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아직도 남아있는 불씨]

2008. 2. 15. 22:58다큐멘터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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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by 박재환 1998/11/13.. 체르노빌에 대한 다큐는 제법 나왔다. 이건 오래 된 다큐에 해당한다.]


........(전략)............. Q채널에서 <체르노빌, 아직도 남아 있는 불씨>를 한다고 하잖은가. 그래서 괜히 심각하게 집중을 했다. 체르노빌 원전에서 사고가 일어난 것은 1986년 4월 26일 이었다. 그때 다들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난 의외로 기억에 명확히 남아있다.................그리고, 10년이 훵하고 지나가버렸다.

과연, 그날 그 시각에 그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학교 다닐 때, 원전 건설과 관련하여 찬반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 (국제법 시간이었는데 왜 그런 토론을 했을까? 아마도 경수로 건설과 관련하여 가졌던 것 같다) 이런 토론은 물론 환경론자와 현실론자의 격론이 될 수 밖에 없지만 말이다. 물론 체르노빌을 두고, 원전 건설 반대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성수대교처럼, 인간의 오만, 혹은, 인간의 실수가 빚어낼수 있는 재앙에 대한 하나의 교훈으로 삼을만하니까 하는 소리이다.

JFK(케네디 미국 대통령)가 달라스에서 카 퍼레이드 도중 암살되었을 때, 그 광경을 찍은 비디오테이프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체르노빌 당시의 기록필름도 몇개 남아 있었고, 어제 본 다큐멘타리에 포함되었다. 그 중 관심을 끈 것은 사고 며칠 전에 찍었다는 그 동네의 너무나 한가로운 거리 풍경들이었다. 죽음의 재가 휩쓸기 불과 며칠 전에 한 아마추어가 찍은 그 동네의 표정은 한가롭기 그지 없었다. 동네는 그 추운 동네 특유의 회색빛 아파트와 한적한 거리 풍경. 그리고 멀찍히 원전의 탑이 보였고, 사람들은 행복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운명의 그날 밤, 원전은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오늘 아침에 인터넷으로 <체르노빌 Chernobyl>을 검색해보니, 당시 사고의 시간표가 나와있었다. (물론 영어로..) 시간대별 사건 발생과정이 파악된 모양이다. 어제 본 다큐멘타리에서는 사고의 발생원인을 아직도 알수 없다면서도, 하나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설명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4월 25일 정기점검일이었다. 그래서 가동 중인 제 4기 원자로를 운행중단시키고 점검 중이었다. 그러나 그날 밤, 모스크바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즉시 가동하라!"고... 당시 전력난에 시달리던 우크라이나의 공업지대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조처였다. 그래서, 점검 도중 급하게 재가동시킨 것이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것이란다.

1,800톤 짜리 콘크리트 원전 뚜껑이 날아가 버릴만큼 큰 폭발이 있었고, 대화재가 발생한다. 원자로 안은 순식간에 암흑천지가 되고, 사람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아무도 원전의 폭발을 믿을 수가 없었다. 노심이 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투입된다. 일단, 연쇄 폭발과 더 큰 사고를 막기위해 급헌 불부터 막아야했다. 헬리콥터로 모래를 원전에 쏟아붇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 반년동안 연인원 60만 명이 투입되어, 진화작업과 밀봉작업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사고 발생 후, 서방측은 이 사고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틀 후, 스웨덴의 한 원자력 발전소는 발칵 뒤집어졌다. 원전 주위 공기에서 평소보다 훨씬 높은 방사능이 검출되었기 때문이다. 원전가동은 즉각 중단되었고, 누출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리곤 곧 , 이 방사능오염은 자국의 원전누출이 아니라, 동쪽으로부터 날아온 것임이 확인되었다. 그날 스웨덴의 모스크바 주재 대사가 소련에 원전 사고 여부를 공식 문의했지만, 소련당국은 사실을 부인하였다. 그 시각에도 지구상 대기권으로 막대한 죽음의 재가 서서히 움직여 나가고 있었다.

소련당국의 공식발표는 한 달이 지나서야 당시 서기장 고르바쵸프의 발표로 있었다. 고르바쵸프는 "원전에서 난 사고는 인민의 영웅적 분투로 회복되었다. 현재 299명의 거주자가 입원 중이며 7명이 사망했다..."라는 것이 요지였다. '겨우 7명 사망!'이 다큐멘타리에서 고르바초프의 인터뷰가 삽입되었다. 고르비는 당시 자신들이 파악한 것은 그게 다였다고 했다. 왜 노벨상까지 받은, 한때 페레스트로이카의 영웅 고르바초프가 소련내에서 찬밥 신세인지 알것도 같다... 현재까지 최소 6천명에서 최대 12만 5천명이 직접적 피해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이루 다 파악할 수 없고 말이다.

