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죽 조금만 더 주세요..

2008. 3. 6. 08:53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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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1999-4-17]  일요일 저녁에 캐치원에서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었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작년 웨버의 50회 생일을 맞아 특별기획 공연된 것이다. 웨버는 영국출신의 대중음악가, 뮤지컬 작곡가로 <에비타>, <팬텀 오브 오페라> 등 수많은 걸작을 만들었다. 그의 빛나는 스코어는 물론 우리나라에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인터넷을 보니 <록키 호러 픽쳐 쇼>가 아주 오랜 만에 다시 런던 극장가에서 재상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RHPS>도 원래는 런던 무대극으로 출발하여 영화로 만들어졌고, 그게 어느새 전세계 올빼미 컬트 팬을 잔뜩 거느리게 된 전설이 된 것이다. 이들 뮤지컬/영화는 모두 그 바탕이 영국 런던의 무대극이다. 헐리우드 41번가 브로드웨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말이다. 영국의 음악적 기반을 이야기해 보려고 했는데 사실 쓸데없는 것 같네. 뭐, 비틀즈가 영국 출신이었다는 것으로 영국인들의 문화대역의 폭 넓음을 이해했음 한다. 그런 점에선 우리나라에도 서태지같은 애가 많아야 <명성황후>같은 것도 자연스레 많아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뮤지컬 영화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장르였다. 게다가 경기호황과 더불어 뮤지컬의 성황을 분석하는 책도 있고 말이다. 영화史에서 보자면, 뮤지컬은 영화의 다양한 새로운 시도 중의 하나이기도 있다. 이 영화를 전후한 시대의 미국의 명 뮤지컬로는 <마이페어 레이디>, <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등 참 많았다. 1968년 아카데미에서는 이 영화 영국산 뮤지컬 <올리버>와 미국산 뮤지컬 <퍼니걸>이 맞붙은 해였다. 이 영화는 작품상 등 많은 부문을 수상했다. 그럼 영화 보자!

영화 <Oliver!>는 1968년 챨스 디킨스의 소설 <Oliver Twist>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뮤지컬은 1960년 런던에서 처음 무대에 오른 후 무려 2,619회나 상영되었단다. 이 기록은 12년 뒤 <Jesus Christ Superstar>가 나오기까지는 최고 기록이었다고. 뮤지컬 작곡과 작사는 모두 Lionel Bart가 맡았는데 그 당신 나이는 30살 이었다고. 12개 부문 아카데미에 올라 6개 부문을 수상했다.(최우수 작품, 감독, 미술,음악,음향,그리고, 안무를 맡았던 Oona White에게는 특별상이 주어졌다. 후보에 오른 것은 남우주연 Ron Moody, 남우조연 Jack Wild, 각본, 촬영, 의상디자인, 편집 부문이었다)

챨스 디킨스(1812~1870)는 셰익스피어만큼 영국 영화제작자에겐 인기있는 작가이다. 구두쇠 스쿠루지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도 그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 중 많은 것이 영화화되었다. <위대한 유산>은 몇번씩이나 영화화되었다. 그리고 이 작품도 <위대한 유산>처럼 데이비드 린에 의해 흑백시절에 영화화되었었다. 데이비드 린 감독 작품(48년 작)은 흑백 클래식답게 드라마에 중점을 두었다. 특히, 올리버의 어머니가 고아원(옛날 소설책에는 고아원이 아니라 '구휼원(혹은 구빈원)'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사용했었다. 요즘 번역본에는 아마 '극빈자 보호소'라고 좀 쉬운 용어를 사용했을 것이다)에서 올리버를 낳고 죽는 이야기. 그리고, 그 목걸이의 행방이 아주 극적으로 그려졌었다. 이 영화는 온통 노래판이다. 후반부에 가서야 노래는 사그라지고 드라마가 오밀조밀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스코어만 보더라도 흥겹고 훌륭한 것이 많았다.

찰스 디킨스는 영국의 대문호이다. 그의 작품의 경향은 뭐니뭐니해도 당시 산업혁명 와중에 고통받는 서민을 그려내었다는 것이다.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는 1838년 작품이다. 구휼원에서 죽 한 그릇에 하루종일 노동력을 착취당한다. 그러던 어느날 제비뽑기에 '당첨'되어서 욕심꾸러기 감독관에게 "죽 조금만 더 주세요"라는 소리를 하게 된다. 그 덕분에 쫓겨나고 눈밭을 헤매며 "소년 팝니다"하는 감독관 손에서 장의사 손에 넘겨진다. 장의사는 올리버를 척 보더니 "저 꼬마애는 장례식장때 제일 앞에 만장 들고 가게 하면 되겠군."이라 말한다. 사실 아주 어렸을 때 여러 수십번 읽은 이 소설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바로 그 장면이었다. "저 꼬마는 생겨먹기가 너무 불쌍해서 만장 들고 앞에 나서게하면 돈이 많이 들어올거야.."라는 것과 후반부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한밤 중에 어디론가에 끌려가서 문을 따는 장면은 조마조마함의 극치였다.

