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d by 박재환 1999/?/?] 내가 고등학교때 제 2외국어로 독일어 배울 때가 생각나게 하는 영화이다. 원제는 DAS BOOT이다. 중모음 oo가 이 경우는 단모음인지 장모음인지 이젠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우]로 발음하는게 아니라, [오]로 발음해야한다. 그것만이 내게 남아있는 독일어학습의 잔재이다.^^
다스 보트! 민병천 감독의 <유령>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 영화를 한번 더 꼭 보고 싶었다. 워낙 오래 전 어릴때 본 영화였지만, 그 감동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 <크림슨타이드>나 <붉은 10월을 찾아서> 같은 잠수함 나오는 영화나, 혹은 북한에서 잠수정 넘어왔다가 격침되었다는 뉴스 볼 때마다 불현듯 이 영화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어릴 때는 잠수함만큼 굉장하고 무서운 전쟁무기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물속으로 몰래 다가와서는 어뢰를 발사하고는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공포의 전쟁무기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가? (물론 요즘 미국이 갖고 있는 핵잠수함 이야기가 아니다. 2차대전 바닷 속에서 항상 말썽을 일으키던 그 덩치 큰 굼벵이를 이야기한다)
수중 음파탐지기로 바닷밑에서 "또오~ 또오" 하면 다 잡혀 버린다. 그러면 해면 위의 함정에서는 그 소리 나는 쪽으로 수뢰 폭탄을 비오듯 쏟아붓는다. 그게 하나라도 잠수함에 맞아서 구멍이라도 생긴다 해보아라.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는 40,000명의 잠수함 해군이 있었단다. 그리고 바다로 나간 그들중 3만 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단다. 대서양 바다 곳곳에는 독일잠수함이 수도 없이 격침되어 늘려 있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볼프강 피터슨이 1982년 만든 걸작 전쟁 영화이다. 당시까지 독일이 만든 영화 중에는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였다. 3천만 마르크(4천만 US$).
원작은 당시 종군기자였던 Lothar-Gunther Buchheim(로타 군터 부케하임)의 기억들에서 출발한다. 부케하임은 해군 장교였고, 독일군의 사기진작을 위한 수단의 일환(프로파간다)으로 용감한 잠수한 부대원의 일상사를 찍고 기록하라는 명령을 받고 잠수함에 동승한다. 그는 독일 잠수함 (오늘날 U보트라고 불리는 독일 잠수함의 이름은 U계열로 명명되어있다. 그가 탄 잠수함은 U-96형 이다)에 올라 실제 독일군의 감정이 고스란히 녹아나는 그런 장면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부케하임의 기록은 수백 장의 사진과 몇 권의 회고록, 소설로 오늘날 남아있다. 이걸, 볼프강 피터슨(독일어로 읽으면 페테센)이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두 가지 버전을 생각했다. 하나는 전 세계 배급을 위한 극장용 영화로, 그리고 또하나는 독일내 TV방영을 위한 6시간짜리 미니 시리즈를 구상했고 그렇게 만들었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독일어 발성에 영어자막으로 상영되어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유럽의 대부분의 극장에서는 자국어 더빙이 일반적이란다. 우리나라와는 좀 다른것 같다. 더빙하면 야단법썩을 떨 영화팬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해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 영화상과 더불어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이 영화는 현재 전세계 영화DB의 최고봉 IMDB에서 실시하는 네티즌 선정 베스트 무비에서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외국영화로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다음으로 높은 순위이다)
영화가 처음 시작되면, 한 해군기지를 보여주고, 곧 술집 바를 비춘다. 이곳에서 많은 독일군인들이 부어라 마셔라 하며 환락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용감한 듯 하지만, 왠지 두려움에 질려있고, 호쾌한 것 같으면서도 슬픔에 가득찬 눈빛이다. 그들에겐 "하이 히틀러"가 마치 장난같고, 애국이란 것이 그렇게 가슴에 와 닿는 열정이 아닌 것 같다. 그들은 내일 또다시 바다로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다에 나가면 몇달을 바닷 속에서만 살아야하고,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그들은 정말 죽음의 바다로 나가야하는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것이다.
