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협 소백룡] 장백지+오진우의 코믹 무협물 (엽위신 감독, 小白龍情海翻波 2004)

2008. 2. 14. 22:16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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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04/11/4) [동방불패] 등의 무협물에서 묘한 중성적 매력으로 수많은 팬들을 거느렸던 임청하가 결혼과 더불어 영화계를 전격 은퇴한 이후 ‘포스트 임청하’가 되려는 홍콩 아이돌 스타는 꽤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장백지가 가장 그 지존의 자리에 근접한 것 같다.

장백지는 주성치의 [희극지왕]으로 ‘놀라운’ 데뷔를 한 후 [파이란]까지 한국영화팬에게는 깊은 인상을 심어준 배우이다. 그녀가 올 2004년에만 벌써 네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연초에 허(許)삼형제의 올드 코미디를 현대식으로 리메이크한 [귀마광상곡]을 시작으로 홍콩판 [섹스 앤 시티]인 [성감도시], 그리고 오언조와 함께 홍콩으로 흘려들어온 촌티 나는 중국 여인 역을 해낸 [몽콕의 하룻밤]까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찬사를 받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매력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여름 중국에서 사정봉, 장동건과 함께 천카이거 감독의 무협물 [무극]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장백지가 그 사이에 쉬고 가자는 심정으로 [비협 소백룡]이란 무협물을 속성으로 완성시켰다.

알려지기로는 이 영화는 18일 만에 촬영을 끝낸 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작비가 3,000만元이나 들었고 준비기간도 꽤 되었다고 하니 저예산 소품만은 결코 아니다. ‘중국성’을 통해 배급된 이 영화는 홍콩에서 개봉 첫 주말 흥행 탑을 차지했다. 이 영화는 지난 1968년에 풍보보(馮寶寶)가 주인공으로 나온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강대위도 나온다!) 혹시 유진위 감독의 [블랙 로즈]라는 영화를 운 좋게 보았거나 최근 정이건의 [견습 흑장미]를 보았으면 1960년대를 풍미한 ‘마스크를 쓴 히어로/히로인’의 이야기 패턴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는 중국 명(明)대 정도. 하지만 시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스타벅스 스타일의 차 마시는 가게가 등장할 정도이니 말이다. 마치 [해리 포터]의 마법학교 스타일의 서당이 있고 장백지는 전체 학생 가운데에서 음악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여주어 우등상을 탄다. 그리고는 축하공연을 하는데 헤드뱅잉만 빼고는 모두 현대 록 스타일이다. 이 정도 진행되면 이 영화가 시대극을 빙자한 코믹 무협극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장백지가 어느 날 둘째 황태자와 눈이 마주치면서 데이트 신청을 받게 된다. 한편, 장백지가 다니는 학교 교장이 자객 ‘닭털'(一地鷄毛)에게 암살당한다. 장래가 촉망되는 음악도(?) 장백지는 얼떨결에 그동안 학교에 숨어 지내던 대호협에게서 무술을 전수 받는다. (일지공으로 단숨에 무술을 전달받는 게 아니라 콤퓨터상에서 문서 주고받기 식의 아이콘으로 간단히 처리된다!!!!!!)

얼떨결에 비협이 된 장백지는 얼굴에 흰 면사포를 가리고 자객을 찾아 나선다. 찾고 보니 자객 ‘닭털’은 맹인 자객. 일본 사무라이 영화 [자토이치]의 패러디이다. 맹인자객은 소백룡의 피리 연주소리에 반해 버린다. 둘은 건곤일척의 코믹대결을 한차례 벌이다가 장백지는 그만 다리가 부러진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맹협’과 ‘비협’은 한동안 함께 지내는 신세가 된다. 서로에게 적의를 갖고 있던 둘은 어느 순간 서로의 순정을 알게 된다.


장백지는 코믹연기부터 눈물연기까지 그야말로 폭넓은 연기세계를 보여 왔던 배우답게 이 영화에서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연기를 해낸다. 오진우는 최근의 [무간도2]의 예영효 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리스마 철철 넘치는 성격파 배우이다. 이 두 사람의 어색한 조합은 황당한 허무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다. 실제 두 사람이 벌이는 이중플레이는 폭소를 자아내게 하지는 않는다. 느릿느릿 진행되는 코미디의 효과에 박자를 맞추기가 좀 힘들다. 하지만 맹협 오진우가 삑삑거리는 오리 인형으로 장백지의 신경을 박박 긁어놓는 장면 등은 기억에 남을 만하다.

이 영화에서 뜻밖의 배우가 등장하는데 바로 둘째 황태자 역을 맡은 배우 안지걸이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에서 자란 안지걸은 서극의 [흑협2]로 홍콩영화에 데뷔한 뒤 액션파 배우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액션 장면은 없고 중후한 성격파 배우의 연기를 무난히 해낸다.

[비룡소백룡]은 홍콩영화 최대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와이어 액션이나 결투 장면을 적절한 때에 적당히 삽입하여 부담 없는 무협물의 안정감을 준다.

마위호 감독은 [주성치의 산사초]나 [동거남녀], [옥녀첨정] 같은 코미디 물을 줄곧 만들어온 감독이다. 이 사람도 올해 벌써 [전양삼보](煎釀三寶), [추격 8월 15] 등 세 편의 작품을 내놓았다. 홍콩 영화계는 정말 열심히, 서둘러, 빨리빨리 작품을 내놓고 있다. 장백지 또한 [무극]이 개봉되기 전에 아마 [히말라야의 별](喜瑪拉亞之星)이란 작품이 먼저 개봉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이 영화는 홍콩에서는 [小白龍情海翻波]라는 제목으로 중국에서는 [飛俠小白龍]으로 개봉되었다.

[小白龍情海翻波, The White Dragon,2004] 감독: 엽위신 출연: 장백지, 오진우, 안지걸, 허소웅 홍콩개봉: 200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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