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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4/24]    원제목  의 한글발음은 [연지구]이다. 그런데, 처음 소개될때 [인지구]라고 해서 여전히 [인지구]가 되어버렸다. 아마, 기초한자 1800자에 포함되지 않았기에 그런 듯.

 ** 그제 <인지구>를 다시 보았습니다. 슬픈 영화이죠. 물론 이 영화에 대한 리뷰도 이전에 올렸었죠. 인터넷에서 <인지구>를 찾아보니 전에 제가 썼던 졸문이 다른 사이트에 올라 있더군요. --; 다시 씁니다. 이른바 2003년판 업데이트 리뷰입니다. ^^ **

  장국영이 갑작스레 생을 마감한 후 홍콩의 많은 연예인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그의 장례식날 홍콩의 웬만한 톱스타들은 다 얼굴을 내 비췄다. 살아생전 장국영이 얼마나 동료의 사랑과 신뢰를 받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장국영의 사망에 모두들 슬픔에 빠져있을 때, 홍콩 언론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동료 연예인은 다름 아닌 '매염방'이었다. 매염방과 장국영은 20년 세월을 한결같이 보낸 절친한 친구이다.

  그런 매염방과 장국영은 둘다 연예계 데뷔 초기부터 <우연> 등의 영화에서 공연했었다. 이두 사람의 공연작품 중 최고의 평가를 받는 작품은 <인지구>. <인지구>의 감독은 그 유명한 관금붕 감독이고 원작은 홍콩에선 꽤나 유명한 인기 소설가 이벽화이다. 이벽화의 원작소설은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읽었는데 이벽화는 통속대중소설작가라 생각하면 딱 맞다. "그윽한 문학의 향기, 고뇌하는 주인공의 생생함이 묻어 나오는 필치.. " 책을 읽더라도 뭐 이런 느낌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냥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그럴 듯 해 보인다는 전형적인 신문연재소설의 느낌? (뭐, 이건 나의 단순한 느낌이니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이벽화 팬들은 화내지 마시길...)

  소설과 영화는 거의 유사하다. 1987년, 홍콩의 한 신문사 기자인 '현대인' 앞에 고풍스런 치파오를 입은 여자(귀신)이 나타난다. 알고 보니 이 여자는 오래 전 1934년에 자살한 기녀. 이 여자의 생전 직업을 어떻게 정의 내릴지는 참 곤란하다. 아마 풍속사가의 고증이 필요할 듯. (후효현 감독의 <해상화>를 보면 좀더 쉽게 이해할 수도 있을 듯) 매염방이 연기하는 여화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끌던 술집(고급 요정) '의화루'의 간판 기녀(호스티스?)이다. 돈 많은 한량들이 돈을 싸들고 와서 여화와 희롱하러 애쓴다. 그 경쟁을 뚫고 '十二少'라고 불리는 '진 도령'(장국영)이 여화를 독차지하게 된다. 둘은 사랑한다.

  (낭만적? 물론 1930년대 요정 기녀와 '정신 못 차리는' 부잣집 도련님의 애정행각을 아름답게 볼 수만은 없다. 둘은 종일토록 골방에서 쳐 박혀 함께 아편을 피우며 인사불성의 상태에서 해롱거린다. - 좋게 표현하자면 속세의 번잡스럼을 망각하고 운우지정을 나눈다 - (1930년대의 중국이 어떤 실정인지는 잊어버려라!)

  물론, 기녀에 빠져있는 아들을 두고만 볼 부모는 없다. 그래서 서둘러 다른 낭자와 혼례를 올리려한다. 이때 사랑에 빠진 술집 기녀와 '정신 못 차리는' 도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은? '자살'하는 것이다. 둘은 내세에서 사랑을 이루자면 함께 약을 먹는다. 그리곤 세월이 휭~하니 지나 1987년의 홍콩이 된 것이다.

  '여화'는 신문사를 찾아와 사람 찾는다는 광고를 낸다. 함께 죽은 진도령과 꼭 재회할 것이라고 믿으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장국영은 그때 죽지 않은 것이다. 동반자살기도에 실패한 것이다.

  여기서 잠깐!

  동반자살을 할 경우 어느 한쪽이 살아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바로 이 케이스처럼.... 둘은 분명 '현실'을 저주하며, 더 나은 '내세'를 기약하며 죽기로 했었는데. 한쪽이 실패하면 당연히 다시 자살을 시도해야하는가?

  그런데, 이 여자 말이 또 이상하다. 사실 아편을 먹고 죽기로 했는데 혹시 남자가 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몰래 술에 약(수면제)을 타놓고 그것까지 마시게 했노라고.(확인사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죽어서 50년 뒤 귀신이 되어 돌아오고, 남자는 살아남았던 것이다.

  그럼, 여기서 사랑의 그리움, 애틋한 사랑의 모습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 최악의 순간은?

  추하게 늙은 우리의 장국영.

  장국영은 살아남아,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가업은 쫄딱 망하고, 여전히 아편(마약)에 빠져 살고, 영화판 엑스트라로 연명해 가는 것이었다. 그런 충격적인 모습을 지켜본 '여화'는 자신의 기다림이 허망했음을 알고는 슬피 이승을 떠나간다.

  이 영화는 탈역사화된 시점의 남녀간의 사랑을 논한다. 둘은 절대사랑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했음이 드러난다. 남자 측을 탓할 수도 없다. 단지 죽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실제 살아남은 후 그는, 그녀의 몫까지 살아야 하지만, 그렇게 훌륭한 삶을 살아간 것도 아니다. 그녀의 가르쳐준 경극-그리고 같은 딴따라 계열의 같은 정도의 미미한 역할 엑스트라에 영원히 머무르고 있었던 것이다. 매염방이 죽어서도 50년 간 한 남자를 생각했다면, 과연 살아남은 남자는 50년 동안 무엇을 했을까? 노추(老醜) 장국영의 재등장에서는 텅 비어 버린 역사를 메워 가기라도 하듯, 한순간에 그 50년이 이 남자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가. 이제 장국영은 수명을 다 할 것이고, 곧 저승에서 다시 만나게 되리라. 그럼, 그 둘은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겠지. 나 또한 죽는 게 쉽지는 않았었다고 그제야 고백하겠지.

胭脂扣 Rouge
감독: 관금붕 (關錦鵬)
출연: 장국영, 매염방,만자량,주보의,온벽하,사현,유가영
제작: 성룡
원작: 이벽화(李碧華)
홍콩개봉: 1988/1/7
http://www.mtime.com/movie/12377/
Posted by 박재환입니다. 박재환=중국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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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qnseksrmrqhr 2009/12/08 15:4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불현듯 "아비정전"이 생각나는건 무슨 까닭인가요?...약간의 몽환적인 느낌의 작품에서 그를 보아왔던 탓일까요?....재미있는 유익한 님의 이야기가 작품보다 더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