그야말로, 소련인민의 희생적 분투로, 노심이 녹아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원전 근무자나 초기 투입된 - 그리고 그 후 수개월동안 투입된 사람들은 모두 허술하기 짝이 없는 방호복으로, 그리고 많은 사람은 평상복에 마스크만 쓴채 고스란히 낙진을 덮어서야했단다. 그렇게 그지없는 차림새로, 방사능이 가득찬 사고 원전을 사수한 많은 소련 인민은 물론, 그후 엄청난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당시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수의 반이 10년이 지난 후 이미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사고 당일부터 며칠간 날씨도 더워서 모두들 반팔차림에 마스크나 겉옷만을 뒤집어 선 채 방사능에 직접 노출되었던 것이다.

체르노빌 - 프리파치市-에 거주하던 5만 명의 주민들은 그 다음 날에야 다른지역으로 소개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폐허에는 소련 전역으로부터 군인과 광부, 민간인 60여 만명이 이동해왔다. 우선, 광부들은 갱도를 뚫어 노심을 녹이고 있는 화재를 진압하고, 방사능으로 가득찬 공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쏟아부을 냉각수 터널을 팠다.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들이부었고, 그 여파로 공기 오염도는 훨씬 심각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이 할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었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폭발했다면, 더 끔찍한 일이 발생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 일대를 수습할 수 없기에 그냥 전체를 콘크리트로 막아버렸다. 이것 또한 현대 과학의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저 콘크리트로 밀봉된 4호기 내부는 아직도 엄청난 오염의 방사능 덩어리가 잠자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기에 무슨 사고가 나면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아시아의 어느 나라처럼 끝없이 무너져 내리고, 가라 앉고, 폭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임자에 대한 재판은 신속하게 진행되어 1987년 7월 29일 소련인민대법원은 체르노빌 원전소장이었던 빅터 브루케노프에게 안전파괴죄로 10년의 징역형에 처한다. 하지만, 빅터는 인터뷰에서 그러한 재판이란 것은 각본대로 진행된 것에 불과했고, 그 사고는 자신으로서도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하기로는 우선 설계상의 잘못, 운영상의 잘못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란다. 그날 이후 사고지점 반경 수십 킬로미터가 봉쇄되었지만 여전히 죽음의 그림자는 대기의 흐름에 따라 퍼져나간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같은 형태의 1호기, 2호기, 3호기가 여전히 가동 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허술하기 그지없는 운영방식은 여전하여, 유사한 화재가 발생한 적도 있었단다. 당시 기술자의 90%는 이미 자리를 떠났고, 그 자리에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 갓 부임한 직원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말이다) 그들의 말은 다음과 같다. 이 원전이 멈추면, 우크라이나의 공장이 다 멈춰선다고... 석유를 수입할 돈도, 내다 팔 것도 별로 없는 가난한 나라답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낡은 원전을 계속 돌린다고 한다.

그후 10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서서히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첫 3년째부터, 갑상선암환자가 급증하였고, 10년 되면서 백혈병 환자가 급증한다고 한다. 그리고, 머리 둘 달린 송아지부터 시작하여 돌연변이 개체가 급증한다. 동물만 그런것이 아니다. 사람도 별 수없이 피해를 본다. 온몸이 퍼렇게 멍던 아기, 팔 다리가 성냥개비같은 소년... 그들은 죽어가고 있고, 그들의 부모는 그런 자식을 피눈물을 흘리며 바다보아야만 한다. 이미, 젖소의 우유에서는 치사량에 달하는 방사능이 검출되었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별수 없이 먹고, 마시고, 호흡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사고 지점에서 200킬로미터 떨어진 알마니아라는 도시에서는 원전사고 이후 내린 소나기에 의해 한 순간에 죽음의 땅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200여 명의 아기 중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이는 불과 4명이란다. 나머지는 위, 신장, 심장.. 이 병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처음 진화작업에 동원된 수백 대의 헬기와 수천 대의 트럭들이 들판에 내버려진채 방치되고 있다. 그것은 이미 오염되었고, 그것을 세척하는 것보다 그냥 버려두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그 오염된 찌꺼기는 사방으로 그 재앙을 실어나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원전이 몇 개 있고, 이제 북한 땅에도 지어주고 있다. 북한은 원자탄을 만들어 미사일에 싣고 어딘가를 겨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아주 위험한 동네에서 위험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 우리의 방바닥은 모두 이산화탄소 연탄으로 깔렸었고, 택시 뒤에는 LPG가스통을 싣고 다녔다. 그리고, 호흡하는 공기에는 온갖 위험 요소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살고 있다고 자위한다.

그렇다고, 우리네가 원전 건설을 중단시키고, 가동 중인 모든 원자력 발전소를 콘크리트 땜질해 버리자는 것은 무리임에도 분명하다. 대안을 강구하기에도 막막하다. 이미 전체 발전량의 절반을 원전이 떠맡고 있다고 한다. 석유도 몇 십년내에 바닥날 것이고 말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에 매달리자... 물레방아로 컴퓨터를 켜고, 반딧불로 불을 밝히고, 자전거 패달로 지하철이 다니는 세상...

체르노빌의 어린이들은 죽었고, 죽어가고, 죽을 것이다............

위키피디아 [체르노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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