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밀사 숨겨진 뜻] 이위종, 무너진 꿈 사라진 조국 (2017년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2017. 8. 19. 21:17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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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환 2017.5.24) 명성황후가 조선의 왕궁 경복궁에서 일본 낭인들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된 것은 1895년이었다. 이어 조선이 사라지고 대한제국이 들어선 것은 1897년이다. 그러더니 1905년에는 을사늑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권마저 박탈당한다. 고종은 울분을 삭히지 못하고 특단의 대책을 '비밀리에' 세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보내 ‘조선의 절박한 상황’을 열강들에게 직접 호소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헤이그 밀사사건’이다. 그 때 고종의 밀명을 받은 세 명의 특사는 이상설, 이준, 이위종이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주부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한 뮤지컬 <밀사 숨겨진 뜻>이다.

 

<밀사>는 무대 위에서 한 서양여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엘리자베타’이다. 그녀는 이위종과 결혼한 러시아 귀족의 딸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명성황후가 시해되는 현장에 어린 이위종은 벌벌 떨면서 그 끔찍한 장면을 목격한다. 이후 이위종은 외국 공사관이 되는 아버지를 따라 미국과 프랑스 등을 돌며 본의 아니게 ‘세계인’으로 자란다. 세월이 흘러, 고종이 특사를 보낼 때 이위종은 이상설, 이준의 통역겸 부관으로 따라 나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곳에 입장조차 못한다. 일본의 방해공작이었든 당시 강대국의 위선이었든 이준은 헤이그에서 분사(憤死)하고, 이상설은 이국땅을 떠돌며 독립운동에 나선다. 이위종은 힘없는 민족의 설움을 뼈저리게 느끼는 새로운 전쟁의 길에 나선다.

 

뮤지컬 <밀사>에는 헤이그특사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명성황후의 죽음, 안중근의 거사, 독립군의 좌절도 나온다. 이위종은 그 못난 조국(조선)이 자신에게 해 준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울부짖는 장면이 있다. 그러면서도 그 못난 조국을 위해 소임을 다한다. 물론, 좌절된 후 그가 선택한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지 모른다. 매국의 길과 투쟁의 길. 당시 젊은 조선인의 고뇌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임금을 겁박하여 나라를 팔아먹는 을사오적의 비열하고도 더러운 모습을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크나큰 역사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조국을 빼앗기고 울분에 싸인 열혈 애국지사는 여러 갈래의 길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운다. 당시 수많은 인물은 조국의 현실에 좌절하거나 분노하여 사상적 방황 끝에 나름대로의 길을 선택한다. 그 중에는 아나키스트 운동을 펼친 자도 있고, 열혈 공산주의자가 된 자도 있다. 영화 <암살>과 <밀정>에 등장했던 김원봉도 공산주의 운동을 했다.

 

이위종은 러시아 공산혁명에 뛰어든다. 언젠가는 그들을 이용하여 조국을 해방시키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으리라. 그러나,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1924년 경, 그의 나이 30대 중반에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항일전쟁을 펼치다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오랫동안 ‘헤이그특사의 한 사람'으로만 기억되다가, 그리고 외국어에 아주 능통했다는 젊은 조선인으로 기록되었다가 이번에  ‘뮤지컬로나마 화려하게(!) 부활했다.

 

<밀사>에서 가장 울림이 컸던 장면은 아마도 이위종과 독립군들이 북간도에서 군사훈련을 마치고 두만강을 넘기 직전에 펼치는 군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만주파니, 소련파니, 국내파니 하며 선봉에 서는 문제로 분열한다. 안중근은 그렇게 뛰쳐나갔고, 이위종은 그렇게 좌절하는 순간이다.

 

<밀사>는 다시 한 번 꼼꼼히 복기해야할 조선망국의 순간을 보여준다. 김덕남 연출, 오세혁 극본, 송시현 작곡 허도영(이위종), 박성훈(이상설), 이준(이승재) 주연의 뮤지컬 <밀사 숨겨진 뜻>은 6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된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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