이 배에는 노련한 역전의 용사들로 가득차 있다. 함장, 부함장, 1등 기관사... 그리고 수십명의 해군. 여기에 같이 올라탄 이방인은 둘 뿐이다. 한 사람은 종군기자이며, 또 한사람은 비밀기관원. (당시 영화보면, 이런 사람은 많이 나온다. 아마 나찌는 사상이 의심스러운, 혹은 전향의 염려가 있는 모든 군부대에 하나의 감시요원으로 이들을 파견시킨 모양이다) 이들의 임무는 따로 없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다가 명령전문에 따라, 공격하고, 피하고, 운항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첫 며칠은 평화로운 잠수항행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들이 처음 만난 영국 수송선단의 공격부터 그들은 전쟁의 광기를 목격하게 된다. 어뢰로 영국수송선을 격침시키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들이 수면 위로 부상하여 목격하는 것은 지옥 그 자체였다. 시뻘건 화염에 싸여 침몰하는 전함에서 불에 붙은채 불바다 위로 떨어지는 적군의 최후를 보아야했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 잠수함으로 헤엄쳐 오는 적군을 '나몰라'라하며 다시 잠수해 버려야하는 것이다. 그들은 연신 "영국돼지새끼.."하고 욕을 하면서도 그들의 운명이 어느 순간 저렇게 되어버릴지 모른다.
그들이 물자보급을 위해 잠시 기항했을때, 그들에게 새 임무가 떨어진다. 지브랄트 해협(striates of Gibraltar)을 통과하여 이태리쪽으로 항진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잠수함 부대원에겐 자살하라는 것과 같은 명령이었다. 불과 7마일의 좁은 해안선은 영국군의 막강한 화력으로 개미한마리 통과하지 못하게 경계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함장은 이 미친 작전에 자신의 잠수함과 자신의 부대원의 운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밤중에 이들은 조용히 조용히 해협을 통과해 들어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경계망에 걸려들고, 그들 잠수함은 집중포격을 맞으며 바다밑으로 밑으로 가라앉는다. 당시 잠수함의 수압내한은 90미터 정도였단다. 하지만,이 잠수함은 끝없이 침몰하더니 270미터까지 나가 떨어진다. 이 무서운 순간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30여 분이며 전쟁의 광기와 죽음의 유희가 점철하는 순간이다. 거의 미쳐버린 해군들. 수압에 의해 철판의 보울트 너트가 팽팽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가고,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모든 계기판과 엔진은 멈춰버리고 이들은 최후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선 히틀러의 애국도 하느님의 사랑도 잠시 눈을 감는 순간이다. 2차대전 당시 잠수함 격침은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잠수함 사고로 저 깊은 수심 속으로 침몰되는 경우 구조대책은 뾰족히 없다. 해치를 열고 나오는 순간 그들은 수압에 찌그러져버릴 것이다. 태평양 한 가운데 잠수함이 가라 앉았을 경우를 생각해보라. 119구조대가 도착할 시간도 없고, 119구조대원이 바다속으로 들어갈 형편도 못 된다. 이것은 우리나라 남해안 수심 300미터 바닥에 침몰한 북한 잠수정을 인양하는데만도 2달 여가 걸린 것을 본다면 쉽게 상상히 간다. 그 철덩어리 잠수함 속에서 수압의 공포와 암흑의 공포, 죽음의 공포를 느껴야 했을 승무원을 상상해보아라.
U-96 대원들은 이제 하나의 기적만을 바라며 물을 뒷쪽 배수구로 퍼 나르고, 침수 지점을 막고, 전기배선 수리에 매달린다. 그런 시간이 지나고 그들은 겨우 잠수함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그들이 이제 적잠수함 격침으로 기뻐할 영국 군을 몰래 뒤로 하고 해협을 통과한다. 그들은 마침내 독일군 기지에 도착한다. 짧은 순간 생환의 기쁨에 들 떠 있지만, 곧 연합군 전투기의 폭격이 시작된다. 그 죽음 바다속에서 살아온 선장과 부대원이 대부분이 폭사한다. 그리고 그리고 그들의 그 잠수함이 어의없게도 침몰되어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종군기자는 그 허무한 광경을 바라만 봐야한다...
이 영화는 결국은 전쟁의 허무함과 히틀러의 광기를 다룬 셈이다. 부대원들이 그렇게 바닷속에 수장되도록 히틀러는 독일군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이미 오마하 해변에서 톰 행크스 등 미군을 저지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기관총을 붙들고 있었던 독일병정들에게도 마찬가지 운명이었다)
전쟁은 일반적으로 광기라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한 전선에서 독일군의 진격을 저지하기 위해 영국프랑스 연합군이 치려야할 하루 밤의 전사자는 수만명이었다. 그리고, 물론 그날 전사한 독일병정은 수십만에 달했고 말이다. 지금와서야 그들이 왜 그렇게 죽어갔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허무 그 자체일 것이다.
잠수함내에서 물이 똑똑 떨어질때의그 공포. 잠수함을 추적하는 적들의 추적음향에 대한 공포, 잠수함이 결코 그들에게 안식처와 생명을 보장해주는 공간이 아님을 부대원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1999/?/?)
Das Boot (1981)
감독:볼프강 피터슨
주연: 유르겐 프록나우, 허버트 그로네메이어, 클라우스 베네만
개봉: 1983년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Das_Boot
http://www.dasboot.com/
http://www.uboa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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