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돌아오지 않는밤] “불효자는 웁니다” (김하나 감독 Eternal Daughter, 2015)

2017. 8. 19. 21:51한국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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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 15일 밤에 방송되는 KBS <독립영화관> 영화는 우울한 영화이다. 장애인과 빈곤, 노동문제, 그리고 삶의 좌절을 그린 작품이다. 김하나 감독의 2015년 단편영화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이다. 러닝타임 36분.

영화가 시작되면 여자주인공 홍매(한지희)가 음식찌꺼기를 남의 봉투에 넣다가 들켜 한소리 듣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홍매는 좁은 연립주택에서 다리 한쪽이 없는 아버지(최연식)를 모시고 힘겹게 살고 있다. 비닐봉투 공장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돈을 모은다. 삶이 어렵더라도 꿋꿋이 사는 효녀일지도 모른다. 그런 홍매의 형편을 잘 아는 청미(방은정)는 공장에서 밀린 야근수당을 받기 위해 나서자고 부추긴다. 하지만, 홍매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오직, 열심히 돈을 벌어, 아버지에게 의족을 하나 달아드리는 것이 유일한 삶의 목표인 듯하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삶은 쉽게 개선되거나 나아지지 않는다. 삶은 항상 나쁜 쪽으로만 흘러간다. 그리고, 홍매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심청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시한부 삶을 정리하는 한석규는 홀로 남을 아버지(신구)를 위해 비디오 조작법을 알뜰히 가르친다. 누군가 떠나간 뒤 남아있을 사람을 위한 마지막 배려인지 모른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에서 홍매는 아버지를 위해 의족만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좁은 주방, 싱크대에는 온통 라면(특별히 처리한!)뿐이다. 영화는 줄곧 신경질적인, 그러면서도 의욕적인 아버지 밑에서 ‘효심’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홍매의 행동을 지켜본다.

 

영화 마지막에, 홍매는 운다. 관객은 그 울음을 이해하고, 홍매를 이해할 것이다.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그런 아버지를 모시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그리고 달아날래야 달아날 수 없었던, 그러나 결국은 날아갈 수 있는 아이러니라니.

 

영화를 보고 가장 놀랐던 것은 의족 값이 530만원이란 것이다. 개인이, 가족이 오롯이 매달리고 무너져야한다니.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이 이렇게 형편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15일 <독립영화관> 시간에는 김하나 감독의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밤>(36분)과 함께 또 다른 단편 허정재 감독의 <잠들지 못하던 어느 밤>(37분)이 방송된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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