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더스] 이번에 누가 귀신이야?
호러, 무서운 영화들 2008/02/23 13:00 |
내가 왜 <디 아더스> 영화 이야기 들어가기 전에 스포일러에 대해 주절이주절이 늘어놓냐하면, 난 그만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그 스포일러를 보고 말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말한 무비푸퍼라는 미국 영화페이지 가보면 이 페이지 주인이 수많은 영화의 핵심사항을 미리 밝혀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왜 이런 짓을 하는가에 대해 당당히 밝혔다. 마지막 10초의 깜짝쇼를 보기 위해 비싼 입장료내는 것이 아까워서, 혹은 오래 전에 본 영화의 결말이 가물거리는 영화팬의 위해서라고 한다. 난 그만 <디 아더스>의 결말이, 혹은 누가 귀신일까에 대해 너무너무 궁금해서 그 페이지를 보고 말았었다. 그리고, 어제 비디오로 <디 아더스>를 보기 시작했다. "아이구!"
충분히 무서울 수 있고 재미있을 영화가 사전정보 입수로 그 재미와 감흥이 반감되고만 것이다. 아마도, <디 아더스>를 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알 것이고, 여태 안 본 사람이라면 과연 뭐길래 그럴까 궁금해할 것이다.
영화의 핵심은 귀신집에 '사는' 니콜 키드만과 그 가족(어린 딸, 어린 아들), 그리고 세 명의 하인,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니콜 키드만의 남편. 이들 출연자 중 누가 귀신이고, 아니 누가 이미 죽은 자이고, 누가 산 자일까라는 것이다. 다행히도 영화팬들은 <식스 센스>를 봤기에 배우들의 어떠한 특성과 어떠한 반응을 집중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적어도 그가 귀신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될 것이다. 그럼, 누굴까? 누가 브루스 윌리스에 대적할 수 있는 충격을 줄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떼시스>와 <오픈 유어 아이즈>로 이미 스릴러 공포물의 본질을 선사했던 사람이다. <디 아더스>에서는 <식스 센스>로 단련된 영화팬에게 어떤 변주를 해 줄 것인가.
이미 죽은 자가 자신이 죽은 줄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이야기는 흔한 소재이다. 문제는 그러한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고, 어떤 계기로 밝혀지는가 하는 것이 공포의 핵심일 것이다.
니콜 키드먼은 아들과 딸의 병 때문에 창과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커턴을 드리운다. 햇볕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피부가 문드러지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열심히 기도한다.
공포영화에서 격리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게임은 적과 아군의 구분이 중요하다. 그것은 피아의 구분이 바로 이승과 저승의 구분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귀신은 산 사람을 내몰기 때문이다. 이들 불확실한 존재들 가운데 누가 밖으로 내몰릴 산사람일까?
The Others, 타인이란 말은 이미 죽은 자가 자신의 공간에 스며든, 산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면, 산 사람 입장에선 자신의 공간에 무단 침입한 죽은 자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누가 자신의 공간에 끼어든 '타인'일까?
우선,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보자. 니콜 키드만이 귀신이라면? 그녀는 남편을 전쟁에 보내고 그 고독감에 미쳐서 자식들을 다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다. 하인들은 모두 떠나가고 그 집은 유령이 출몰하는 집이 되어버린다. 그럴까? 어쩌면 하인들마저 다 죽였을 것이다. 그럼, 니콜 키드먼이 귀신이라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 그녀를 알아볼 수 있을까? 귀신이 더 있는것일까? 딸이 우선은 의심스럽다. 아들에 비해 딸은 더 많은 과거를 알고 있는 것 같고, 영매처럼 귀신을 보았다고도 이야기하지 않는가? 그럼 아들만 사람? 하인들은 왜 이 공포의 집으로 일자리를 찾아왔을까? 하인들은 고스트버스터즈? 아니면 그들도 귀신? 하지만, 귀신들이 집단으로 소꼽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실감나게 일상 생활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까? 가장 유력한 것은 남편이 귀신이 아닐까? 아니다. 어쩜. 2차대전 마지막 날 미군이 영국의 이 외딴 섬에 핵을 투하하였고, 섬사람은 모두 몰살하고 집안에 커턴 드리우고 숨어살던 이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진짜 '산 사람'인지 모른다. 그래서 외부와의 접근을 막고 햇볕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른다. 아무도 이 집에 찾아오지 않잖은가. 그럼, 이 영화는 귀신 이야기가 아니란 말인가? 그럼 뭐야?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있는데 자신들이 죽은 줄 알고 귀신놀이라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아마, 팀 버튼 감독의 <비틀 쥬스>(비디오 출시제목: 유령수업)를 본 사람이라면 집 한 채를 두고 펼치는 산 자와 죽은 자의 소유권(?) 쟁탈전이 흥미로울 것이다.
물론, 이 영화는 이 형편없는 리뷰처럼 형편없는 호러물은 아니다.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음악과 음향효과, 그리고, 어두운 집안을 흔들거리며 비추는 한 줄기 불빛에서 호러영화의 참맛을 즐길 수 있다.
그냥 이쁘다고만 하기 어려운 매력을 풍기던 니콜 키드먼은 톰 크루즈와 헤어진 후 진짜 연기자로 거듭난 모양이다.
그럼, 진짜 스포일러. 이 몹쓸 영화를 만든 감독 얼굴을 보고 싶다고? 죽은 사람을 찍은 앨범 사진 가운데 감독이 카메오로 들어있다고 한다. (IMDB: He appears in one of the photographs of dead people - he's the one in the middle of the group of three men.) (박재환 2002/4/15)
The Others (2001)
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출연: 니콜 키드만, 크리스토퍼 에클레스텐, 피오눌라 플래니건, 일레인 캐시디
개봉: 200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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