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당대’ 최고의 무협영화 (장예모 감독/ 十面埋伏 2004)

2008. 2. 14. 16:55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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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4/9/13) 장예모 감독은 중국 5세대감독으로 세계 영화제의 최고 인기스타 감독이었다. [붉은 수수밭], [귀주이야기], [홍등], [책상서랍 속의 동화], [집으로 가는 길] 등 그가 내놓은 영화는 모두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찬을 받아왔다. 영화감독이 되기 전, 그가 배우로 출연한 [옛 우물]은 동경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들 영화는 모두, 서구세계에 이른바 중국열풍(中國流)를 불러일으킨 장예모 감독의 작품들이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배반에 가까운 변신을 했다. 바로 [영웅]이다. 고구려사가 걸려있는 한국관객이 지금 시점에서 그 영화를 보자면 무모하기 이를 데 없는 천하통일관을 다룬 영화이다. 그동안 소박한 작품세계를 견지하던 장예모 감독의 일대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작품의 주제는 별개로 치더라도 이 영화는 그간의 색채미학에 엄청난 제작비를 동원한 초특급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거듭난 것이다. 물론 그 배후에는 그의 영화동료인 제작자 장위평이 자리하고 있다.

[영웅]이 끝나자 곧바로 두 번째 무협물 [연인]이 시작되었다. 이 영화는 한 시절 ‘중국의 정통 작가주의’라는 이름표를 떼고 확실히 상업대중노선에 뛰어든 장예모의 입장을 명확히 보여준다. 장예모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 혹은 엄청난 ‘변검’에 대해 중국에서는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진다.

[연인]이 개봉된 후 중국 인터넷에 나돈 우스개 중엔 이런 것도 있다. 중국 최고의 코미디영화, 흥행감독인 풍소강이 이 영화를 본 후 “나의 라이벌이 생겼다.”고 말했다고 하고, 현재 장동건 등을 데리고 대작 무협물 [무극]을 찍고 있는 천카이거(진개가) 감독은 “내 새 영화의 흥행대박을 기대해도 좋겠군..”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예모의 변신에 안타까워하며 ‘이제 장위평과 결별해라’라는 충고를 하는 사람까지 있다.

과연 [연인]은 한때 각광받던 거장 감독의 형편없는 싸구려 코믹무협물인가. 나에겐 절대 아니다. 이 영화는 근래 보기 드문 대작 무협물의 진수이다. 21세기 영화기술-특히 CG-과 전통 무협양식이 절묘하게 배합된, 그리고 대중코드를 기막히게 결합한 ‘진정한 영화’의 탄생이다. 그 점에선 [영웅]은 말할 것도 없고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보다 더 낫다.

십면매복, 줄거리를 따라

영화는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장엄한 배경음악과 자막으로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준다. 마치 [스타워즈]의 스크롤 압박을 느낄만하지만 관객은 곧바로 무협소설의 일반적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 ‘조정은 부패했고 천하는 새로운 혁명의 불길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당 지방관리 유 포두(유덕화)와 진 포두(금성무)는 ‘비도문'(飛度門)이라 일컫는 이들 혁명세력, 혹은 반당분자들을 일망타진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관객은 곧바로 목단방(木丹坊)이라는 기방(舞妓坊)에서 펼쳐지는 환상적 무도장면을 목도하게 된다. 장예모 감독의 색채미학과 휘팅샤오(곽정소, 庭 )장의 정교한 세트디자인, 그리고 장쯔이의 춤솜씨는 현란한 CG의 효과와 함께 관객의 숨결을 앗아가기에 족하다. 이 자리에서 장쯔이가 비밀스런 여인이라는 점을 확정시킨다. 이와 함께 진 포두의 플레이보이 근성, 유 포두의 숨겨진 일면을 눈치챈다.

연인, 사랑을 찾아서

이 영화가 [무간도]라는 소리를 듣게 된 이유는 유덕화의 역할 때문이다. 유덕화와 장쯔이, 금성무의 삼각관계는 무협소설의 상투적인 이야기 전개수법이다. 3년을 하루같이 기다린 ‘인고의 상징’ 유덕화와 불꽃같은 ‘사랑의 화신’ 금성무,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절대 미녀’ 장쯔이. 독자라면 가슴 아프고, 관객이라면 흥분하게 되는 스토리인 셈이다. 무협소설은 기본적으로 옛날 이야기이고 남녀의 사랑은 순정주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신필(神筆) 김용 무협소설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천룡팔부에서 단예와 목완청처럼) 여자(주로 소녀이다!)가 있다. 그 여자가 제 아무리 고강한 무술의 소유자라고 해도 자신의 알몸- 그것이 단지 뒷모습이라고 해도-을 본 자는 자신과 결혼해야 하든지, 아니면 소녀의 칼에 죽어야한다는 절대 정조의 개념이 당연시되는 것이 무협의 세계인 것이다.

그런데 장쯔이의 옥교룡이 [와호장룡]에서 보여주었듯이 자신의 운명은 자신이 개척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이 접목된다. 물론 ‘연인’을 고르는 것도 여자의 몫이다. 이제 장쯔이는 자신의 사랑을 골라야하는 힘든 결단의 순간을 맡게 될 것이다.