이 영화는 디킨즈 원작을 충실히 따랐고, 원래 런던 무대에 올렸던 라이오넬 바트의 극본과 노래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옮겼다. 이 영화는 70미리로 만든 뮤지컬중 가장 화려하고 가장 경쾌한 것이라고 한다.

올리버 역의 꼬마애는 마크 레스터인데 상당히 귀엽다. 자세히 보면, 계집애 같은 느낌이 드는데 더욱 자세히 보면 커컬리 맥컬리와 줄리엣 루이스를 많이 닮았다. 꼬마 소매치기역의 다지로 나온 '잭 와일드'와 함께 한때 인기많았다. 물론 론 무디의 호연도 볼만했고 말이다.

캐롤 리드 감독은 오손웰즈가 출연해서 더 유명한 <제 3의 사나이>감독이기도 하다.

아마 산업혁명기의 영국사는 자본주의 발달사와 더불어 민중史 혹은 빈민史를 같이 보아야할만큼 고통과 가난과 착취와 범죄의 시절이기도 하였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어린 소년소녀들이 하루 20시간 가까이 노동(물론 일요일도 없이)하고, 돈은 쥐꼬리만큼 지급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착취와 혹사 속에서 어린 아이들의 폐와 건강은 물론 엉망이 되었고, 교육과 인성은 거론할 형편조차 못 되었다. 그러한 사실에서 이러한 문학작품이 나왔고, 그러한 착취를 몰아내는 복지와 민주의 개념은 사실 수십 년을 싸워온 이러한 사람들의 덕분인 것을 경시할 수는 없다. 석탄을 떼는 기관차가 인류생산력을 대폭 올려놓는 동안 아주아주 많은 민중은 썩어가는 폐와 햇빛조차 비치지 않는 작업장에서 죽도록 노동만 하게된 것이다. 요즘 그렇게 일 시키다가는 큰 일 날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에선 그런다. 파키스탄에서는 그 나라 최고의 수출품인 수제 돗자리-양탄자 짜는 것에 미성년자를 강제 노역시키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사실에 경악하고는 수출 금지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말이다. 중국도 감옥에서 죄수들에게 장난감을 만들게 한다. (이건 나도 놀란 것인데, 미국에선 감옥에서 만든 물건이 정당한 노동의 댓가없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불법제조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정부가 일당없이 -혹은 아주 조금 주고 죄수에게 물건 제조를 시키면, 그것은 미국내에 수입불가능 제품이란 것이다. 일리가 있다. 자유경쟁 시대의 잣대로 보더라도 그런 제조품은 당연히 원가가 엄청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 만든 제품과는 가격경쟁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국은 장난감 하나 수입하는 것에서도 인권신장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을 욕할려면 엄청 욕할 수도 있는데 여기선 촛점이 그것이 아니기에 이번엔 중국 욕을 한 것일 뿐이다.) 우리나라? 말을 말자. 동남아 노동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우가 어떤지는 모르는 사람이 없으리라. 그 사람들이 나중에 자기들 나라 가면,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까.

<올리버>를 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네. 하지만, 지난주 본 <분노의 포도>에서 미국의 가난한 시절을 보았고, 이번엔 영국의 어려운 한 때를 보았다. 어제의 고통과 발버둥이 있었기에 오늘의 부와 현재의 복지, 그리고 실제하는 국가의 힘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우리도 우리의 과거와 어제가 결코 가벼운 경험이 아니었길 기대한다. 내일 지하철 다니는 거야?

★ 어제 EBS에서 캐롤리드 감독의 68년 뮤지컬을 보고 쓴 감상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케이블 채널26 다솜방송에선 William J. COWEN감독의 1933년도 흑백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박재환 1999/4/17)

Oliver!  (1968)
감독: 캐롤 리드
주연: 론 무디,  마크 레스터, 잭 와일드
1969년 아카데미 작품, 감독상 등 수상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Oliver%21_%28film%29
http://en.wikipedia.org/wiki/Charles_Dick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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