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전] “니가 이 선생이니?” (이해영 감독,2018)

2018. 7. 11. 10:18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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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주의 *

 

‘천하장사 마돈나’와 ‘페스티발’, 그리고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이해영 감독이 이번에는 제작비가 113억 원에 이르는 꽤 영화를 만들었다. 액수만 클 뿐 아니라 마약유통을 둘러싼 범죄조직과 경찰이라는 스케일 큰 이야기를 다룬다. 기대도 될 뿐만 아니라 우려도 되는 지점이다. 이 영화는 두기봉(조니 토) 감독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알려졌기에 말이다. ‘마약’과 ‘경찰이야기’라면 세계최고의 조련사 아니던가. 게다가 중국마약을 다룬다면 급이 다를 것인데 말이다.

 

여하튼 이해영 감독은 엄청난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전쟁을 펼친다. 조진웅은 오랫동안 마약조직의 수수께끼 같은 우두머리 ‘이 선생’이란 놈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마약팀 형사이다. 오늘도 함정수사까지 펼치며 작전에 나서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그 시각 마약공장에 폭발사고가 나고, 기적적으로 생존자(류준열)가 발견된다. 이제부터 형사 조진웅과 마약조직의 의심스러운 떨거지 류준열의 아슬아슬한 공조수사가 펼쳐진다. 목적은 오직 하나 ‘이 선생’을 잡는 것이다.

 

<독전>의 재미는 미스터리 보스 ‘이 선생’을 잡는다는 목표를 두고 펼치는 선(線)들의 전쟁이다. 형사 라인에서는 조진웅을 필두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는 마약반 형사들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펼칠 것이다. 도중에는 돌발사태가 발생하여 피해를 당할지도 모른다.

 

‘마약조직’은 훨씬 위태롭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보스가 있고, 그 보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는 중간보스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보스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행동대원이 즐비할 것이다. 물론, 이해영 감독은 패거리의 전쟁을 만들지 않는다. 김주혁과 차승원이라는 배우의 장기를 뽑아내어 그들의 카리스마를 스크린에 폭발시킨다.

 

김주혁은 중국 길림성의 마약왕을 연기한다. <황해>의 면가(김윤석)나 <신세계>의 정청(황정민) 정도면 그 동네 악당의 잔인함을 예상하게 한다. 김주혁은 <공조>에 보여준 악역을 이번에도 맘껏 펼친다. 약에 취해, 극중 아내(진서연)와 펼치는 ‘불안정한’ 공간연기는 조진웅의 호흡기뿐만 아니라 관객의 심장을 사로잡는다. 반면 연신 “믿음”을 읊조리는 차승원의 코믹한 연기는 <독전>을 훨씬 풍성한 결의 범죄물로 이끈다.

 

이해영 감독은 첫 장면,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노르웨이 씬에서 노린 것이 무엇인지 짐작은 간다. 형사는 일생의 과업이 ‘이 선생’을 잡는 것이다. 가족(이야기)도 없을 뿐 아니라, (지독한) 동료애도 사실 없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애매한 지점은 라스트 씬이 아니라, 진하림과의 총격전 끝에 등장하는 ‘내미는 손과 뿌리치는 손’ 장면일 것이다. 배우들은 ‘형사의 결기와 범죄자의 복잡한 순수’를 연기한다.

 

설국 노르웨이의 황량한 아지트에서 두 사람이 나누는 대사는 불안하게 덜컹대며 달려온 목적과 의도, 순수와 갈등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고단함 삶 끝의 대화는 평화롭다. “이제 어떻게 하시려고요”고 묻고, “살면서 행복했었던 적 있냐”고 말한다.

 

관객은 찬바람이 대기를 가르는 노르웨이의 극한 지점에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 것이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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