영화, 피와 땀과 눈물

[영웅] 개봉 때 [연기](緣起)라는 메이킹 다큐멘타리가 먼저 DVD로 출시되었었다. 이번에도 영화촬영 내내 6mm DV캠을 들고 따라붙은 감로(甘露)의 [여화](如花)라는 메이킹 다큐멘타리가 영화개봉에 맞춰 공개되었다. 여기에 따르면 장예모 감독이 쏟아 부은 정열을 느낄 수 있다. 장예모 감독은 [영웅] 촬영이 끝나자마자 저 멀리 우크라이나로 날아간다. 장예모가 한 첫 번 째 일은 ‘꽃’을 고르는 일이었다. 우크라이나의 들판, 길가에 핀 수많은 꽃 중에서 자신의 차기작품의 중앙무대를 화려하게 수놓을 꽃들을 우크라이나의 그 광활한 벌판에 ‘직접’ 심기로 한다. (장예모 감독은 십 수년 전에 붉은 수수밭을 찍을 때도 그런 방식을 택했었다) 이러한 감독의 의도는 중도에 좌절되었다. 중국에 사스 파동이 오고 그의 계획은 수정이 불가피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들판은 또 다른 방식으로 들꽃 천지가 되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 사건도 많았다. 위장 추적 중인 당나라 관리들을 향해 금성무가 활을 쏘는 장면. 그런데 그 화살이 촬영스태프를 맞힌 것이다. 그리고 장쯔이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던 금성무. 장예모 감독은 “요즘 사람들은 말은 안 타. 오토바이만 타지. 자네가 이 장면을 멋지게 해 줘야 해.”라는 부탁이 있은 후 1주일간의 말타기 훈련을 가진 금성무가 숲을 내달리는 장면을 찍다 굴러 떨어진다. 고통스러워하는 금성무, 난감해하는 장 감독. 금성무는 휠체어를 탄 채 우크라이나 수풀 장면을 끝마친다. 목련방과 감옥 씬은 이 사고 이후에 찍은 것이다. 금성무는 줄곧 목발 신세로 이 장면을 찍었다. 금성무가 진짜 액션 연기를 하느냐는 것은 물어볼 필요가 없는 질문인 셈이다. ([영웅]을 찍을 때는 이연걸의 교통사고 스캔들이 터졌었다)

그런데 장예모 감독의 영화 만들기에서 제일 뜻밖의 사고의 우크라이나에서 눈이 너무 일찍 내린 것이다. 가을 흐드러지게 핀 꽃과 원경의 짙푸른 나무를 배경으로 유덕화와 금성무가 운명의 일합을 펼친다. 그런데 갑자기 하얀 눈이 천지를 뒤덮은 것이다. 그 날 밤 숙소에서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장예모 감독은 한숨 또 한숨이다. 천지의 눈을 다 녹이든지, 1년을 기다려야하는 것이다. (호금전은 [협녀]를 찍을 때 동일한 태양광과 갈대 색을 담기 위해 한 해를 꼬박 기다렸다. 제작자의 숨 넘어 가는 소리가 들릴 만하다!) 장예모는 역시 현실과 타협한 실용주의자였다. 시나리오를 고친다. 그 때문에 관객들은 삼 일 낮 삼 일 밤을 칼싸움한다는 무협의 진수를 계절의 오버랩으로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장쯔이ㅡ 그 불멸의 신화, 진정한 무협의 세계

장예모의 [연인]을 보고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은 장쯔이가 끊임없이 죽지 않고 다시 살아나서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 점은 중국 네티즌들도 가장 많이 지적하는 난센스이다. 그런데 우리가 잠깐 6~70년대 한국전쟁 영화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총탄을 맞고, 치명적 부상을 입었더라도 주인공은 이를 악물고 임무를 수행하고 동료전우에게 고향의 ‘순자’에게 애틋한 사랑의 메시지를 다 주절이 늘어놓잖은가.

이 영화는 무협영화이다. 무협소설을 읽다보면 삶과 죽음이 동시에 희롱된다. 절정의 고수의 ‘일양지’는 사람의 ‘기’를 막아 순식간에 산 송장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다반사이다. 보아하니 류 포두(유덕화)는 [와호장룡]의 리무바이에 버금가는 무술의 달인이다. 거의 같은 레벨의 목단방의 송단단이 유덕화의 등 뒤에 꽂은 칼도 같다. 피가 묻어나지 않는다. 송단단은 “칼을 꽂은 채 돌아가라!”고 명한다. 유덕화의 비표는 장쯔이의 가슴팍에 꽂혀있다. 피가 번져난다. 금성무가 소리친다. “그거 뽑으면 우린 다 죽어!”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을 보면 허준이 닭 한 마디에 수십 대의 침을 꽂는 장면이 있다. 길다란 침을 닭의 몸통 곳곳에 가로질러 꽂지만 닭은 멀쩡하게 마당을 뛰어가는 장면이다. 고수의 칼침은 그러하다. 모든 기는 사람의 감정에 달려있다. 분노와 절망의 순간 피는 역류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다. 지금 유덕화의 번민과 장쯔이의 고뇌는 그 절정의 순간이다.

결국 마지막 결투 씬에서 유덕화의 선택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눈물이 쏟아 질려는 순간, 장쯔이 때문에 웃는 다른 관객들 때문에 허탈했다. 장예모는 무협 영화의 본류에 충실한 셈이다. 이안 감독이 [와호장룡]에서 다루려 한 것은 리무바이(주윤발)가 류수련(양자경)에게 말로 전한 강호의 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장예모는 마치 김용처럼 남과 여의 순정과 삶과 죽음의 결정적 순간을 감상적으로 극대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진정한 무협의 걸작인 것이다.

나는 이 영화가 DVD로 나오면 당장에 달려가서 살 것이다. 이 영화는 [와호장룡]보다 [영웅]보다 멋있다.

[연인| 十面埋伏, House of Flying Daggers,2004] 감독: 장예모 출연: 금성무,유덕화,장쯔이,송단단 무술감독: 정소동 한국개봉: 2004/9/10 

 

十面埋伏 (2004年电影) - 维基百科,自由的百科全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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