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라노] “나의 코는 어마어마하게 크다오!” (2017년 LG아트센터)

2017. 8. 18. 21:57공연&전시★리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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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라노 2017/07/07 ~ 2017/10/08 LG아트센터

(박재환 2017.8.6) 프랑스의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의 첫 장면은 1640년 부르고뉴 성관의 홀에서 펼쳐지는 왁자지껄한 공연 모습을 통해 주인공 시라노의 성격, 외모,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알려준다.
 
이 동네에선 결코 입 밖으로 내어서는 안 되는 금기가 있는데 바로 시라노의 외모 ‘코’에 언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코는 굉장히 크고, 우스꽝스럽고, 기이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라노는 자존심이 너무 세고, 칼싸움 너무 잘 하는 기사이기에 함부로 그의 앞에서 코를 언급했다가는 제 명에 못 살 것이다. 그런데 시라노는 단순한 협객이 아니라 로맨티스트이며, 뛰어난 시인이기도 하다.
 
<시라노>는 연극으로, 뮤지컬로, 영화로 수도 없이 만들어져서 낭만적 무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런 <시라노>가 한국 뮤지컬 무대 위에 올랐다. <지킬 앤 하이드>, <드라큘라> 등을 만든 프랭크 와일드 혼과 레슬리 브리커스 콤비가 완성시킨 뮤지컬 <시라노>는 2009년 일본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고 지난달부터 서울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팬들을 만나고 있다.
 
시라노는 17세기 중엽을 배경으로 정의롭고 용맹한 검객이자 낭만적인 시인 시라노와 아름다고 총명하며 재기발랄한 록산, 잘 생긴 외모에 용감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앞에서는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크리스티앙의 사랑이야기가 낭만적 칼싸움과 죽음의 전쟁, 그리고 세월을 뛰어넘는 사랑의 이야기를 전한다.
 
뮤지컬은 원작 소설(극본)을 착실히 따른다. 시라노는 시답잖은 시를 읊조리는 무대 배우를 내쫓고는 한바탕 칼싸움과 문재(文才)를 자랑한다. 자신의 코에 대해 말하려면 제대로 하라면 시를 읊는 장면이다.
 
“....
공격적인, 선생 나한테 그런 코가 있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당장 잘라 버렸을 거요
우호적인, 찻잔에 코가 빠져 젖어 버릴 테니 굽이 달린 큰 잔 하나 마련하세요
서술적인, 바위잖아 산봉우리잖아. 곶이잖아. 곶이라니 무슨 소릴, 반도야!
애정 어린, 햇볕에 색깔이 바래지 않도록 작은 양산을 하나 만들어 코에 걸치세요
현학적인, 이마 아래 그렇게 많은 뼈와 살을 갖고 있는 동물은 아마 아리스토파네스가 이포캉펠레팡토카멜로스라고 부른 동물뿐일 거요
과장된 위풍당당한 코여, 북풍을 제외하고 어떠한 바람도 널 감기 들게 하진 못하겠구나
극적인, 거기서 피가 흐르면 홍해를 이루겠군
.....“
 
 
시라노의 대단한 입담과 자신의 코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상해 교수가 번역한 <시라노>(열린책들) 41페이지에서 43페이지에 걸쳐 펼쳐지는 코 이야기이다. 프랑스 언어의 리드미컬한 매력과 운문의 참맛을 몰라도, 시라노의 수다스러움과 시적인 표현은 프랑스 국민의 자랑이란다. 한국어 번역에 뮤지컬 변용은 감안해야할 것이다.
 
감히 말로 옮길 수 없을 정도로 못 생기고 흉측한 코를 가진, 그러나 누구보다 뛰어난 문장력을 가진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록산을 좋아하지만 감히 표현을 못한다. 큰 맘 먹고 고백하려는 순간, 록산이 먼저 말한다. “당신 부대에 새로 배치 받은 크리스티앙을 좋아해요.”란다. 아, 절망! 록산의 다음 이야기가 앞으로의 애틋한 로맨스를 붙잡아맨다. “아, 그(크리스티앙)가 문장력이 없다면, 시를 알지 못한다면 어떡하지. 잘 생기기는 했는데...”란다.
 
시라노는 그 순간부터 사랑하는 록산이 사랑하는 크리스티앙의 보호자가 되고, 크리스티앙을 대신하여 진심 사랑하는 록산에게 사랑의 편지를 ‘대신’ 쓰게 된다. 물론 전쟁터에서도. 얼마나, 불멸의 명문장이었으면 크리스티앙이 전쟁에서 죽은 뒤에도 록산은 오랜 세월을 그 편지에 의지하며 산다. 그리고, 세월이 영겁으로 흐른 뒤에야 록산은 편지의 주인이 누군지 알게 되고, 사랑을 깨닫게 되지만...
 
이 문학적이고, 감성적이며, 엉뚱한 기사의 이야기는 흥겨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시라노>의 매력은 에드몽 로스탕의 문학이 반이요, 시라노의 순정이 반이다. 요즘 세상에 미남이냐, 글쟁이(글장이?)냐는 질문을 던져놓았을 때 누가 주저하리오. 쉽게 비유하자면 ‘원빈’이냐 ‘이외수’의 문제일텐데 말이다. (죄송합니다^^)
 
뮤지컬 <시라노>는 문학적 감성만큼 곡들도 매력적이다. 뜬금없는 “‘삐리빠라 빠라뽀”는 귀엽고, 세레나데는 가슴 아프다. 시라노의 마지막 노래 “나 홀로”는 슬프기까지 하다.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이 시라노를, 최현주와 린아가 록산을, 임병근과 서경수가 잘 생겼는데 글재주가 없는 크리스티앙을 연기한다. 얄미운, 하지만 사랑에 빠진 또 다른 남자 드기슈 역에는 이창용과 주종혁이 더블 캐스팅되었다. 류정한이 이번 작품 프로듀서도 맡았단다.
 
영국의 햄릿, 스페인의 돈키호테에 버금간다는 프랑스 문학 캐릭터 시라노의 순정을 만끽할 수 있는 뮤지컬 <시라노>는 10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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