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스컬 아일랜드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 Kong: Skull Island, 2017)

2017. 8. 22. 21:07미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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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스컬 아일랜드' 해골섬의 묵시록

 

[박재환 2017-03-22]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작가로 유명한 코넌 도일의 또 다른 클래식 작품으로 ‘잃어버린 세계’(1912)가 있다.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 ‘쥐라기 공원’ 이전에 판타스틱한 세상을 독자에게 알렸다. 아마존 밀림 어딘가에는 문명화된 도시 현대인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지하 속 미지의 세계로 가는 연결통로가 있고 그 곳에는 공룡이 멸종되지 않고 아직도 살아있다는 내용의 모험담이다. 물론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졌고, 스필버그의 영화에도 크나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다. 그런데 그 영향을 미친 작품이 또 하나 등장했다. <콩: 스컬 아일랜드>(Kong: Skull Island)이다.

 

아마존은 아니고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쪽으로 방향을 바꾼 ‘킹콩’영화는 1933년 처음 세상에 등장한 이래 수도 없이 리메이크되었다. 킹콩의 아내, 아들, 그리고 홍콩버전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졌었다. 일본에서는 고질라와 싸우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피터 잭슨 감독도 <반지의 제왕> 성공이후 ‘킹콩’영화를 만들었었다. 이들 킹콩 영화의 공통점은 자연 속에서 조용하게 평화롭게 살던 ‘엄청난 자연의 피조물’을 욕심쟁이 인간들이 한낱 볼거리로 삼기 위해 생포하여 도시로 데려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야성의 본능에, 미녀에 대한 심미안이 있는 거대 유인원이 높은 빌딩으로 기어 올라가고 결국 인간의 총을 막고 죽는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이번에 만들어진 <콩 스컬 아일랜드>는 일단, 섬 밖으로 잡혀 나오지는 않는다는 크나큰 차별점이 있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국과 일본의 전투기가 공중전을 펼치다 함께 추락하고, 살아남은 군인들이 권총과 사무라이 검으로 결투를 벌이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엄청난 크기의 ‘콩’의 모습이 관객을 압도한다. 그리곤 곧바로 1973년 베트남전이 막 끝난 지점으로 이동한다. 스컬 아일랜드에서 뭔가를 찾기 위해 사업가와 군인과 과학자들이 들이닥친다. 길잡이 톰 히들스턴과 프리랜서 사진작가 브리 라슨이 이들 사이에 끼어 있다. 예상대로 베트남전쟁에서 그냥 물러나는 것이 너무나도 분한 군인 새무엘 잭슨은 부하가 죽은 것에 앙심을 품고, 원래의 목적과는 상관없이 콩에 대한 과도한 복수를 펼치겠다고 설치면서 영화는 산으로, 아니 밀림으로 가기 시작한다.

 

톰 히들스턴의 극중 이름은 하필이면 ‘콘래드’이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이끈 소설 ‘어둠의 심연’의 작가가 조지프 콘래드이다. 비록 바그너의 ‘발키레의 기행’은 안 나오지만 HU-1 헬기가 정글을 불바다로 만드는 폭탄세례는 멋있게(?) 재현된다. 그 장면은 <아바타>의 원주민 학살 장면처럼 또 다른 울림을 준다. 물론, 여기까지이다. 이후 영화는 이런 장르의 영화가 안겨주는 유일한 장점인 더 큰 사이즈의 괴물과의 볼거리 사투를 이어간다. 물론, 중간에 제작비 탓인지 크리처가 얼만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팝콘을 사들고 즐기기 충분하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면 ‘마블 흉내 낸다고’ 자막 다 올라가면 쿠키영상이 나온다. 속편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귀여운 야심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영화 보는 내내 잊고 있었지만 중국 여배우 경첨(景甛 징티엔)이 이 영화에 등장했었다는 걸 일깨워준다. 참. 감독은 ‘Jordan Vogt-Roberts’이다. 최근 조던 감독이 ‘레딧’에 자기 영화를 홍보하며 이름을 소개했다. “내 이름은 하이픈이 있고 g는 묵음이다”고 했다. ‘조던 보트-로버츠’란다. 재밌다. 영화도, 감독도. 2017년 3월 8일 개봉/12세관람가 (박재환 TV특종)

 

 

글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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