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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안젤리나 졸리 감독, First They Killed My Father, 캄보디아/미국,2017) 본문

유럽+3세계영화리뷰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안젤리나 졸리 감독, First They Killed My Father, 캄보디아/미국,2017)

박재환입니다. KBS미디어★박재환 2017.09.20 20:57

안젤리나 졸리의 킬링필드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

 

[박재환 2017-09-20] 내년 3월에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 출품될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한국은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을 선정했다. 다른 부문과는 달리 ‘외국어영화상 부문’은 미국 영화아카데미협회가 각국의 영화관련 기관에 출품을 위탁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해마다 독립적 선정위원회를 구성하여 한국대표작을 뽑고 있다. 올해에는 모두 11편이 출품 신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택시운전사>가 선정되었다.  물론, 각 나라가 작품을 보낸다고 다 후보에 오르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아카데미에서 예심을 거쳐 최종적으로 다섯 편을 본선후보에 올린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아카데미 투표권자의 취향과 미학에 딱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내세웠지만 한 번도 최종 후보에 오른 적이 없다. 올해 다른 나라는 어떤 후보가 올랐을까. 넷플릭스에 흥미로운 영화가 한편 새로 올라왔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감독하고 제작한 영화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First They Killed My Father)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캄보디이가 내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자국후보로 내세운 작품이었다. 1970년대 캄보디아에서 자행된 대량학살 즉, ‘킬링필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캄보디아 내전, 정확히는 크메르 루즈가 권력을 장악했을 때 벌어졌던 비극을 담고 있다. 영화에서는 초반에 잠깐 복잡했던 당시 동남아시아 상황을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은 베트콩을 저지하기 위해 이웃나라 캄보디아에도 폭격을 퍼붓는다. 캄보디아 역시 베트남만큼 복잡한 정세였다. 여하튼 시하누크 국왕이 쫓겨나고, 폴 포트의 크메르 루즈가 캄보디아를 장악하면서 기존 기득권층이 제거되기 시작한다.  물론, 친미주의자나 자본주의자만이 희생된 것이 아니다. 인류역사상 가장 끔찍한 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이 때의 학살규모, 진전 상황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론이 나온다. “미국 때문에, 키신저 탓이다.”같은. 그러나, 인구의 1/5을 학살한 정권에 대해서는 쉴드를 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여하튼 크메르 루즈가 수도 프놈펜을 장악한 후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캄보디아 전역이 전쟁으로 황폐화된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프놈펜으로 몰려왔기에. 친미주의 ‘론 놀’ 휘하에서 고급장교였던 이 영화의 주인공 가족들도 황급히 저택을 나와 인파에 합류한다. 그 후, 끔찍한 배고픔과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다. 서구문물을 절대적으로 배격하는 크메르 루즈 하의 노동수용소에서 생사의 고비를 매일매일 넘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크메르 루즈는 공산세력이 점령한 베트남과 전쟁을 치른다. 어린이들도 총을 든다. 군사훈련을 받고, 국경 일대에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에 동원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아이들이 뱀을 잡아 구워먹는 장면이 아니라 포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도망가다 자신들이 매설한 지뢰밭이 펑펑 터지면 다리가 잘려나가고 죽어나가는 장면이다.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크메르 루즈가 프놈펜을 접수할 때 다섯 살이었던 소녀 웅(Loung Ung)의 이야기이다. 킬링필드에서 가까스로 살아나 베트남과 태국을 거쳐 미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이후 웅은 지뢰제거 평화운동 등을 펼쳤고 자신의 악몽을 < First They Killed My Father: A Daughter of Cambodia Remembers>라는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을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시나리오로 옮긴 것이 <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이다.

 

안젤리나 졸리는 2001년 캄보디아 정글에서 영화 <라라 크로프트: 툼 레이더>를 찍으면서 캄보디아에 관심을 가진다. 직접 캄보디아 고아를 입양하기도 했다. 2002년, 생후 7개월 된 캄보디아 아이 ‘매덕스’를 입양했다. 이후 남편 브래드 피트와 함께 세계평화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한다. 매덕스는 이번 영화의 제작자 크레딧에도 이름을 올렸다. 안젤리나 졸리는 미국인이기도 하며, 캄보디아 시민권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캄보디아 영화’로 아카데미에 진출하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 영화는 넷플릭스 공개와 함께 북미지역 일부극장에서도 상영된다. 아마 ‘외국어영화상 부문’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도 노리는 것 같다.

 

참, 크메르 루즈가 캄보디아를 장악했을 때 일어났던 끔찍한 학살에 대해서는 오래 전, 1984년 영국인 영화감독 롤랑 조페가 <킬링 필드>라는 영화로 전 세계인에게 고발했었다. <킬링 필드>는 우리나라의 반공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개봉 당시 학생 단체관람으로 흥행몰이를 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KBS가 특선영화로 방송한 것이다. 이유는 뻔할 것이다. ‘위키피디아’보다는 좀더 자유롭게 내용을 서술하는 ‘나무위키’ 사이트를 보면 <킬링필드> 설명항목에 이런 설명이 있다. “...서울관객 92만 5천이라는 엄청난 대박을 기록했다. 지금으로 쳐도 전국 관객 800만 이상급이다. 공산정권에 의한 학살이 부각된 내용 덕분(?)에 반공 메시지 선전과 맞아 떨어지면서.......땡전뉴스의 선두주자 KBS도 1987년 대통령선거 이틀 전에 이 영화를 상영하였다.. 뭐 어떤 의도로 상영했는지는 안봐도 비디오다..” 라고.

 

안젤리나 졸리가 직접 고발했으니 그 의도가 불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마도 아카데미까지 동원하며 ‘학살, 인권말살’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려고 하는 것이리라. (KBS미디어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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