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온 다이어트=수신남녀] 무거운 사랑

2008. 2. 23. 09:04홍콩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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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3-12-29]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레오의 어머니의 체중은 500파운드(226킬로)이다. 남편의 자살에 충격을 받고 집안에서 먹기만 한 결과이다. 병원에 갈 때는 기중기에 실려 나온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은 실제 해외 뉴스시간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른바 과체중을 넘어 비만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뚱보' '뚱녀'는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가 어렵다. 인권의 문제를 떠나서 현실적인 차별대우를 받기도 한다. 항공사들은 이런 사람에게 좌석 두개의 항공운임을 물기도 한다.

  우리나라같이 희한한 나라에서는 이런 명확한 '뚱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척 '뚱보스럽다'고 생각하여 필요이상의 돈과 시간을 퍼부으며 몸매 관리를 하고 있다. 홍콩에서도 몇년 전에 다이어트 열풍이 불었다.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에 맞춰 두기봉+위가휘 감독이 <수신남녀>(瘦身男女 )라는 뚱보 코미디를 만들었다. '瘦'는 '수척하다'는 의미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뚱보 유덕화와 뚱녀 정수문은 체중이 300파운드(136Kg)가 넘는다.

  일본에 사는 미니(정수문)는 한때는 날씬했다. 남자 친구가 미국으로 음악공부를 하러 떠난 사이 외로움을 먹는 것으로 해소한다. 그러더니 어느새 아무도 감당 못할 뚱녀가 되어버렸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된 남자친구 쿠로가와는 일본 순회공연을 옛 애인을 찾아 돌아다니지만, 미니는 감히 나설 수가 없다. 매번 연주회의 앞자리에 앉지만, 싸인을 해 줄때 쿠로가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다. . 실망, 실의, 좌절... 미니는 목을 매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몸무게 때문에 줄이 끊어질 정도이다.

  한편 일본에서 식칼 영업사원인 뚱보 유덕화는 단지 같은 홍콩사람이라는 이유로 뚱녀를 보살피게 된다. 지금의 몸매로 보아 도저히 믿지 못할 일이지만 미니의 옛날 사진을 보고는 측은한 생각을 갖게 된다. 그래서 쿠로가와 앞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미니에게 다이어트를 하도록 힘을 북돋워준다. 그날부터 하드 트레이닝이 시작된다. 어떻게? 각종 민간요법이 총동원된다. 촌충을 먹어! 이 약이 특효약이야! 맨난 화장실에 붙어 살거야! 침을 놓는게 효과가 있어...... 등등.

  두가붕+위가휘가 공동감독을 맡은 [고남과녀 孤男寡女](니딩 유)에서도 유덕화와 정수문이 선남선녀 역할을 맡아 알콩달콩한 로맨스를 보여줬다. 이 영화는 그 해(2000년) 홍콩 최고 흥행작품이 되었다. 그 다음 해 만들어진 [수신남녀]도 비슷한 서사구조를 지닌다. 서로에게 관심없던 두 남녀. 서로의 앞가림하기에도 바쁜 두 사람. 그러다가 어떻게 담을 쌓았던 상대에게 관심과 동정을 보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어떤 공유의식, 동료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뚱보 유덕화에게 뚱녀 정수문이 매력적일 리가 없다. 그 체중에 슈퍼스타 '쿠로가와'를 짝사랑하고 있다니. 하지만 그녀의 사정을 알게 되고는 성심성의껏 도와준다. 살인적인 살빼기 작전에 돌입하고, 미니가 최고 수준의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도록 한다. 그 비싼 수업료는? 유덕화는 살신성인이 돋보인다. 역전 광장에서 '인간 샌드백'이 되어 흠씬 두들겨 맞으며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정수문의 살이 하루가 다르게 빠져나가는 것이다. (이건, 이장호 감독의 <바보사냥>에서 가장 어이 없는 감동을 전해주는 장면과 유사하다) 물론, 정수문은 유덕화의 진실된 사랑을 알게 된다. 자신이 돌아가야할 곳은 쿠로가와가 아니라 유덕화의 널찍한 품이란 것은 이런 영화의 정해진 결말일 듯.

  이 영화에서 유덕화와 정수문의 엄청난 체구는 헐리우드 전문가가 만들어낸 라텍스 폼(Latex Form)이다. 심형래가 TV코미디에서 펭귄으로 분장했을 때의 모습처럼 때로는 어색한 몸체는 촬영 전 매번 3시간씩 달아붙어 공을 들인 것이다. 분장비만 700만 홍콩달러 (10억 원)나 소요되었다고. 두가붕과 위가휘는 완벽한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며 [수신남녀], [고남과녀] 등 해마다 흥행 작품을 내놓고 있다. 영화판에서는 보기드문 작업방식. 최근에는 [무간도]의 유위강+맥조휘가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데도 비만을 세상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전염병이라고 규정했다고 한다. 국제비만특별조사위원회(IOTF)는 과(過)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이 17억 명을 웃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약 30%에 해당한단다. (박재환 2003/12/29)

러브 온 다이어트 瘦身男女 Love On A Diet
감독: 두기봉&위가휘
주연: 유덕화, 정수문, 왕천림, 임설
홍콩개봉: 2001/6/21
票房: HK$40,435,886
2003/5 비디오출시(인트로미디어)
2003/11 캐치온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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