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리뷰] 두 도시 이야기 (2014.6.28 국립극장 이건명 정동하)

2014. 7. 22. 11:36공연&전시★리뷰&뉴스

반응형

 

 

원글 = KBS TV특종 뮤지컬 쇼~타임!
 
 (2014.6.28.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이건명 정동하 김아선 소냐 김서현 연지원 )

 

 

[리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1789년, 분노에 가득 찬 프랑스 ‘민중’들의 바스티유감옥 습격으로 시작된 프랑스대혁명의 뒷모습을 그린 영국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대문호가 저렇게 상반된 감정을 첫 페이지에 써내려간 것은 그만큼 당시 영국 지식인이 바라보는 프랑스대혁명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프랑스대혁명을 오랜 압제와 시련에서 떨쳐 일어난 민중의 대승리라고 보기 쉽지만 분명한 것은 그 시기에 구악과의 결별을 이뤄내기 위해 엄청난 피의 숙청과 대혼란이 있었다는 것이다. 왕족과 귀족의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가고, 군중심리에 휩쓸린 파리시민들은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거리로 몰려다니던 시기가 있었다. 어둠이 깊으면 빛이 있으리라는 희망의 시대였다고 해두자. 
 
찰스 디킨스가 1859년에 내놓은 소설 ‘두 도시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에 미국의 작곡가 질 산토리엘로가 뮤지컬을 만들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열기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장엄한 음악극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귀족과 농노, 도시빈민의 아픈 역사적 기억과는 거리가 먼 미국에서 이런 소재로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는 뜻밖이다. 소설처럼 이 뮤지컬도 혁명의 당위성이나 역사적 무게 추를 다루지는 않는다. 오히려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뜻밖에도 숭고한 희생과 순정파 로맨스를 다룬다. 그런 인간적 정서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시대와 상관없이, 국가와 상관없이 불멸의 사랑을 받는 것이다.  
 
 ‘두 도시 이야기’는 사악한 프랑스 귀족에 의해 바스티유 감옥 꼭대기에 18년간 이유도 모른 채 감금되었던 마네트 의사와 그 피붙이의 기구한 운명이 프랑스대혁명이라는 격랑의 소용돌이에서 펼쳐진다. 마네트 의사는 귀족 에브레몽드 가문의 쌍둥이형제가 저지른 악행을 목격했기에 그들에 의해 강제로 감옥에 갇힌 것이다. 감옥에서 석방된 마네트는 병든 몸을 이끌고 영국으로 건너오고, 딸 루시는 찰스 드네이라는 프랑스출신 청년과 결혼하게 된다. 그런데, 찰스 드네이는 바로 에브레몽드의 아들이었다. 아버지와 삼촌의 악행을 눈뜨고 볼 수 없다며 비분강개하여 가문의 부와 영예를 내던지고 영국으로 건너온 순수청년이다. 그의 아버지가, 삼촌이 마네트 박사에게 얼마나 사악한 짓을 했는지 모른 채. 역사의 도도한 물결은 찰스 다네이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프랑스로 건너갔다가 민중의 이름으로 역사의 심판대에 오른다. 바로 기요틴에!  이 모든 사태를 옆에서 지켜보는 영국인 시드니 칼튼. 시드니는 맘속 깊이 루시를 사랑했지만 찰스 다네이와 결혼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여인이 눈물짓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시드니 칼튼은 배를 타고 혁명의 중심 파리로 간다. 감옥에 갇힌 찰스 다네이를 만난다. 그는 그곳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바보스런 희생을 한다. 혁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이 알아주지 않을 그녀를 위하여!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는 유럽 왕조시대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작품에 대해 열광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혁명을 다룬 작품들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말이다. ‘레미제라블’이나 ‘스칼렛 핌퍼넬’처럼 이 작품도 그 시대를 다룬 소설을 바탕으로 뮤지컬이 완성되었다. 시대적 배경이 있고, 원작이 있다 보니 완성된 뮤지컬은 탄탄한 줄기와 무성한 감성 이파리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이 공연 또한 요즘 뮤지컬 추세답게 한 캐릭터에 여러 명의 배우가 동시에 캐스팅되었다. 시드니 칼튼 역에는 서범석, 이건명, 한지상이, 찰스 다네이 역에는 정동하와 박성환이, 루시 마네뜨 역에는 김아선과 최현주가 캐스팅되었다. 그리고 작품의 갈등을 최고조로 이끄는 마담 드파르지 역에는 이혜경과 소냐가 출연한다.  
 
수많은 작품을 히트시킨 왕용범 연출로 무대에 오른 ‘두 도시 이야기’는 원작소설이 가지는 탄탄한 감동과 원작뮤지컬이 전해주는 웅장한 선율로 관객들을 감동시킨다. 마담 드파르지가 왜 그렇게까지 복수에 혈안인지는 사연을 듣게 되면 이해하게 된다. 마담 드파르지가  "Out of Sight, Out of Mind"를 부를 때는 그야말로 피울음을 내지른다. 그런 증오가 드라마의 갈등구조를 이끌기에 보통의 ‘악역’과는 사뭇 다른 처연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는 모두 32곡의 음악이 사용된다. 당시 프랑스 민중의 분노를 느낄 수 있는 곡에서, 아름다운 사랑의 선율까지 다양한 음악의 세례를 맛본다.  
 
이 뮤지컬 최고의 넘버는 아마도 후반부에 시드니가 찰스 드네이, 그리고 루시의 어린 딸과 부르는 ‘Let Her Be a Child’일 듯하다. 한 사람씩 부르는 노래가 조금씩 음이 높아지면서 합창이 된다. 노랫말은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 아이만은 밝고 바르게 자라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우리말로 옮긴 노랫말은 이렇다. “죄 없는 아이들이 울지 않게 하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어른들의 세상을 잠시 못 보도록...  지금은 해맑게 웃는 아이로 살게 하소서.... 이 아이들 아직 어립니다. 이 고통 속에 숨겨진 당신 뜻을 알기에..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아프게 하소서....” 
 
 
이 노랫말은 기이하게도 우리나라 현실과 와 닿는 면이 있다. 특히나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못다 핀 학생들을 떠올리면 220여 년 전의 프랑스혁명과 지금의 한국이 왜 그리 중첩되는지.
 
 
찰스 디킨스가 프랑스혁명에서 본 게 무엇인지, 질 산토리엘로가 전하고자 했던 음악의 뜻이 무엇인지 몰라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본다면 분명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불꽃처럼 사라져간 인간의 소소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천년은 기억될 숭고한 사랑이 있음을 알게 된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8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재환, 2014.7.18.)

 


 


 
 

반응형