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끝나지 않을 이야기 (조정래 감독 Spirits’ Homecoming, Unfinished Story, 2017)

2017. 9. 13. 10:44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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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귀향, “20만, 238, 44, 37, 36,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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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7-09-11] 작년 2월 개봉되어 358만 관객을 동원했던 조정래 감독의 <귀향>이 다시 관객을 찾는다. <귀향>의 원래 이야기에 할머니들의 증언이 첨가되고 후반부 이야기가 추가된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조정래 감독은 왜 같은 이야기를 또 만들었을까. 그리고, 우리는 왜 이 영화를 다시 봐야할까. 이유는 바로 ‘우리의 역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 개봉된 <귀향>은 평화롭기 그지없던 시골마을 한 소녀가 일본군에게 붙잡혀 트럭에 실려, 기차에 실려, 고향을 떠나 저 먼 이국 땅에서 짐승만도 못한 일본제국군인에 의해 꽃잎이 떨어지고, 청춘을 희생당한 이야기를 그렸었다. 이야기는 일제강점기에 중국 땅에 끌려가 일본군위원소에서 인권을 유린당한 소녀들의 이야기와,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할머니가 그 과거를 밝히는 현재의 이야기가 병치된다. 암흑과도 같았던 과거, 그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할머니.

 

조정래 감독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서 당시의 이야기의 생생한 기록을 남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증언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겪은 그날의 비극과 악몽을. 감독은 과거의 악몽을 되살리면서 현재의 우리의 자세를 말한다. 분노하는 손주뻘 학생들은 아리랑을 합창하고, 그날의 아픔에 공감한다.

 

조정래 감독의 <귀향>이 35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감독은 2002년 처음 ‘나눔의 집’을 찾은 뒤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쏟았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로 각오했었다. 그리고 14년 만에 그 이야기를 완성시켰던 것이다. 물론, 무려 7만 5천명의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여 영화제작에 힘을 보탰다. <귀향>의 성공은 중국에도 영향을 끼쳤다. 중국의 궈커(郭柯) 감독은 중국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담은 <22>를 완성시켰다. 스물 두 명의 중국내 생존자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8명만이 생존해 있단다)

 

일제강점기 당시 끌려간 조선 처자는 최대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1992년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였음을 고백한 후 정부가 집계한 피해자 할머니는 238명 이었다. 그리고 작년 <귀향>이 개봉할 때까지 살아 계셨던 분은 44명, 그리고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개봉을 앞두고 포스터를 만들었는데 ’생존자 37명‘이라고 표기했다. 그런데 개봉도 되기 전에 최근 두 분의 할머니가 잇달아 ’사죄도 받지 못하고‘ 한 많은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는 35분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실제로는 병환에 시달리는 고령자가 대부분이시다)

 

<귀향> 영화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보도자료에는 또 한 분의 할머니의 증언이 있다. 북한 최초의 증언자인 리경생 할머니의 끔찍한 경험담이다. “제국의 성노예로 사느리 죽겠다”는 여자가 있었단다. 그러자 일본군은 이랬단다. “어 좋다”더니. 가마니를 하나 끌어다 놓고는 졸병에게 시킨다. 모가지를 잘라라. 가마니에 넣어라. 팔을 잘라라. 가마니에 넣어라. 다리를 잘라라. 다리를 잘라 담고 몸뚱이도 몇 토막을 쳐서 가마니에 주워 담았다. 그걸 본 끌려온 조선의 처자들은 소리 지르고 그 자리에 널브러진다. “자 똑똑히 보아라. 너희들도 말 안 들으면 이렇게 다 죽인다. 너희 목숨이 두려우면 대일본제국에 한 몸 바쳐 말 잘 들어라.”

 

조정래 감독이 <귀향>을 만들고,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다시 만든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리가 우리의 역사를 알아야 하고, 우리의 과거를 잊지 말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이 왜 사과하고, 또 사과하고,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그것은 황급하게 외교적인 레토릭으로 매듭짓거나 돈 몇 푼으로 입막음할 성질의 것이 아니란 것이다. 할머니의 과거는 우리의 미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7년 9월 14일 개봉/15세이상관람가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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