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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 “트라우마를 딛고, 벽을 깨고” (영화 '인랑' 인터뷰) 본문

인터뷰

김지운 감독 “트라우마를 딛고, 벽을 깨고” (영화 '인랑' 인터뷰)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8.07.30 16:20

[인터뷰] 김지운 감독 “트라우마를 딛고, 벽을 깨고”

2018-07-30 10:38:23

 


 

 

지금 봐도 ‘신박한 코믹호러’ <조용한 가족>(1998)으로 감독 데뷔를 한 김지운 감독은 코미디 <반칙왕>, 느와르 <달콤한 인생>, 만주벌판을 배경으로한 서부극 <놈놈놈>, 친일파처단 역사스릴러 <밀정>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품에서 대가의 솜씨를 선보이며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발휘를 할 줄 아는 충무로 대표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아놀드 슈왈츠네거의 할리우드 액션물 <라스트 스탠드>도 있다. 그의 신작은 오시이 마모루의 <인랑> 리메이크 작품이다. 대단한 숭배를 받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실사영화로 다시 만든다는 것은 위험부담이 꽤 큰 작업임에 분명하다. 개봉 후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감독은 인터뷰 쉬는 시간에 핸드폰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막 개봉한 <인랑>의 매체 리뷰와 관객 평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김지운 감독은 이번 영화의 소감을 묻는 간단한 질문에 무척 긴 이야기를 속사포같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를 영화화하고 싶었는데 이미 판권이 팔렸고 다른 작품을 하게 되었다. <인랑>은 전에 본 적이 있는데 다시 보니 새로웠다. 특히 강렬하게 주입되는 장면이 있더라.”란다. 감독은 특히 특기대 대원의 ‘강화복’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런 강화복을 입고 액션을 펼치고 싶었다. 한국에서 히어로 무비까지는 아니어도 강화복 입고 펼치는 액션영화를 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박력 넘치는 액션영화로!” ‘로보캅’, ‘배트맨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러면서 오리지널 <인랑>의 염세적인 분위기, 일본 전공투 세대의 암울한 세계상을 한국버전으로 바꾸는데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 고민했다. 518 광주도 가능했고, 1987년도 해볼까 싶었다.” 결국 “한국적 현실을 보여줄 수 있는, 미래의 디스토피아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근미래의 사이버펑크를 해보기로 했다.”

 

현재의 한국 현실이라면? “현재 이슈를 과격하게, 과장되게 만들 수 있다. 청년실업률, 출산율 저하, 통일이슈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특히 통일문제를 가지고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권력기관 간의 투쟁과 암투를 효과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면서 김 감독은 통일의 당위성과 통일을 반대하는 주변열강의 정세를 한참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결국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의 정체성과 연결된다. “518 양민학살 공수부대가 될 수도 있고, 민주화운동 당시 폭력적 진압을 하는 백골단이 될 수도 있다. 부당한 명령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집단 속 개인의 문제이다. 그 개인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구원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오프닝을 장식하는 대단한 액션 씬에 이어 관객들은 곧바로 뜻밖의 멜로라인에 당황하게 된다. ‘집단속 개인의 트라우마’를 앓는 임중경(강동원)이 역시 복잡한 사연에 처한 이윤희(한효주)와 기묘한 정서적 교류를 이어가는 것이다.

 

김 감독은 한숨을 쉰다. “영화평을 보니 로맨스가 부각되어 저도 당황스럽다. 물론, 서브플롯으로 생각한 것도 있지만, 왜 그 부분이 부각이 될까.”란다.

감독은 나름 자신의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집단의 이야기를 하다가 개인의 감정적 이야기가 부딪치면서 (관객에게) 감정적으로 많이 전달된 모양이다. 그런 갭에서 오는 어떤 파열의 진폭이 데미지가 크다.”면서 “감정의 폭락이 파열음이 확대되는 것이 영화라는 매체의 특성 같다.”고 덧붙인다.

 

김 감독은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전형적인 SF라고 이약기 하지 않는다. “SF는 가장 미국적인 장르이다. 자본력이 필요하다. 이 영화는 그들 영화처럼 화려하지도 않다. 10년 후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등장하는 전화기나 도로 위를 달리는 버스 등의 모습은 지금과 거의 똑같은 모습이다.”

 

버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영화에 등장하는 버스의 모습에 대해 물어봤다. 임중경이 타는 시내버스의 창에도 (데모진압 전경버스처럼) 철망이 붙어있다. 김 감독의 설명. “테러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사회상을 보여주려고 했다. 택시도 보면 운전기사와 손님좌석 사이에 유리로 차단되어 있다.”

