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제국] 거세된 포르노
AV ※ 19금영화 2008/02/15 20:57 |
[리뷰 by 박재환 2000/3/8] <감각의 제국>이 제대로 개봉된 나라는 없다. 일본에서조차 제대로 개봉되지 못했다. <거짓말>과 비교하여 이 영화는 예술 혼의 상징쯤으로 국내 일부 영화팬에게 알려졌었고, 포르노 비스무리하게 유통되었다. 그리고 클래식 영화만을 전문적으로 수입하여 배급하는 율가필름에 의해 국내에 곧 개봉할 예정이다. 어제 첫 번째 기자시사회가 있었다. 상영시간이 '86분'이라고 홍보사 측에서는 밝혔다. 미국 인터넷 사이트의 자료에 의하면 이 영화의 오리지널(?) 상영시간은 105분이다. 그러니 꽤나 많이 커트된 것임에는 분명하다. (영화사에서는 100분이 넘는 원본은 지금도 프랑스에서만 상영되고 대부분은 91분 짜리 인터내셔널 버전이라고 했다. 그 중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은 성기노출장면이 삭제되고, 보카시 처리되는 86분이라고 밝혔다. 심의위 자료의 최종 통과버전은 83분이다) 이 영화의 화젯거리는 많다. 베를린 영화제에선 첫 상영된 후 음란물로 기소되었고 18개월 후 연방법정에서 노컷으로 일반공개가 허용되기도 하였다.
사실 이 영화가 예술론과 외설론의 정중앙에 서 있는 것은 내용의 선정성에 기인한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제 아무리 심오한 철학을 설파하였다고 하더라도 수용자의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장면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제작의 첫 단추는 프랑스쪽 제작자 아나톨 도망이었다. 1972년 여름, 도망은 나기사 감독에게 "프랑스와 일본이 합작한 포르노 영화를 만들어 봅시다. 제작비는 우리 쪽에서 대겠소. 작품의 내용과 방식은 전부 오시마 감독이 알아서 하시오."라고 했단다. 당시 일본은 여전히 성기노출과 성행위를 담은 영화의 제작이 불가능한 상태였었다. 오시마 나기사가 생각한 영화는 1936년 동경에서 실제 있었던 '아베 사다'의 이야기 이었다.
아베 사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일본의 군국주의 체제가 극에 달할 무렵인 1936년 5월 18일. 아베 사다라는 여인이 시의원인 애인 키치조우를 교살하고 그의 성기를 자른 사건이었다.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이 사건은 아베에 대한 동정적인 여론에 따라 징역 6년형에 처해지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이후 이 사건의 선정성과 일본 민족 특유의 (?) 관심은 많은 작품 창작의 근원이 되었다. 1976년 6월 15일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가 일본에서 막상 개봉되고는 지루한 법정투쟁이 계속되었다. 거의 무정부주의자에 가까웠던 정치 투사이기도 한 오시마 나기사가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법적 투쟁에 무릎 꿇을 일이 없을 터이니 말이다. 결론은 82년 6월 8일 동경 고등재판소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기까지 지루한 투쟁을 계속하여야했다. (이는 일본 사법제도의 특수성에서 기인하기도 한다. 지하철 독가스를 살포한 옴 진리교 교주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거짓말>이 되었든, <춘향뎐>이 되었든, <둘 하나 섹스>가 되었든, 스포츠 신문에 사건이 선정적으로 다루어지고는 여론이 냄비같이 급속하게 뜨거워지더니 어느새 조용해져 버리고, 그 영화가 '외설'이었는지 '예술'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흐지부지 끝나버리고 만다는 점에서 확실히 비교가 된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60년대 초 일본 학생운동의 신좌파 이념에 동조하여 일본 영화의 전통과 싸웠을 뿐만 아니라 일본의 기성정치와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웠던 투사였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영화의 다른 정치적 코드를 읽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기실 이 영화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지루한 성적 탐닉의 여정만을 그린다. 아베는 키치에 매료당한다. 아니, 정확히는 키치의 남성기에 집착한다. 키치가 하는 대사 중에 "내 것은 소변 볼 때에만 쉴 수가 있구나..."라는 대사가 있다. 그 나머지 시간은 모두 '아베'에 속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질펀한 성적 탐닉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다. 하지만 <거짓말>에서 정치적 반항의 의미로 'Y'와 'J'가 서로를 탐닉하고 채찍질하듯이, 이 영화에서는 어떤 투쟁의 대상을 애써 무시하기 위해서라도 현실의 섹스에 파고드는 것이다. 게다 짝을 신고, 키모노를 입고, 샤미센을 연주하는 일본의 겉껍질을 한 꺼풀만 파고들면 찾아낼 수 있는 그러한 특수한 경우의 '개 같은 짓거리'인 것이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이 보여주는 것은 그러한 특별한 사람의 심리를 일반화시키는 어리석음이 아니라, 그러한 특수성을 우려하는 절대적 시각에 대한 노골적 반발인 것이다. 인류가 유인원과 다른 것은 섹스의 폐쇄성과 독립성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주인공의 섹스는 담벼락이 없는, 보호막이 완전히 거세된 유리상자 속의 섹스인 것이다.
