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몬스터 - 홍콩 편 덤플링즈] 젊음의 묘약

2008. 4. 20. 19:28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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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4-8-27
 
  한국에서는 2002년 여름에 개봉된 [쓰리](三更)는 한국, 홍콩, 태국의 재능 있는 감독들이 만든 단편 옴니버스 물이다. 영화의 컨셉은 아시아 영화인들이 대동단결하자는 취지 아래 각 나라의 개성 있는 호러작품을 모아 보자는 것이었다. 홍콩 편은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그 동안 연기력과는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던 여명을 캐스팅 하여 [고잉 홈]을 만들었다. 여명은 이 영화에로 대만 금마장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세계에 대전환을 맞았다. [쓰리]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자 그 속편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이번에는 태국이 빠지고 아시아 영화계에서 가장 돈 많은, 그리고 시스템적으로 가장 발달한 일본이 참여했다. 한국의 박찬욱 감독, 일본의 미이케 다카시 감독, 그리고 홍콩의 유위강 감독은 그 이름만으로도 꽤 매력 있는 콤비네이션이었다. 그런데 유위강 감독은 [이니셜D]의 감독을 맡으면서 빠지고 대신 진과 감독이 이 조합에 뛰어들었다.

지난 주 한국과 홍콩에서는 [쓰리 몬스터]가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홍콩-일본의 영화가 모두 모인 120분 짜리가 개봉되었지만 홍콩에서는 90분짜리 홍콩영화 [餃子三更2之一]만이 개봉되었다. 2주일 동안 진과 감독의 이 장편이 먼저 상영된 후, 한국(박찬욱), 일본(미이케 다카시) 작품이 포함된 {쓰리 몬스터]가 개봉될 예정이란 것이다. 유독 홍콩만 장편을 따로 제작하고 개봉시킨 것이다. 과연 어떤 영화이고,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것과는 어떻게 다를까.

유위강 감독이 제작시간이 빠듯하다면서 아웃되고 대타로 들어온 진과 감독은 우리나라에 [메이드 인 홍콩]이나 [리틀 청] 같은 작품으로 잘 알려진 홍콩의 대표적 독립영화 감독이다. 물론, 진과 감독도 출발은 상업 대중영화였지만 첫 영화 실패 후 줄곧 독립-인디-저예산 영화만을 만들어왔다. 그러던 그가 한국-일본-홍콩의 잘 나가는 감독으로 추천 받아 홍콩 편을 맡게 된 것이다. 빠듯한 시간에 비해 제작여건을 좋았다. 능력 있는 제작자이기도 한 진가신 감독이 수완 좋게 영화제작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촬영은 왕가위만큼이나 유명한 두가풍(크리스토퍼 도일)이 맡았고 미술 역시 왕가위 사단인 장숙평이 맡았으니 깔끔하고 미끈한, 혹은 으스스한 영상미학은 기대해 볼만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원작은 이벽화이다. [패왕별희]의 원작자로 유명한 이벽화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진용]과 [인지구] 같은 것도 있으니 판타스틱한 면을 기대해 봄직 했다. 또한 주연을 맡은 양천화, 양가휘, 바이링 모두 믿을만한 배우들이다.

영화는 이벽화의 소설을 거의 고스란히 옮긴다. 양천화는 한때 인기 있었던 TV탤런트. 데뷔 초기 출연했던 드라마 때문에 현 남편과 결혼했다. 그런데 이제 나이 40이 되니 남편은 바람을 피운다. 자기가 더 이상 남편에게, 남자에게 매력이 없는 여자라는 사실에 여자는 조급해지고 뭔가 돌파구를 찾아 나선다. 바로 바이링이 만들어 파는 특제 만두(교자)를 먹는 것이다. 양천화는 그 만두에 무언가가 들어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감히 물어보지도, 훔쳐보지도 못한다. 그런데 그 만두에는 낙태한 태아가 도마 위에서 칼질되어 만두소가 되어, 푹 찐 채 접시에 담기는 것이다. 두가풍의 미끈거리는 화면은 이 충격적 장면을 유려하게 비춘다.

양천화는 점점 자신의 얼굴 피부가 탱탱해지고 삶에 자신감이 붙는 것을 느낀다. 외도하던 남편도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런데 어느 날 양천화는 자신의 몸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고 여기게 된다. 남편은 이 만두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바이링을 찾아간다. 남편 또한 바이링에게서 그 만두를 먹게 되고 둘은 눈이 마주친다. 이제 바이링에게서 만두 공급을 거절당한 양천화는 미친 듯이 만두를 찾아 나선다. 그래서 남편과 외도한 여자-임신 5개월 상태-에게 거액을 주며 낙태를 강요한다. 그리고 그 태아로 직접 만두를 만든다.

이 영화는 작품성이 아니라 표현 수위 때문에 적잖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단지 인육(태아)을 만두로 빚었다는 잔혹성뿐만 아니라 홍콩 영화로서는 꽤 높은 수위의 섹스 씬도 추가된다. 양가휘는 이 영화에서 양천화와 바이링, 정부와 섹스씬을 갖는다. 양가휘의 연기력이야 이전부터 알아주지만 그동안 코믹-로맨스 물에서 통통 튀는 연기를 해왔던 양천화의 연기는 확실히 대변신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해주었다. 또한 [레드 코너],[애나 앤드 킹] 등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던 바이링(白靈)도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연기를 보여준다. 바이링은 중국 의사 출신의 특제 인육만두 제조판매업자로 등장한다. 마치 스탠리 큐블릭의 [샤이닝]의 마지막 장면-산장의 낡은 사진 속 인물-처럼 바이링은 이미 나이가 60이 넘은 젊은 여자 역을 해낸다.

[쓰리 몬스터] 한국 홈페이지를 보면 홍콩 편의 주제는 [탐욕]이라고 나와 있다. 젊고 싶어하는 욕망? 남편을 젊은 여자에게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은 갱년기 여성의 절망? 양천화는 왕년의 스타로서 자신의 탄력 있는 젊은 시절을 갈망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탁월한 장면은 양천화가 욕조 속에서 왕년에 자신이 나온 TV드라마를 우울한 모습을 쳐다보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진과 감독의 전작과 함께 묘한 정치적 해석을 낳게 한다. 개인의 아름다운 시절, 화려했던 시절은 물리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 홍콩의 화려했던 시절, 생동하던 그 시절로의 복구는 불가능하다는 은유이다.

이 90분짜리 드라마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재편집되었을까. 아마도 한국의 일반 관객들은 오히려 홍콩의 90분 짜리 버전이 더 궁금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재환 2004/8/27)

餃子三更2之一 덤플링즈 (2004)  Three, Monster
감독: 진과
출연: 양가휘,양천화, 백령
한국개봉: 2004/8/20
홍콩개봉: 200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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