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강문 판타스틱 No.3

2008. 2. 22. 22:45중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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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ed by 박재환 2007-11-1]
  강문(姜文,지앙원)은 장예모 감독의 [붉은 수수밭]에서의 그 ‘번뜩이는’ 연기로 잘 알려진 배우이다. 그가 배우로서 최정점에 서 있던 시기에 [햇빛 쏟아지던 날들]로 감독 데뷔를 하였고 해외 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았다. 중국에서도 꽤 큰 흥행성공을 거두었다. 두 번째 감독작품 [귀신이 온다] 역시 주로 해외영화제에서 열정적인 환호를 받았다. 그가 최근 - 7년 만에 세 번째 감독 작품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발표했다. 문혁의 뒤안길을 다룬 [햇빛 쏟아지던 날들]과 항일 전쟁시기 산동성 민초의 생존기를 다룬 [귀신이 온다]에 이어 지난 1950~60년대의 중국 모습을 담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9월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경쟁부문으로 출품되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었는데 의외로 다의적인 표현으로 구성된 판타스틱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첫 장면부터 몽환적이다. 엄마(周韵,주운)는 예쁜 신발에 집착하더니 곧장 나무 위에 올라가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땅을 파헤친다. 아들(房祖名,방조명)에겐 학교에도 갈 필요 없다고 한다. 아들이 한 눈만 팔면 엄마는 어느새 나무에 올라가서는 (그 높은 나무를 어떻게 올라갔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두려워 하지 마 ”라고 소리친다. 엄마는 미친 것이 분명하다. 제 정신이 아니다!!!!! 엄마는 오래된 아빠의 편지 뭉치를 보여주면 그 중 하나를 꺼내 아들에게 읽도록 한다. “날 알루샤라고 불러”라는 언젠가 아빠가 엄마에게 했을 사랑의 세레나데를 신경질적으로 반복시킨다.

황추생은 여학생에게 인기가 좋다. 양호 선생(陳冲,진충)은 은근히 황추생에게 추파를 던지더니 육탄공세도 마다하지 않는다. 야외에서 영화상영이 있던 날. 황추생은 한 여자의 엉덩이를 만지다가 ‘치한’으로 조사받는다. 그날 5명의 여자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 그러나 그 혐의는 진충의 증언으로 곧 풀린다. 그런데 그 다음날 황추생은 목을 매어 자살한다.

다시, 화면 전환. 엄마와 한 여자(孔維,공유)가 서부로 낙타를 타고 간다. 누군가를 찾아가는 길이다. 그곳 사람에게서 아빠가 이미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함께 온 여자는 황추생과 혼례를 치른다. 엄마는 돌아오는 기차에서(레일 위에) 아들을 낳는다.

영화는 줄거리를 종잡을 수 없다. ‘미쳐버린 엄마 - 사랑 - 총소리 - 꿈’이라는 네 개의 큰 단락이 섞여 있다. 시간적 순서로 재배열하는 것은 영화관객의 몫으로 남겨놓은 셈이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뾰족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다. 베를린에서도, 최근 중국에서도, 그리고 부산영화제 GV에 참석하여서도 그런 애매모호함을 즐기고 있다.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본 관객이 감독에게 자신의 소감을 늘어놓자 감독은 심각하게 듣더니 “당신이 그리 보았다니 그럴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강문 감독은 끝내 자신의 의도를 밝히진 않는다. 영화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강문은 ‘알루샤’라 부르던 엄마와 결혼한 뒤 사라진다. 엄마는 아빠를 찾아 나섰지만 그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군복에 난 총알자국을 확인하지만 결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다. 아니 믿지 않는다. 20년의 세월이 지나간다.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는 엄마는 미친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나무 위에서 누군가를 본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강문과 한 여자를. 아내는 나무 위에서 그 장면을 보다가 문득 제 정신이 돌아온다. 그리곤 사라진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헤밍웨이의 소설 데뷔작이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성 불구자가 된 남자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그 때문에 이 영화는 또 다른 식으로 읽혀진다. 강문과 황추생은 친구이며, 황추생의 아내는 강문과 불륜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 강문은 성 불구자가 되어버렸다. 강문의 아내(공유)는 젊은 아들(방조명)과 바람이 났다. 순진한 방조명은 “우리 남편이 내 배를 ‘천아융’같다고 하더라.”라는 여자의 말에 흥미를 가진다. ’천아융天鵝絨‘은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엽미(葉彌,예미)의 단편소설 제목이다. ’천아융‘은 융단, 벨벳, 빌로드를 말한다. 이 말에 강문이 발끈하여 방조명에게 총을 쏘는 것이다.

이 영화가 공개된 뒤 걷잡을 수 없는 내용전개 때문에 인터넷이 다소 소란스러웠다. 주요한 논쟁거리는 다음과 같다.

엄마가 진짜 미쳤나?
강문이 진짜 죽었나?
황추생은 왜 자살하나
방조명은 강문의 아들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의문에 대해 강문 감독은 열린 마음으로 관객의 해석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이 내놓은 다양한 해석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것은 아마도 “앵무새는 남자 성기를, 물고기 자수가 놓인 신발을 여성 성기를 뜻할 것.”이라는 프로이트적 해석일 것이다.

혼란스러운 1950년대를 살아간 중국인의 이야기이기를 2007년의 관객이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한국 관객에게야. 분명한 것은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는 강문 감독의 자유분방한 상상력이 빚어낸 중국현대사의 매력적인 삽화란 점이다.

영화에서 阿遼莎(아랴오샤)라는 러시아 이름만큼이나 매력적인 [美麗的梭羅河](아름다운 수어뤄)라는 곡이 나온다. 꽤나 환상적이다. 중국 민요도 아니고, 러시아 가곡도 아니란다. 원래 인도네시아 곡이란다. 흥미롭다.




  참, 이 영화를 찍을 때 강문은 프랑스 아내와는 이혼한 상태였고 극중에서 미친 엄마 역을 맡았던 주운(周韵)과의 연애설로 중국 언론이 한동안 시끄러웠다. 촬영이 한동안 중단되었었는데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GV(관객과의 대화)시간에 객석에서 임신한 여성 관객 한 분이 이 영화에 대한 질문을 하자 강문은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대해 축하한다는 말을 하고 나중에 싸인도 해주는 등 특별한 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줄거리를 일단 대강 이해하고 한번 더 보면 강문 감독의 판타스틱한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가 보통 대단한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것 같다. (글 박재환 2007-11-1)

太阳照常升起The Sun Also Rises
감독: 강문
주연: 강문, 방조명, 황추생, 주운, 진충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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