그러한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면서 관객은 남자와 여자의 성기에만 집착하는 이상성격에 동화되어가든지 이반되고 만다. (다행히 한국관객들은 그러한 상호교접의 대상-성기-은 구경할 수 없다. 다 잘리든지 다 마스킹 처리되니 말이다) 키치가 판자 집들이 쓰러질듯 모여있는 마을의 골목을 지나갈 때, 용감하고 씩씩한 황군의 사병들이 줄을 지어 행군하고 있다. 키치는 그날 또다시 아베와 끝없는 교접을 할뿐이다. 감독은 이러한 이상한 대비를 통해 군국주의에 손가락질하지도, 이상 성격자들의 일상에 찬양을 보내는 것도 아니다. 철저히 내부와 개인의 차원에서 망가져 가고, 소외되어 가는 존재를 부각시키려한 것이다. 그래서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종잡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차라리 이 영화는 포르노로 만족하고 보아야한다. 그래서 두 남녀가 뒹굴고 섹스를 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집착하는 과정을 통해 소유와 만족의 의미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적 엑스터시는 올개즘의 에스컬레이터를 요구할 것이며, 죽음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구축할 뿐일 것이다. 아베가 키치의 목을 조이고, 그의 성기를 칼질하여 떼어낼 동안 관객은 결코 "둘이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깨닫지 못한다. 사랑도 거세되고, 감정도 차압당하고, 남은 것은 성기뿐인 불쌍한 황국의 신민을 보며, 정말 무서운 절대주의의 판단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베티블루 37.2>를 다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愛のコリ-ダ (1976)
감독: 오시마 나기사
주연: 후지 타츠야, 마츠다 에이코
한국개봉:2000년 4월 1일
일본개봉: 1976년 10월 16일 (104분) 배급: 東寶東和
위키피디아 (일본)
'AV ※ 19금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젖소부인 바람났네] 진도희, 추억 속의 에로비디오 (1) | 2008/02/15 |
|---|---|
| [젖소 바람났네] 안방극장 영상혁명 (1) | 2008/02/15 |
| [채털리 부인의 사랑] 소설과 영화의 차이 (0) | 2008/02/15 |
| [무릎과 무릎사이] Eyes Wide Shut (2) | 2008/02/15 |
| [I.K.U.] 포르노그라픽 러너 (0) | 2008/02/15 |
| [감각의 제국] 거세된 포르노 (0) | 2008/02/15 |
| [엠마뉴엘 7편] 실비아 크리스텔과의 만남 (0) | 2008/02/15 |
| [애마부인2] "요즘 여자들은 알 수가 없어..." (20년전 영화대사) (0) | 2008/02/15 |
| [샤만카] 화성에서온 여자, 명왕성에서 온 남자, 그리고 지구에서의 섹스 (0) | 2008/02/15 |
| [섹스:애나벨 청 스토리] 여자도 충동한다 (0) | 2008/02/15 |
| [이천년] 이규영 + 봉만대 + 클릭 (0) | 2008/02/15 |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