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블루] 사랑의 광기,광기의 사랑
유럽+3세계영화리뷰 2008/02/21 10:02 |
3시간 5분짜리 영화를 보자면 오래 전 점프컷으로 건너뛴 많은 장면에서 그 남자와 그 여자의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 것 같고, 감춰진 비밀이 있을 것 같다. 이제 감독버전으로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장 자끄 베넥스 감독은 누벨 이마쥬 출신 감독답게 화면을 온통 '예술'적 화조로 뒤덮는다. 그리고 가브리엘 야레의 음악은 이 영화가 너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임을 암시한다. 하지만, 조르그와 베티의 사랑은 시간이 갈수록 걷잡을 수 없는 광기의 끝으로 치닫음을 목도해야 하는 것에는 변함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새로이 선보이는 <베티블루>에서 새로 건져낸 이미지는 여전히 광기에 휩싸인 베티와, 그런 베티에게 어쩔줄 몰라 하는 조르그이다. 둘은 더 많이 광분하고, 더 많이 안절부절하며, 더욱 절실히 마음의 평정을 기약하는 것이다. 원제 <아침 37.2(37.2 Le Matin)>는 여자가 임신하기 '딱'좋은 가임체온이라고 한다. 이번 완전판에서는 어느정도 그 원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베티의 광기의 한쪽 켠에는 '임신'과 '출산'의 동경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미 출산율 1%을 밑돈지 오래인 프랑스에서 젊은 커플이 아기를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소개된지 10년도 더된 영화이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이 아직도 기억하는 명장면의 하나가 바로, 조르그가 피아노운반 트럭을 몰고 달려가다 교통경찰에게 붙잡히는 장면이다. "나는 곧 아빠가 된다"는 조르그의 말에 교통경찰이 보인 반응을 기억한다면 프랑스에서 "아빠가 된다는 것" 혹은 "엄마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영예스러운 일인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생명에 대한 책임과 사회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베티의 사랑이 조르그의 문장력에 대한 근거없는 기대였든지, 아니면 아기에 대한 환상이었든지는 영화를 보면서 그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상상임신 아니면 유산. 베티는 급속도로 자신을 학대하면 끝내 두 눈을 찔러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조르그에 대한 원망과 아기를 가질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절망인 것이다.
누벨 이마쥬라는 장 자끄 베넥스의 출신에 집착하다보니 이 영화의 중요한 스토리를 잊을 우려가 있다. 이 영화는 화면이 어떻게 변하든, 시간이 어떻게 늘어나든 중요한 것은 출연배우들의 광기와 절망이 이루어놓은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박재환 2000/8/19)
37.2 Le Matin (1986) Betty Blue
감독: 장 자크 베넥스 (Jean-Jacques Beineix)
출연: 장 휴고 앙글라드, 베아트리체 달
한국 재개봉: 20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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