 

김 감독은 자신의 <인랑>의 설명하면서 이런 이야기도 덧붙인다. “여름시장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진행된 점이 있다. 감독의 역량일 수도 있겠지만.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후반작업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 모자란 것 같다.”

 

김 감독은 <인랑>에 대해 “비주얼 부문과, 스펙터클한 박력, 강화복 액션은 성취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영화의 주제를 다루면서 맥이 제대로 전달 안 된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오리지널과의 확실히 다른 엔딩을 택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영화는 전적으로 어두운 세계관을 갖고 있다.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이다.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에 불만을 가진 관객도 있을 것이다.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었으니 위안을 주고 싶었다. 뭔가 따뜻한 온기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원작과 다른 결말을 선택했다.”

 

김지운 감독은 이번 작품이 부담이 많았던 모양. “기대작이고,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내 영화에 대한 기대감도 있고, 원작에 대한, 실사화에 대해 기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리고, 여름시장 블록버스터 외화들과 한국영화의 경쟁 측면에서 보아도 여러 가지 맘에 걸리는 게 많았다.”

 

‘빨간 망토’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 꽤 충실하다. “사실 <인랑>에 오마쥬할 수 핵심요소는 강화복, 빨간 두건, 지하수로 등이다. 특히 ‘빨간 두건’ 이야기는 이윤희와 임중경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모티브이기도 하다.”

 


 

“그들은 벽에 가로막힌, 덫에 걸린 사람들이다. 자포자기한 상태이다. ‘빨간 망토’ 이야기가 둘이 관계를 암시하는 것이다. ‘너는 포식자, 나는 먹잇감’밖에 될 수 없는 숙명을 이야기한다 희생과 포식자라는 것이 긴장감을 주는 장치이다. 중요한 메타포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멜로로 받아들이는 것에 당황했다고 한다. 그럼, 영화에서 이윤희와 임중경은 언제 서로 ‘본격적인 감정의 교류’를 하게 된 것일까. “충분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남산타워’ 액션 장면을 설명하며 두 사람의 감정의 교류의 중요성을 한참 설명했다. “갈 데가 없는 것이다. 동병상련이다. 배우들에게 정확한 디렉션을 주었다.”

 

감독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하면서 ‘빨간 망토’와 함께 ‘벽’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마지막 장면에 기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니 그렇게 대답했다. “신의주다. 그리고 메타포를 더 이야기하자면 영화에 벽 같은 것이 많이 나온다. 전망대도. 사실 갇혀 있는 것이다. 투명한 유리벽에. 두 사람은 집단이라는 벽을 뚫고 나갈 사람이다. 마지막 액션 장면에서도 벽을 뚫고 나가는 장면이 많다. 저 거대한 벽을 뚫고 나가는 것이 성장하는 것이리라.”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포함된 풍성한 메타포를 하나씩 해독했다. “기차의 메타포? 통일조성을 하면서 기찻길이 뚫린다. TV뉴스에서는 아나운서가 ‘다시 남북대화가 뚫렸다. 벽이 없어지고...’라고 말한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김지운 감독이 앞으로 할 영화는 무엇일까? 혹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같은 스타일은 하고 싶지 않은지 물어봤다. 김지운 감독은 이렇게 대답한다. “<원초적 본능>(폴 버호벤감독) 같은 에로틱 스릴러 하고 싶다. 여성캐릭터에 대한 로망이 있다. 사실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도 그렇고, 흡혈귀 영화는 다 에로틱한 면, 섹슈얼리티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 “<인랑>에서 전투를 끝내고 호러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 존재감이 있는 것처럼. 그런 요소가 다 들어 있는 SF를 구현해보고 싶었다.”

 

배우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었다. 강동원을 처음부터 임중경 역으로 뒀는지? ‘그렇다. 보름달이 뜨고, 폐허 위에 MG42 기관총을 든 강화복 차림의 특기대 대원. 그 간지 넘치는 기럭지를 누가 해낼 수 있을까. 만화를 실사로 옮길 때 이질감 없이,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강동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펼쳐지는 액션에 뭔가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 고독감, 내면의 슬픈 정조가 보였으면 했다 <군도>에서도 강동원이 액션이 수려하고, 리드미컬할 뿐만 아니라 스산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당초 <인랑>보다 <공각기동대>를 염두에 두었었다고. 스칼렛 요한슨이 출연한 할리우드 실사판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오시이 마모루가 창조한) <공각기동대>의 엄청난 세계관에 짓눌러 탄력감을 잃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었다.”란다. <인랑>은 지난 25일 개봉되었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김지운 감독/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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