의 이야기를 다룬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적절히 섞은 것이 바로 풍소강 감독의 <야연>이다.

<야연>은 이렇다. 서기 709년. 당나라가 끝나고 야심을 가진 세력들이 앞 다투며 자신의 땅에 자신의 왕국을 세우던 ‘5대 10국’시절, 확정되지 않은 어느 왕조의 이야기를 다룬다. 황태자(오언조)에겐 사랑하는 여인(장쯔이)이 있었다. 하지만 부친(황제)이 그 여자를 차지한다. 황태자는 낙심하여 산골에 은거한다. 황제 자리와 황후에 대한 야욕에 불타던 황제의 동생(갈우)이 황제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오른다. 황후마저 차지한다. 새로이 황제가 된 갈우. 그를 죽이고 부친의 복수를 꿈꾸는 황태자. 여전히 그 옛날의 황태자를 사랑하는 황후.

<야연>은 궁중음모극이며 치정에 얽힌 잔인하고 치사한 복수극인 셈이다. 사랑에 눈이 멀면서도 결국에는 권력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못하는 인간들의 드라마이며, 결국은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의 죽음에 피눈물을 흘리는 사랑의 이야기인 셈이다.

장예모 감독의 <영웅>과 <연인>이 이룬 중국식 미학 -과장된 형식미-는 한국관객에게는 중국식 과장, 혹은 대륙식 허풍으로 받아들여진다. 풍소강의 <야연>은 그런 중국식 과장미가 극대로 발휘된 중국식 블록버스터이다.

이 영화에서 황제 역으로 등장하는 배우 갈우는 오래 전 <인생>으로 깐느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중국의 유명배우이다. 워낙 유별난 아우라를 가진 그였기에 중국에서는 개봉 후 의외의 반응이 나타났다. 극중에서 진중하고 고답적인 황제 어투를 연기하는 갈우 때문에 객석에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뜻하지 않은 웃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영화에서 장쯔이의 뒷모습 전신누드가 잠깐 등장한다. 장쯔이는 깐느영화제 기간에 그 장면은 대역을 썼다고 털어놓았다. 중국에선 그 대역배우가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려달라고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국의 영화가 급속하게 산업화의 모습을 띠며 나타나는 작은 삽화이다.


이 영화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는 작년 중국을 광풍 속으로 몰아넣은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었던 ‘수퍼 걸 콘테스트'(超級女聲)에서 결선에 올랐던 장징잉(張靚穎)이다. 초녀(超級女聲) 출신 중 ‘영혼의 노래’를 부른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다. 아마 영화 끝나고 흐르는 엔딩 곡에서 그런 포스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나오는 노래가 ‘我用所有報答愛’이다.

참,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오대십국)을 둘러싸고 중국 인터넷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야연| 夜宴 Ye yan] 감독: 풍소강 출연: 오언조, 장쯔이, 갈우, 주신, 황효명 음악: 담둔 미술: 엽금첨 중국개봉일: 2006년 9월 21일 

 

夜宴(冯小刚2006年执导电影)_百度百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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