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오브 드래곤] 이연걸의 레옹

2008. 2. 23. 08:21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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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2-6-10]  이연걸이 미국으로 진출한 후 보여준 행보는 적잖이 실망스럽다. 적어도 아시아의 리얼액션 히어로가 미국에 건너가서는 살아움직이는 살인병기 이상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리셀 웨폰4>에서 멜 깁슨에게 맞아죽을 때부터 이연걸의 헐리우드 생활은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중국이나 홍콩에서는 그런대로 중국인의 방식대로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만들고, 영웅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지만 미국식 액션영화의 범주에서 아시아인이 백인의 영웅으로 자리잡기에는 여러모로 핸디캡이 있을 수 밖에. 그의 첫번째 헐리우드 주연작품 <로미오 머스트 다이>도 그러했고, 두번째 작품 <키스 오브 드래곤>도, 그리고 곧이어 나온 <더 원>도 이러한 우려를 떨쳐버리기에는 무리였다.

<로미오 머스트 다이>를 미국에서 만든 후 이연걸은 곧바로 뤽 베송과 함께 또하나의 액션영화 촬영에 들어갔다. <레옹>이후, <택시>나 <와사비>에 이르기까지 뤽 베송은 철저한 킬링 타임용 액션물에 승부를 걸고 있다. 물론, 영어대사로. 영화의 줄거리는 외국인 형사가 현지의 부패한 경찰과 공조수사를 벌이다가 누명을 뒤집어 서고는 사력을 다해 음모를 풀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터키 출신의 배우 체키 카로가 연기하는 부패한 경찰 리쳐드 형사는 <레옹>에서의 사이코 게리 올드먼 버금가는 인상적인 연기를 해낸다. 이 배우 <패트리어트>,<오 그레이스>,<도베르만> 등 의외로 많은 작품에 나왔었다. 중국에서 건너온 공안 이연걸은 수사에 참여했다가 리쳐드 형사의 음모에 빠져든다. 그는 도와주는 사람 하나 없는 이국땅 프랑스 파리에서 리처드의 패거리와 죽음의 격투를 하게 되고, 마침내 누명을 벗게된다. 게리 올드먼이 마약에 찌들러 레옹과 마틸다를 사지에 몰아넣었듯이 리처드 형사는 살인과 악행을 마구 일삼는다. 그가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프랑스 경찰, 형사들이 왜그리 악독하고 부패했는지는 따로 부연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연걸이 그들과 쿵후 무술을 벌일때 그들이 왜 그렇게 동양무술에 심취해 있고 실력이 출중한지에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 없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액션영화이고 이연걸이 실컷 두들겨 맞다가도 어느 순간 분노의 철권을 날려 악의 무리를 무너뜨리면 '게임오버'가 되기 때문이다.

이연걸이 이 영화의 주연 및 제작과 함께 시나리오 원안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아마, 쿵후의 배합과 침술의 경이적인 효과에 대해서 이런저런 조언을 준 듯하다. 마치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바늘 수십 개를 닭에게 꽂아도 닭은 전혀 해를 입지 않는 경이적인 장면처럼, 아니면 황비홍이 침 하나로 적들을 완전마비시키는 것처럼. 이러한 침술의 효과는 이미 오래 전에 서구세계에 대체의학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신비로울 것이다.

레옹을 사모하던 마틸다처럼 이연걸 옆에는 브리짓트 폰다라는 창녀가 있다. 브리짓트 폰다는 리쳐드에게 빼앗긴 딸을 되찾기 위해 절망적인 몸부림을 친다. 이연걸은 자기의 누명을 벗어야되고 이 불쌍한 모녀도 도와야한다. 어떻게 그의 주먹으로....

그다지 뛰어난 영화라든가 참신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하지만 이연걸의 리얼 액션을 보여주기 위한 시나리오라면 그다지 뛰어나거나 참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관객은 이미 이연걸의 운명과 영화의 결말을 짐작할 터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성룡의 영화와 비교할때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 있다. 이연걸의 리얼액션이 우아함에 깃들인 과격한 것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 영화에서는 하드고어 스타일이 종종 등장한다. 아마 그러한 끔찍한 장면들 때문에 이연걸의 액션이 여타 홍콩 배우들의 팔다리 운동과 구분이 되는 모양이다.

브리짓트 폰다는 미국영화배우 피터 폰다의 딸이다. 그러니까 제인 폰다의 조카이며, 헨리 폰다의 손녀딸이란 소리이다.

<키스 오브 드래곤>은 미국에서 2001년 여름에 개봉되어 3,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제작비나 출연진(비록, 이연걸이지만...)에 비해 그럭저럭 장사가 된 액션물이었다. 프랑스에서도 개봉 첫주 1위를 차지하였다. 한국에서는 서울관객 10만 여명, 지방관객 40여만 명을 모으는 전형적인 '지방대박형 액션물'의 기록을 세웠다. 친정 홍콩에서는? 주성치의 <소림축구>와 유덕화의 <프로페셔널 킬러>의 그늘에서 700만 홍콩달러에 그치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라한 흥행성적을 낳았다.  (박재환 2002/6/10) 

Kiss of the Dragon (2001)
감독: 크리스 네이흔
주연: 이연걸, 브리지트 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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