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2018. 7. 1. 09:22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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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한국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피울림을 뒤로 한 채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었고, 1986년 아시안게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대학가 데모는 일상화되었고 최루탄 냄새는 넘쳐나지만 장세동의 안기부와 남영동의 대공수사팀은 열심히 빨갱이를 만들고, 사로잡으며 전두환 정권을 공고히 했다. 이제 노태우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고, 88서울올림픽만 성공적으로 끝내면 전두환은 위대한 정치인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이날 새벽,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생 박종철이 (경찰청의 전신인)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의 수사관에게 연행되어 조사받다가 죽는 사고가 일어난다. ‘빨갱이 만들기와 때려잡기’에 혈안이 된 그들이 가혹행위 펼치다 벌어진 사건이다. 남영동의 책임자와 전두환의 공안당국은 서둘러 사건을 덮으려 한다. 일단 화장부터하자고. 그런데, 서울지검 공안과장이었던 최환 검사가 브레이크를 건다. “아니 어느 부모가 서울대생이 갑자기 죽었는데 시신도 안 보고 화장시키는데 동의했다는 거야? 부검부터 해!”라고. 그리고, 검찰 출입기자였던 중앙일보 신성호 기자는 이홍규 검사가 슬쩍 흘리는 “경찰 요즘 왜 그래? 사람 죽였다며..”라는 말을 단서로 ‘보도지침 공안정국’에서 특종을 낸다. “경찰에서 조사받던 대학생 쇼크사”라고. 이어지는 관계기관대책회의와 민주화인사들의 움직임. 그리고 화약고에 불을 붙인 셈인 연세대 이한열군의 죽음까지. 1987년의 대한민국은 아스팔트에서 뜨겁게 달궈진다.

 

장준환 감독의 영화 1987

 

놀라운 영화 <지구를 지켜라>로 데뷔한 장준환 감독이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이후 4년 만에 신작 <1987>로 돌아왔다. 대학생 박종철과 이한열의 죽음, 그리고 한국민주화 투쟁의 불꽃을 터뜨린 6월 항쟁을 극화했다.

 

영화는 당시 ‘빨갱이로부터 자유대한’을 지키려는 신념에 불타는 남영동의 공안투사 박처원(김윤석)과 그의 부하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삐뚤어진 개인적 신념이 얼마나 역사를 퇴행시키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연약한 대학생의 죽음과, 그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은 개인의 안위를 무릅쓰고 전두환의 폭력적 공안통치에 반기를 든다. 민주인사들은 고문이 일상화된 야수의 벌판에서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몸을 바친다. 기자들은 ‘보도지침’으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행간을 읽는’ 독자를 위해 발로 뛴다. 영화 <1987년> 그런 1987년의 대한민국 민주화투쟁의 여정을 드라마틱하게 스크린에 담았다.

 

1987그 때 그 사람들

 

서울대생 박종철이 고문에 의한 ‘경부압박 쇼크사’로 유명을 달리했을 때 그의 나이는 겨우 22살. 그를 죽인 남영동 수사팀은 박처원 치안감, 유정방, 박원택, 조한경, 강진규, 반금곤, 이정호였다. 사망을 처음 확인한 의사는 중앙대 용산병원 오연상 의사였고, 최환 공안검사의 집념으로 성사된 부검 집도의는 황적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1과장이었다. 처음 덤터기를 쓴 두 고문경찰이 구속된 후 당시 수감 중이던 이부영(김의성)에게 ‘고문경찰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영등포교도소 관계자는 한재동과 전병용 교도관이었다.(영화에서는 한병용과 강계장)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 소식을 외부로 전한다. 그 편지를 받은 민주인사가 김정남(설경구)이었고, 결국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신부의 폭로로 이어진다.

 

사과탄백골단그리고 남영동

 

광장의 촛불이 활활 타오르기 전, 1987년 서울시청 앞 광장과 전국을 ‘군부독재’에 대한 분노와 ‘민주화에 대한 타오르는 열기로 가득했던 그 때의 격정이 영화 ’1987‘에서 재현된다.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김의성, 문성근 등 배우들은 민주투사와 공안으로 열연을 펼친다. 조우진의 먹먹한 눈물연기를 비롯한 수많은 조역, 단역이 영화를 폭발시킨다. 이한열 역의 강동원은 이 영화의 백미이다. (언론시사회장에서 감독은 조심스럽게 스포일러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지만, 이게 가려질 아우라인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은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토마스 제퍼슨의 말로 정확한 워딩은 “자유라는 나무는 때때로 애국자와 독재자의 피로 새롭게 되어야한다.”(The tree of liberty must be refreshed from time to time with the blood of patriots and tyrants.)이다. 독재자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시민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여러 세대에 걸친, 수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2017년 12월 27일 개봉/15세이상관람가  (박재환 2017.12.18)

 

 

[인터뷰] 장준환 감독 "1987년은 2017년의 거울" (2017)

2017년의 촛불세대에게 전하는 1987년의 엽서가 방금 도착했다. 1987년의 뜨거웠던 민주화 현장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옮긴 <1987>을 만든 장준환 감독을 만나봤다. 지난 18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장 감독으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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